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목소리를 들은 성산은 고개를 돌려 옆에서 조용히 차를 마시고 있는 서준영을 노려보았다. 그는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당신은 누구지? 이 사람을 대신해 나서고 싶어?”서준영은 눈앞에 모든 것을 무시한 채 차분한 표정으로 차를 마셨다. 마치 모든 사람과 지금까지 벌어진 일들은 안중에도 없다는 듯이.김남길은 서준영이 입을 연 것을 보고 바로 외쳤다.“서 선생님 제발 절 구해주세요.”현재로서는 서준영만이 그를 구할 수 있었다.하지만 바닥에 쓰러진 김찬영이 외쳤다.“아버지. 지금이 어떤 시기인데 저런 폐물에게 부탁하는 거예요? 서 선생님은 무슨. 제 생각에 저놈은 이름뿐인 사기꾼이에요.”“이홍산도 죽었는데 저놈이 성산을 이길 수 있을 것 같아요?”“입 다물어.”김남길은 화를 내며 김찬영을 째려보고서는 서준영을 향해 외쳤다.“서 선생님이 제발 나서주세요...”서준영은 담담한 미소를 지으며 조용히 찻잔을 내려놓았다.“김 회장님 제가 여기에 온 이상 당연히 약속을 어기진 않습니다.”이 대화를 들은 성산은 분노하며 김찬영을 차버리고서는 몸을 돌렸다. 그는 사나운 표정으로 서준영을 바라보며 물었다.“이 자식 넌 누구야? 죽음이 두렵지도 않아?”그는 옥상에 올라오자마자 서준영을 발견했다.하지만 성산은 서준영이 너무 어렸기에 신경 쓰지 않았다. 그저 김남길 옆에 있는 부하 정도로 생각했다.그런데 이제 보니 이 자식은 그가 이홍산을 죽이는 과정을 다 지켜보고서도 감히 그를 막기 위해 입을 열었다. 옆에 누군가 도와줄 사람이 있는 것이 아니라면 그냥 바보였다.성산은 해외에서 총알이 빗발치고 생사가 걸린 수많은 전장을 경험했다. 그 뒤로 단기웅의 제자가 되었고 더 이상 이전의 거만한 양아치가 아니었다.서준영과 같은 젊은이를 마주한 그는 서준영을 얕잡아 보지 않고 오히려 신중하게 서준영을 살폈다.이런 상황에서 표정이 변하지 않는 사람은 아주 적었기 때문이다.이때 서준영이 차분하게 대답했다.“전 서준영이라고 합니다.”“서준영? 허허 좋은 이름
그렇게 말한 후 서준영은 손을 들어 마치 공중에서 불어오는 바람을 잡는 것처럼 무언가를 단숨에 낚아채더니 손가락 사이로 길이가 삼척이나 되는 황금빛 기검이 나타났다. 그는 앞을 향해 황금빛 기검을 휘둘렀고 챙하는 소리와 함께 칼날이 대각선으로 날아가 성산의 바로 앞 바닥에 긴 검자국을 남겼다.검자국은 넓이가 한주먹만큼 되었지만 깊이가 삼척이었다.그 순간 성산은 너무 놀라 얼굴이 잿빛이 된 나머지 돌처럼 그 자리에 굳어 있었다.그뿐만이 아니라 김남길과 김찬영 그리고 몰려든 부하들까지 모두 놀란 표정으로 바닥에 난 칼자국을 멍하니 바라보았다.“이거, 이거 정말 사람이야?”“이건 무사가 쓸 수 있는 기술이 아니야. 기운을 모아 검을 만든다니. 아마 대가의 경지에 올라야 이런 기술을 사용할 수 있을 텐데?”“그 이상이야. 삼척의 황금빛 기검은 대가의 경지에 오른 강자라고 해도 모두 사용할 수는 없는 기술이야. 정말 오너 대가가 아니라면...”김찬영은 바닥에 누운 채로 서준영의 간단한 방법을 지켜보더니 충격을 받았다. 그는 어리둥절해하며 온몸을 덜덜 떨었다.‘저, 저 사람이 대가라고?’이때 성산이 눈살을 찌푸리더니 서준영을 바라보며 깊은 목소리로 말했다.“너도 수행자야?”이것이 유일한 해답이었다.그렇지 않으면 서준영 같은 나이에 어떻게 이런 기술을 연마할 수 있을까?서준영은 담담하게 웃으며 대답했다.“맞아요.”이제 성산은 더욱 큰 압박감을 느꼈다. 서준영이 기를 모아 검을 만든 것만으로도 이미 그는 물러나고 싶은 생각이 들었다.아무리 성산이라고 해도 기를 모아 검을 만드는 것은 불가능했다.다음 순간 사람들이 반응하기도 전에 성산은 서준영에게 주먹을 날리는 시늉을 하며 자리에서 발을 굴렀지만 결국 방향을 바꿔 옆으로 달려갔다.“성산이 도망가는 거야?’모두가 놀라며 외쳤다.뜻밖에도 방금까지 이홍산을 한 방에 죽였던 성산이 서준영의 기술을 보고서는 겁에 질려 도망을 갔다.성산은 당연히 도망을 가고 있었다. 서준영의 기술은 이미 그의 한
하늘을 향해 가득 흩뿌려진 피의 안개는 수영장에 떨어졌고 이에 수영장의 물도 붉게 물들었다.정적이 흘렀다. 서준영의 기술에 모두 경악을 금치 못했다.그저 손을 살짝 들어 올렸을 뿐인데 이홍산을 죽인 거만한 성산이 피의 안개로 변하다니...이건 정말 말도 안 되는 마법 같은 기술이었다.아무리 강한 대가 심지어 오너 대가라고 해도 이렇게 할 수 있을까?정말 왕 중의 왕이라면 모를까.“하늘과 땅을 울리는 허공술과 손가락을 움직여 사람을 죽이다니. 이건... 정말 신통한 기술입니다.”“강자 중의 강자만이 이런 신통한 기술을 펼칠 수 있다고 들었는데 저 사람이 그런 기술을 사용하다니.”순간 이홍산의 제자 세 명은 얼굴이 겁에 질려 있었다. 그들은 이제 서준영을 똑바로 쳐다볼 수가 없었고 심지어 그를 함부로 조롱할 수도 없었다.손가락 하나로 성산을 죽인 실력이라면 형익문 신권의 대가인 이태홍이 와도 어떻게 할 수가 없었다.김남길도 믿을 수 없다는 표정이었다. 서준영의 기술에 충격을 받아 그대로 얼어 붙었다.김찬영은 눈과 입을 크게 벌린 채 바닥에 누워있었다. 서준영이 손가락을 움직여 성산을 죽이는 장면이 그의 뇌리에서 지워지지 않았다. 이번 생에는 아마 영원히 잊히지 않을 것이다.이 순간 김찬영의 눈에 서준영은 신이었다. 서준영이 바로 그가 바라던 무술의 경지에 오른 우상이었다.성산이 죽은 것을 본 김남길은 심호흡을 몇 번이나 하고서는 재빨리 일어나 서준영에게 달려갔다. 그는 두 손을 모아 미소를 지으며 아부를 떨었다.“서 선생님 정말 존경합니다. 존경해요. 손가락 하나로 성산을 죽이다니. 선생님의 실력이 얼마나 높은지 예측할 수가 없습니다.”이 순간 김남길은 서준영에 대한 존경을 말로 다 표현할 수가 없었다. 이제 그는 자기가 이전에 용봉 마을에서 했던 선택으로 서준영 같은 고수와 손을 잡은 것이 얼마나 다행인지 몸소 체감했다.‘앞으로 강운시 지하 세계에서 누가 서 선생님의 상대가 될 수 있을까?’김찬영도 다급하게 일어나 팔을 붙잡고서는
서준영은 고개를 돌려 바닥에 무릎을 꿇고 있는 김찬영을 바라보며 물었다.“정말 내 제자가 되고 싶은 거 확실해?”“네, 확실합니다. 저도 사부님처럼 강해지고 싶습니다.”김찬영이 정중하고 간절함이 가득한 얼굴로 말하자, 서준영은 웃으며 김남길을 보며 물었다.“아드님 재질이 좋은데, 어떻게 제가 제자로 받아도 되겠습니까?”김남길은 흥분하더니 즉시 두 손을 맞잡고 허리를 굽혀 말했다.“그럼요. 당연하죠. 서 선생님께서 제자로 받아주신다면 그야말로 우리 찬영이 복이죠.”“찬영아, 어서 사부님께 인사드려!”김남길이 재촉했다.김찬영은 곧바로 세 번 절을 하고 웃으며 일어나 외쳤다.“사부님!”서준영이 웃으며 말했다.“좋아. 시간이 되면 나를 희열루에 데려다줘.”“네.”김찬영은 기쁨이 가득한 얼굴로 서준영과 함께 건물을 나와 그의 페라리를 타고 하연우의 생일파티가 있는 희열루로 향했다.서준영이 떠나는 뒷모습을 바라보며 김남길은 감격에 겨웠다.“남자라면 저래야지. 멋있어.”...김찬영의 페라리는 어느덧 희열루 입구에 도착했다.“사부님도 하연우 씨 생일파티에 오신 거예요?”김찬영이 갑자기 물었다.“맞아. 왜?”서준영이 묻자, 김찬영은 웃으며 가슴속에서 초대장을 꺼냈다.“저도 초대받았어요.”서준영은 고개를 끄덕일 뿐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두 사람은 차에서 내려 희열루 입구로 향했는데 2명의 턱시도를 입은 도어맨이 초대장을 확인하고 있었다.하연우의 생일파티는 아주 성대하게 열렸는데 희열루 통째로 빌렸다. 희열루는 강운시에서 제일 유명하고 오랜 역사가 있는 호텔이고 주인 또한 수많은 유명 인사를 알고 있고 광범위한 인맥을 소유하고 있다. 한동안 희열루는 강운시 파벌들이 분쟁을 해결하는 주요 장소였다고 하는데 마도의 평화 레스토랑처럼 희열루 사장의 인맥이 얼마나 대단한지 알 수 있었다.김찬영은 수다쟁이답게 서준영에게 웃으며 소개했다.“사부님, 희열루의 역사를 아세요? 여기 사장님은 강운시의 수장, 최 비서실장, 소 부국장 그리고 안씨
서준영의 안색이 어두워졌다.“하연우 씨가 초대했어요.”“하하, 당신의 말을 어떻게 믿어요? 희열루가 내 거라고 하면 믿을 거예요? 하연우 씨가 초대했다는 증거가 있어요?”도어맨이 냉정하게 비웃으며 서준영을 경멸의 눈빛으로 노려보자, 그는 미간을 찌푸리며 말했다.“믿지 못하겠으면 들어가서 하연우 씨 찾아서 물어봐요.”“물어보긴 뭘 물어요! 여기서 이러지 말고 당장 꺼져요. 계속 여기서 소란 피우면 사람을 시켜 끌어낼 거예요.”도어맨은 서준영을 바로 보지도 않고 거만하게 소리쳤는데 서준영이 너무 평범한 옷차림이어서 전혀 오늘 파티에 초대받은 귀빈으로 보이지 않았기 때문이다. 오늘 하연우 생일파티에 초대받은 사람들은 모두 유명 인사가 아니면 재벌 2세 혹은 기업의 오너들이었으니 말이다.서준영의 표정이 굳어지며 불쾌한 어조로 말했다.“파티에 초대받은 사람을 이렇게 대하는 거예요?”도어맨이 차갑게 웃으며 말했다.“좋은 말로 할 때 돌아가시지, 초대장이 없으면 아무도 못 들어가요! 당장 꺼져요. 계속 소란 피우면 정말로 사람 불러서 쫓아낼 거니까!”서준영은 얼굴을 찡그리며 겨우 분노를 참고 있었는데 먼저 들어가던 김찬영이 다시 돌아와 물었다.“사부님, 왜 그러세요?”서준영이 미간을 찌푸리며 말했다.“초대장이 없다고 못 들어간대.”“네? 사부님, 정말로 초대장이 없어요?”김찬영이 의아해하며 작은 목소리로 묻자, 서준영이 고개를 저었다.하연우는 구두로 그와 말했을 뿐 초대장을 주지 않았다.김찬영도 난감한 표정을 지으며 생각하더니 돌아서서 도어맨에게 말했다.“저는 김찬영이라고 하는데 저의 아버지는 백마회의 김남길 사장입니다. 이분은 저의 사부님인데 제가 신분을 증명할 수 있으니 한 번만 편의를 봐주시면 안 될까요?”도어맨은 전혀 굴하지 않고 오히려 경멸하는 얼굴로 말했다.“당신 아버지가 누구든 상관없어요! 여기 희열루는 초대장이 없으면 아무도 들어갈 수 없습니다.”“너무하는 거 아니에요?”김찬영은 너무 화가 나서 주먹을 들어 올렸는데
경호원들의 표정은 차갑고 위압적이었는데 도어맨이 서준영을 가리키며 소리쳤다.“저 자식을 혼내줘요!”“네!”순간 십여 명의 경호원이 진압봉을 들고 서준영을 향해 휘두르자, 그는 미간을 찌푸리고 코웃음을 내뱉으며 외쳤다.“주제도 모르는 것들.”서준영이 몸을 살짝 움직이자 번개 빛이 번뜩거리더니 진압봉을 들었던 경호원들은 모두 팔과 다리를 웅크리고 바닥에 주저앉아 고통스러운 표정으로 호소했다. 이어서 서준영은 공포에 떨고 있는 도어맨의 앞에 와서 목덜미를 잡고 들어 올렸다.“이게 희열루에서 손님을 대하는 태도인가?”서준영이 살의가 가득한 눈빛으로 싸늘하게 물었다.도어맨은 숨이 막혀 얼굴이 붉게 달아오르면서 발버둥 쳤는데 금방이라도 죽을 것 같은 느낌이었다.“제발, 제발 살려주세요.”도어맨은 간신히 한마디를 했는데 옆에 있던 김찬영이 달려와서 서준영을 말렸다.“사부님, 놔주시죠. 여기는 희열루에요. 일을 크게 만들지 않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 희열루의 사장은 강운시의 많은 유명 인사들과 친분이 있어요.”서준영도 잠깐 생각하더니 도어맨을 풀어줬다. 무서웠다기보다 일을 크게 벌리면 귀찮아질까 봐서였다.도어맨은 바닥에 쿵 하고 떨어져서는 목을 붙잡고 헛기침을 했는데 방금 전 비굴하게 빌던 모습은 사라지고 음흉한 표정으로 서준영을 가리키며 부르짖었다.“당신 감히 우리 희열루에서 소란을 피웠으니 이제 죽었어! 싸움을 좀 하는 것 같은데 그래도 희열루에서는 당신 뜻대로 안 될 거야!”서준영은 개의치 않으며 말했다.“그래? 그럼 희열루의 실력이 어느 정도인지 보여줘 봐.”도어맨은 코웃음을 치고는 신속히 매니저에게 전화했다.“매니저님, 여기 불청객이 와서 소란을 피우고 있습니다. 우리 십여 명의 경호원도 다쳤습니다.”휴대폰 건너편은 로비에서 손님을 접대하고 있던 도 매니저였는데 도어맨의 말에 의아해하더니 곧바로 분노에 가득 차 소리쳤다.“뭐라고? 누가 감히 희열루에서 소란을 피워? 게다가 십여 명의 경호원이 모두 다쳤다고? 흠, 지금 바로 갈게
순간 도경수 뒤에 있던 건장한 다섯 명의 부하들이 목을 비틀며 주먹을 불끈 쥐더니 서준영을 향해 걸어갔다.“너 당장 무릎 꿇으면 고통을 덜 받게 해줄게.”“주제도 모르고 감히 희열루에서 소란을 피우다니!”“말해봐, 어느쪽 다리를 먼저 부러뜨려줄까?”흉악한 모습을 한 다섯 사람을 바라보던 서준영은 미간을 찌푸리며 옆에 있는 김찬영에게 말했다.“너의 실력이 어느 정도 되는지 한번 보자.”김찬영은 즉시 웃으며 뛰어나와 주먹을 휘둘렀다.“내 사부님을 건드리려면 우선 나부터 이겨봐.”“젠장, 죽여달라고 달려드는 사람도 있네!”“그럼, 우선 너부터 죽여줄게!”말을 마치고 다섯 명은 주먹과 발을 휘두르며 김찬영을 향해 달려들었다.김찬영도 작은 호랑이처럼 달려들어서 다섯 명의 얼굴을 향해 주먹을 날렸는데 순식간에 코피가 흘러나왔다.“젠장, 제법 하는데...”“얘들아, 봐주지 말고 속전속결 하자.”이어 다섯 명은 있는 힘을 다해서 김찬영을 향해 달려들었다. 옆에 있던 서준영은 태연하게 담배에 불을 붙이고 몇 모금 들이켰는데 그는 다섯 명이 모두 외공의 실력이라는 것을 알아챘기에 내공소성의 김찬영이 충분히 상대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역시 1분도 지나지 않아 김찬영은 손을 털며 서준영을 향해 자랑했다.“사부님, 어때요? 저의 실력 괜찮죠?”서준영은 얼굴에 멍이 들고 부어오른 채 바닥에 쓰러져 있는 다섯 명을 보며 담담하게 말했다.“나쁘진 않은데 힘을 쓰는 방법이 잘못됐어. 나중에 가르쳐 줄게.”“감사합니다, 사부님.”김찬영이 신이 나서 말했다.이어 서준영은 바닥에서 통곡하는 다섯 명을 무시한 채 앞으로 걸어가서 겁에 질려 얼굴이 창백해진 도경수에게 물었다.“도 매니저, 이제 내 말를 들을 시간이 있을까?”도경수는 당황해서 침을 꿀꺽 삼키며 말을 더듬었다.“말씀하세요.”서준영이 말했다.“나는 하연우 씨 생일파티에 왔어.”그의 말에 도경수는 온몸에 식은땀을 줄줄 흘리더니 곧바로 고개를 돌려 도어맨의 뺨을 때리며 화를 냈다.“죽으려
서준영이 담담하게 웃으며 말했다.“좋아요. 방금 한 말 꼭 기억해요.”잠시 후, 정문 앞으로 여러 명의 사람들이 걸어왔는데 선두에 있는 남자는 마치 흑곰처럼 건장한 체격을 가지고 있었다. 그리고 멀리서부터 중저음 목소리로 소리쳤다.“젠장! 대체 누구야? 누가 감히 내가 관리하는 데서 소란을 피워? 여기가 희열루인지 모르는 거야, 뭐야?”도경수는 석천승이 나오는 걸 보고 서둘러 돌아서서 웃는 얼굴로 인사를 하며 맞이했다.“석 관장님, 오셨네요. 이 자식이 우리 십여 명의 경호원을 쓰러 눕혔습니다. 그리고 관장님께서 저에게 붙여주신 다섯 명도 모두 다쳤어요. 게다가 더 어이없는 것은 이 자식이 초대장이 없으면서 오늘 파티장에 들어가겠다고 하는 것입니다. 그러니 잘 혼내주세요.”석천승은 주위에 쓰러져 있는 여러 명의 경호원을 보더니 안색이 어두워지며 분노했다.“걱정하지 마세요. 내가 있는 한 사람이든 귀신이든 모두 무릎 꿇고 사과를 해야 할 겁니다.”말을 마친 석천승은 고개를 들고 서준영 쪽으로 걸어갔는데 가로등이 서준영의 얼굴에 비친 관계로 석천승의 눈에는 서준영의 윤곽만 보일 뿐 얼굴은 잘 보이지 않았다.그럼에도 불구하고 석천승은 서준영의 윤곽을 좀 더 가까이에서 보는 순간, 깊은 기억 속에 있던 오랜 기억을 떠올리면서 가슴이 철렁했다. 하지만 그는 불가능하다고 생각하고 곧바로 호통쳤다.“당신, 누구야? 감히 내 구역에서 소란을 피우다니, 죽고 싶어? 지금 명령하는데 당장 기어 와서 무릎 꿇고 고개 숙여 사과해. 그렇지 않으면 손발 모두 부러뜨릴 거니까!”서준영은 입꼬리를 살짝 치켜올리더니 음흉하게 웃으며 냉정하게 말했다.“석 관장님, 오랜만이에요. 성격은 여전하시군요. 상처는 다 나았나 봐요.”그의 목소리를 듣는 순간 석천승은 몸이 굳어버렸는데 너무나 익숙한 목소리였기 때문이다. 게다가 서준영의 냉정하고 요사스럽게 웃는 얼굴을 보는 순간 그때의 기억이 솟구쳐 올라왔다.‘젠장, 설마?’석천승이 반응하기도 전에 그의 옆에 있던 부하들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