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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02화

가연이 인상을 쓰며 물었다.

“뭔데?”

옥이가 침을 삼켰다. 이게 마지막이었다. 그녀는 열여덟 살부터 가연을 모셨기에 그녀에 대한 감정이 깊었다. 하지만 가연에게 그녀는 중요한 사람이 아닌 듯싶었다.

“제 아들 학교 말인데요...”

“이미 해결해 줬잖아?”

“마마, 그 학교는 꼴통 학교에요! 학생들은 패싸움하고, 선생들도 제대로 일하지 않고, 아무것도 배울 수 없어요!”

“하지만 호적이 필요 없는 건 거기뿐이잖아. 옥아, 네 아들은 사생아야. 호적도 없는 애가 어떻게 공립학교를 다녀?”

옥이가 멍해졌다. 그녀는 조용히 가연의 비웃음 어린 눈길을 쳐다보았다. 십여 년의 충성이 한낱 종이조각이 된 기분이었다.

호적?

왕후의 시녀가 제 아들의 호적도 만들지 못한다니, 누가 믿을 수 있겠는가?

가연이 입만 열면 해결될 문제였다. 5분도 채 걸리지 않을 것이었다.

하지만 가연은 절대 입을 열지 않았다. 가연에게 옥이는 딱 그 정도밖에 안 되는 사람이었다.

옥이는 맨체스터 시티에 있을 때 강서연에게 똑같이 말했었다.

“제 아들은 사생아라서 호적에 없어요. 그래서 공립 학교를 못 다니는데, 사립 학교를 보내려니 학비가 너무 비싸네요.”

“걱정 마요, 제가 해결해 줄게요.”

강서연은 그렇게 대답했다. 그저 해보는 말인 줄 알았는데, 사흘 뒤 남양 최고의 공립학교 교장에게서 전화가 걸려 왔었다.

......

“멍하니 뭐 해?”

가연의 질책에 옥이가 정신을 차렸다. 그녀는 웃으며 고개를 숙여 붉어진 눈시울을 가렸다.

“옥아, 만족하지 못하는 건 알겠지만, 이게 내 최선이야. 내가 왜 한낱 시녀 때문에 학교 교장에게 부탁해야 해? 심지어 사생아잖아. 치욕스러운 사생아 말이야!”

“마마! 사생아가 뭐 어때서요? 사생아는 이 세상에 살아갈 자격도 없는 거예요? 교육받을 권리도 없는 건가요?”

가연은 서지현만 생각하면 저도 모르게 흥분했다.

“사생아는 방해만 되는 존재야. 됐어, 여기까지 하자. 경고하는데, 여기저기 내 이름 대고 다니지 마. 들켰다가는 너고 네 아들이고 모두 끝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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