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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33화 우연

하지만 그는 그래도 안효연의 기억이 돌아오기를 바랐다. 18년간의 기억을 잃고 자신이 누군지도 모르고 있으니 어딘가 부족한 기분을 느끼고 있을 것이 분명했다.

안효연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녀는 다정한 두 사람이 곁에서 걱정하고 있으니 마음속 어딘가가 따스해지는 기분이었다.

그녀도 얼른 기억을 되찾고 싶었다. 하지만 기억나는 것은 하나도 없었다. 그녀가 기억해내려고 하면 할수록 극심한 두통이 느껴졌다. 지금, 이 순간에도 그녀는 두통이 느껴졌다.

안효연은 결국 미간을 찌푸렸고 아프다고 말하지도 않았지만, 나엽은 바로 알아챘다.

“효연아, 그만 생각해. 괜찮아, 언젠가는 생각날 거야.”

그는 큼지막한 손으로 그녀의 작은 손을 감쌌다.

“지금 우리는 그냥 산책하고 있는 거야. 야경만 구경하면 돼.”

안효연은 웃으면서 대답했다.

“그래.”

곧이어 세 사람은 다시 걸음을 옮겼다. 윤성아도 두 사람과 같이 가고 싶었지만 이미 임신 40주 차가 지난 그녀는 배가 너무나도 무거웠다. 그녀는 결국 더는 걸을 수가 없다고 판단해 자신 때문에 두 사람의 분위기를 망치고 싶지 않았기에 바로 나엽에게 말했다.

“효연 언니랑 계속 산책하면서 둘러봐요. 난 먼저 호텔로 돌아가 볼게요.”

나엽은 바로 윤성아가 힘들다는 것을 눈치챘다. 하여 그와 안효연도 윤성아와 함께 호텔로 돌아가려 했다.

“괜찮아요.”

윤성아는 거절했다. 그녀는 두 사람에게 말했다.

“두 사람은 계속 산책하고 계세요. 여긴 호텔이랑 멀지 않으니 저 혼자서도 찾아갈 수 있어요. 그러니까 걱정하지 마요.”

하지만 만삭이 된 그녀의 모습에, 조금 전까지 눈이 내린 탓에 길이 아주 미끄러웠기에 나엽과 안효연은 걱정을 안 할 수가 없었다.

그래서 두 사람은 먼저 윤성아를 호텔로 데려다주기로 했고 다시 나와서 산책하고 싶은 마음이 생기면 나오기로 했다.

“정말로 괜찮아요.”

윤성아는 웃으면서 말했다.

“제 몸은 제가 더 잘 알아요. 갈 때 조심히 갈 거고, 힘들면 쉬다가 갈 테니까 걱정하지 마요. 게다가 호텔도 멀지 않잖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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