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

제53화 견딜 수 없는 슬픔

말을 마친 장석호는 윤성아에게도 사고 장면의 CCTV를 보여줬다.

비 오는 날의 어두운 밤, 양지강은 휘청거리며 도로를 달리다가 빠르게 지나가는 차에 치여 쓰러졌다. 운전석에서는 한 여자가 내려와 그의 상황을 살펴봤다. 그러자 그는 여자의 다리를 잡으며 뭐라 말했지만, 여자는 매몰차게 뿌리치며 돈을 던져주기만 했다.

여자가 다시 차에 올라타서 시동을 걸자 양지강은 몸으로라도 막으려고 했다. 그러다가 또다시 차에 치여 아예 날아가 버리고 말았다. 여자는 겁먹은 듯 창밖으로 머리를 내밀었다가 그대로 도망갔다.

그날은 비가 아주 쏟아지듯 내린 날이었다. CCTV도 뚝뚝 멀어지는 물방울로 인해 희미하기는 했지만 피투성이가 된 채 차를 막으려던 양지강의 모습, 그리고 매몰차게 그를 뿌리치던 여자의 모습은 아주 선명하게 보였다.

여자는 애초부터 사고에 책임질 마음이 없어 보였다. 자신의 차에 치여 사람이 죽었다는 것을 알고도 CCTV가 주변에 있는지 없는지부터 확인했으니 말이다.

이때 장석호가 여자의 얼굴을 확대했다. 너무 먼 거리에서 찍힌 영상이라 화질이 나쁘기는 했지만 무시할 수 없는 익숙한 느낌이 들었다. 그리고 윤성아는 곧 CCTV 속 여자의 얼굴이 자신과 똑같다는 것을 발견했다.

‘안효주! 이건 틀림없이 안효주야!’

양지강을 죽인 사람이 안효주일 줄은 아무리 윤성아라고 해도 예상치 못했다.

“비록 CCTV에 잡힌 얼굴이 희미하기는 하지만 그래도 저희가 최선을 다해 조사할게요. 다행히 차량 번호판이 제대로 찍혀서...”

장석호는 설명을 계속했지만, 윤성아는 한마디도 듣지 못했다. 눈물은 주체가 되지 않고 줄줄 흘러내렸고 목소리도 제대로 나오지 않았다.

“형사님, 이 영상 한 번 더 봐도 될까요?”

“그럼요.”

장석호는 CCTV를 재생했다.

윤성아는 눈을 똑바로 뜨고 양지강이 차에 치이고, 버둥거리며 일어나고, 또다시 차에 치여 쓰러지는 모습을 바라봤다. 비록 소리가 들리지 않기는 했지만 아무래도 안효주를 그녀로 착각한 듯했다.

비 오는 날 밤의 시골길, 사채업자에
잠긴 챕터
앱에서 이 책을 계속 읽으세요.

관련 챕터

최신 챕터

DMCA.com Protection Statu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