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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75화

송임월이 저 멀리 달려갔다. 서지현은 구석에 가만히 앉아 몸에 둘린 담요를 만지작댔다. 마음 한편이 따뜻해졌다.

맨체스터 시티에 있을 적 그녀는 종종 이웃집의 집시들과 얘기하곤 했다. 그들은 점성술과 같은 초자연적인 것들을 좋아했는데, 사람들 사이의 인연은 초자연적이라 과학적으로 설명하기 어렵다고 했다. 똑같이 처음 보는 사람이라도 누군가는 이유 없이 정이 가는 반면 누군가는 이유 없이 싫어지는 것이 그 예라고 말했다.

마치 가연왕후와 송임월처럼 말이다.

가연은 비록 고귀한 신분을 가지고 있었지만, 서지현은 그녀에게 정이 가지 않았다. 반면 송임월은 서지현을 다치게 했다. 하지만 서지현은 그녀가 밉기는커녕 그녀를 위해 변호하고 있었다.

‘임월 전하는 그저 정신이 오락가락해서 그랬을 뿐이야. 절대 일부러 그런 게 아니야.’

서지현은 한숨을 내쉬었다. 머릿속은 온통 어떻게 도망칠지 하는 생각뿐이었다.

사실 가연왕후는 이미 그녀더러 황궁을 떠나라 했다. 서지현이 금방 정전을 나섰는데 바로 앞에서 송지아가 사람들을 이끌고 걸어오고 있었다. 그녀가 송지아에게 예를 차리고 몸을 일으키는 그 순간, 손수건 하나가 그녀의 입과 코를 틀어막았다. 서지현은 그대로 의식을 잃고 말았다. 정신을 차렸을 때는 이미 이곳 서궁에 와 있었다.

서지현은 주머니를 뒤적거렸지만, 그 안에는 아무것도 없었다. 핸드폰은 아마 정전에 남아있을 것이다. 하지만 이곳은 서궁이었다.

그녀는 밖을 쳐다보았다. 궁전이라고는 하지만 이곳은 사실 감옥과 비슷했다. 문가의 경비는 개미 한 마리도 빠져나갈 수 없을 정도로 삼엄했다.

하지만 궁 안에는 별사람이 없었다. 시녀들은 모두 송임월이 미쳐 날뛸까 봐 무서워 문밖에서 들어오려고 하지 않았다.

서지현은 입술을 깨물었다. 아무 방법도 생각나지 않았다.

송임월도 돌아오지 않았기에 지금 궁 안엔 서지현 한 사람밖에 없었다. 묘한 긴장감이 그녀를 감쌌다.

이때 발소리가 들리더니 시녀 한 명이 방금 달인 약을 들고 들어왔다.

“당신은...”

시녀가 이상하다는 듯 입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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