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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923화

임구택은 텅 빈 의자를 바라보며 창백한 얼굴로 서 있었다. 구택은 테이블 쪽으로 걸어가자, 테이블 위에는 전자 패드가 놓여 있었다. 전자 패드의 불빛이 깜빡이며 벽에 희미한 빛과 그림자를 투영시키자 수천 개의 이미지가 눈 깜짝할 사이에 스쳐 지나갔다. 이로써 자신과의 영상 통화는 모두 미리 녹화된 것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대화는 맥락에 따라 급속도로 전환되었고, 전환 속도는 눈으로 감지하기 어려울 정도였다. 휴대폰 속에서 소희의 미소가 옅었다.

“자기야, 왜 말이 없어?”

구택은 고개를 숙여 영상 속의 소희를 바라보았는데 두 눈은 충혈이 되었고, 말을 뚝뚝 끊어 물었다.

“소희야, 어떻게 날 이렇게 속일 수 있어?”

영상 속에서, 소희는 구택을 멍하니 바라보았고 구택은 영상을 꺼버리고, 돌아서서 빠른 걸음으로 밖으로 나갔다.

“구택 씨, 도대체 무슨 일이에요?”

오석이 불안해하며 따라갔고 구택은 차가운 기운을 풍기며 크게 걸음을 옮겼다. 문을 나설 즈음, 강재석이 서둘러 다가왔다.

“구택아!”

구택은 발걸음을 멈추고 돌아섰다. 큰 키의 몸이 어둠 속에 서 있었고, 얼굴은 짙은 그늘에 가려진채 눈을 조금 내리깔며 말했다.

“할아버지!”

강재석의 얼굴은 당황스러움으로 가득했다.

“소희가 정말로 밀라노에 심사위원으로 간 게 아니지? 소희는 너를 속였고, 나도 속였어!”

구택은 허스키한 목소리로 대답했다.

“저 지금 바로 소희를 찾으러 갈 겁니다. 어디에 있든, 반드시 찾아올게요.”

“소희는 강시언을 찾아갔어. 분명히 시언이를 찾아갔을 거야!”

강재석은 침착한 표정이었지만 말투에 당황하면서도 후회가 묻어났다.

“다 내 잘못이야. 왜 내가 소희 앞에서 시언을 언급했을까? 왜 그랬을까?”

“쿨럭쿨럭쿨럭쿨럭!”

강재석은 감정이 격해지며 심하게 기침했다.

“어르신!”

“할아버지!”

오석과 구택은 동시에 강재석을 부축했다.

“괜찮아!”

강재석은 깊게 숨을 들이쉬고, 솟구치는 분노를 진정시켰다.

“서두르지 마세요, 저는 소희를 찾을 겁니다.

구택이 결연하게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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