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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4화

전태윤은 기가 막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는 하예정을 한참 노려보다 입을 열었다.

“늦었으니 빨리 들어가서 쉬어. 여기서 잠들지 말고. 밤에는 추우니 감기 걸려. 감기 걸리면 너만 고생이야.”

말을 끝낸 전태윤은 뒤돌아서 들어갔다.

이내 하예정은 문 잠그는 소리를 들었다.

하예정은 웃으며 중얼거렸다.

“문까지 걸어 잠그고, 내가 위험해?”

같은 시간, 전태윤도 중얼거렸다.

“이 여자 너무 위험해.”

방에 들어온 전태윤은 욕실로 들어가 거울 앞에 서서 자기의 모습을 바라보았다. 얼굴은 아직도 후끈거렸다.

‘나 진짜 얼굴 빨개졌어.’

전태윤은 자기의 얼굴을 만져보았다. 하예정이 만진 곳을 몇 번이고 만져보며 그녀가 자기의 얼굴을 어루만지던 느낌을 되돌려 보았다.

그녀의 손은 말랑말랑하고 나긋했으며 마치 스쳐 가는 바람처럼 부드러웠다.

전태윤은 물을 틀고 세수했다.

전태윤은 아까 자기가 했던 반응을 생각하니 웃음이 나와 혼자 중얼거렸다.

“내가 기억이 있은 뒤로는 아무도 내 얼굴을 못 만지게 했어.”

성인이 된 후로 전태윤은 항상 진지하고 차가운 얼굴을 유지하다 보니 아무도 감히 그의 얼굴에 손을 대지 못했다. 게다가 늘 경호원과 동행하다 보니 젊고 예쁜 여자들도 그에게 다가갈 기회가 전혀 없었다.

여태 자기를 지켜왔는데, 오늘은 한 지붕 아래 여자에게 얼굴을 내주었다.

전태윤은 첫 스킨십을 법적인 아내에게 주었다. 그러니 어찌할 수도 없는 데다가 격한 반응으로 그녀의 비웃음까지 사게 되었다.

한참 뒤 씻고 나온 전태윤은 베란다에 두고 들어 온 하예정이 생각나서 방문을 나섰다가 다시 방으로 들어왔다. 가운을 입지 않았기 때문이다. 웃통을 벗고 나갔다가 하예정이 또 무슨 짓을 할지도 모른다.

전태윤은 이내 가운을 입고 자기를 꽁꽁 싸맨 채로 방문을 나서 베란다로 갔다.

‘잠들지 않았겠지?’

전태윤의 걱정대로 하예정은 어느새 잠이 들었다.

전태윤은 그 모습에 화나기도, 우습기도 했다. 분명 베란다에서 잠들지 말라고 당부했는데도 그녀는 쌔근거리며 잠자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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