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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847화

방 안의 분위기는 무겁고 조용했다. 오범석은 임구택에게 자신의 핸드폰을 건네며 녹음을 재생하자 곧바로 심명의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조금만 더 안아도 될까?”

“이렇게 오랫동안 보지 못했는데, 나를 그리워하지 않았어?”

“나는 그리워서 몸무게까지 줄었어.”

“이번에 돌아왔으니 더는 가지 않을 거야.”

“아버지 말씀이, 제대로 된 여자친구만 생기면 다시 돌아오게 해 주신대.”

“그건 간단해, 나중에 널 아버지에게 소개시켜 주면 되지.”

심명의 목소리는 흥분과 애정이 섞인 듯, 가벼우면서도 진지한 어조로, 마치 소희에 대한 깊은 사랑을 내비치고 있었다. 구택은 눈을 반쯤 감고 입술을 굳게 다물었는데 온몸에서 차가운 살기가 느껴졌다. 이에 범석은 구택의 얼굴색을 조심스레 살피며 말을 이었다.

“그 후에 심명이 저를 때렸어요. 저는 기절했고, 둘 사이에 무슨 일이 있었는지는 모르겠어요. 하지만 눈을 떴을 때, 심명이 그 여자를 계속 안고 있었어요.”

그 말을 끝내자마자, 구택의 얼굴은 더욱 어두워졌고, 일어나서 범석을 발로 찼다. 이에 범석은 공중으로 날아가며 바닥에 ‘퍽’ 소리와 함께 쓰러졌다. 범석의 가슴은 극심한 통증에 뒤틀렸고, 이빨 두 개가 부러지면서 입에서 피가 흘렀다.

구택은 외투를 벗고 검은 셔츠만 입은 채로, 어두운 눈빛과 압도적인 존재감으로 다가왔다. 이에 범석은 무의식적으로 뒷걸음질 쳤고, 벽에 등을 기대고 앉았다. 범석의 얼굴에는 공포와 혼란이 역력했다.

“근데 왜 그곳에 있었지?”

구택의 질문에 범석은 당황해서 말문이 막혔다.

“일어나서 말해!”

범석은 벽에 기대어 힘겹게 일어섰고 너무 놀란 나머지 바지는 이미 젖어 있었다.

구택은 미간을 찌푸리며 말했다.

“그 두 사람이 3층에서 대화하는 동안 거기에 왜 있었는지 말해봐. 우연이라는 개떡 같은 말은 하지 말고.”

“그래서 네가 그 여자를 따라갔는지, 아니면 심명을 따라갔는지 말해.”

“저, 저.”

범석은 얼굴이 새하얘졌고 소희를 따라간 것을 말할 수 없었다. 범석은 심명에게 발길질을 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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