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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9화

추운 날씨 탓에 윤아는 두꺼운 외투를 입었음에도 욕실 벽의 한기를 느낄 수 있었다. 그러나 그녀의 어깨를 잡은 수현의 손에 힘이 잔뜩 들어가 어떻게 움직여도 빠져나갈 수 없었다.

윤아는 애꿎은 힘만 빼고 결국 지쳐 거친 숨만 내쉬었다. 그녀는 고개를 들어 자신을 누르는 수현을 노려보며 냉소를 터뜨렸다.

“뭐 하는 짓이야? 괜히 찔리니까 화내는 건가?”

수현은 잔뜩 그늘진 얼굴로 윤아를 내려다보았다.

윤아의 눈동자는 맑은 호수같이 일렁이고 있었는데 욕실의 불빛까지 더하니 반짝이며 바스러지는 보석같이 아름다웠다. 그뿐만 아니라 오뚝한 콧날과 선홍빛의 입술도 수현을 홀려버릴 듯 반짝거렸다.

그러나 윤아는 가시 돋친 장미같이 그 고운 입술로 뾰족한 말들만 내뱉는다. 가시 돋친 말들이 너무 아파 수현은 당장이라도 그녀의 그 작은 입술을 막아버려 다시는 말이 나오지 않게 만들고 싶다는 충동이 들었다.

그는 생각 끝에 몸을 숙여 그녀의 입술 위에 자신의 입술을 포개어 윤아가 하려던 말을 끊어버렸다.

“네...읍.”

상체를 숙이는 수현을 보며 윤아도 불안한 예감이 들었으나 순식간에 일어난 일이라 미처 피하지 못했다. 윤아는 한 글자밖에 뱉지 못하고 덮쳐오는 그의 익숙하고 따뜻한 숨결에 잡아먹혔다.

강소영이 돌아오기 전에 윤아는 수현이 키스하는 걸 거부하지 않았다. 그를 좋아하기에. 마음으로도 몸으로도 그를 원했기에. 그 당시 윤아는 좋아하는 남자와의 키스였기에 꽤 수줍어했었다. 게다가 수현은 키스하는 방식도 그의 거침없는 성격과 닮아 예고 없이 쏟아지는 소나기처럼 도무지 종잡을 수 없었다. 덕분에 윤아는 종종 그와의 키스가 끝날 무렵에는 영혼까지 탈탈 털린 기분을 느끼곤 했다.

지금도 수현은 화가 난 탓인지 오랫동안 참았던 탓인지 거칠게 윤아에게 입 맞춰왔다. 그녀의 얼굴을 잡은 손에는 저도 모르게 힘이 들어가 말랑한 볼살을 짓눌렀다. 그의 숨결은 거칠고 다급했다. 마치 그녀에게 감정을 쏟아내듯 거침이 없었다.

윤아는 온 힘을 다해 수현을 밀어내고는 손을 뻗어 그의 뺨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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