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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2화

그녀는 조금의 미련도 없어 보였다. 지금 방을 따로 쓰겠다고 할 때처럼, 담담했다.

윤아의 손목을 잡고 있던 손힘이 점점 풀리고 있다.

손이 자유를 회복하자, 윤아는 곧 몸을 돌려 물건을 마저 정리했다.

그런 윤아를 보는 수현은 가슴이 답답해 났고 화가 치밀었다. 그는 손을 뻗어 넥타이를 잡아당기며 성가시다는 듯 입을 열었다.

“지금 각방 쓰면 도우미들이 금방 눈치챌 거야.”

이 점에 대해, 윤아도 고려해 보았다.

“상관없어. 어차피 우리 곧 이혼할 거잖아.”

“그러면 할머니는?”

“할머님께서는 눈치채지 못할 거야.”

“그걸 어떻게 장담하는데. 집안의 도우미 중 할머니 사람이 없을 것 같아?”

이 말을 듣자, 윤아는 동작을 멈추었다.

이건 전혀 생각해 보지 못했던 일이었다.

한참이 지나서야 윤아는 입을 열었다.

“그렇다면 할머님께서 수술 마치신 다음에 다시 얘기해.”

너무 서두를 필요는 없었다. 어땠든 할머님 건강이 우선이었으니까.

이 말을 들은 수현은 피식 웃음을 흘렸다.

“너 되게 억울해 보이네.”

“괜찮아. 이렇게 사는 거 벌써 이년이나 됐잖아.”

“그래? 이 년 동안 억울했다는 소린가?”

“......”

처음이었다. 수현이 이렇게 막무가내로 나온 것은.

윤아는 고개를 옆으로 돌려 수현과 더는 말 섞기 싫다는 태도를 보였다.

아마 이성적인 대화는 불가능했을 거다.

두 사람 다 그런 대화를 유지할 수 없었으니까. 어차피 아무 것도 바꿀 수 없을 텐데 더 말해봤자 무슨 소용이 있을까.

수현은 잠시 윤아를 조용히 바라보다 입꼬리를 살짝 올리며 조롱하듯 말했다.

“왜 그런 표정 짓고 있는 건데. 네가 날 만나고 싶지 않다면 앞으론 돌아오지 않을 게.”

이 말을 마치고 수현은 성큼성큼 밖을 향해 걸어 나갔다.

윤아는 한참 동안 그대로 서 있었다. 수현이 떠나자마자 온몸의 힘을 뺏긴 듯, 침대에 기대 스르륵 앉았다.

아래층 대문에서 들려오는 소리를 듣고 그녀의 얼굴은 사색으로 뒤덮였다.

이분이 지나서 집사가 헐레벌떡 윤아를 찾아왔다.

“사모님, 도련님께서 왜 금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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