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뒷마당 방에 갇혔어요.”김서진이 물었다.“주효영을 만나실 건가요?”김서진은 진정기가 주효영을 보고 싶어 하지 않으리라 생각했다. 어쨌거나 어느 정도는 주효영에게 당했었으니 말이다.“한번 만나 보죠.”잠시 생각에 잠기던 진정기가 자리에서 일어섰다.김서진은 곧 방문 앞에 도착하여 자물쇠를 열고 먼저 안으로 들어갔다. 안은 비록 사람을 가둔 곳이지만, 전혀 냄새가 나지 않고 꽤 깨끗했다.안을 한 번 살펴보니, 주효영은 벽에 기대어 앉아 두 눈이 휘둥그레진 모습이었다.주효영은 지난 며칠 줄곧 그랬다. 아무런 생기가 없는 것 같았는데 마치 미련이 없는 것처럼 느껴지지만 조건을 이야기하기 시작하면 오히려 생기발랄한 모습을 보였다.김서진은 주효영의 앞에 가서 멈추고 손을 들어 진정기를 막아서 안전한 거리를 두고서야 입을 열어 불렀다.“주효영.”주효영은 눈을 한 번 깜박였지만 아무런 반응도 보이지 않고 입꼬리만 살짝 올리고 말했다.“왜, 생각이 바뀌었어? 손을 잡는 일을 얘기하러 온 게 아니라면 꺼져! 나 혼자 잘 지내니까!”“내가 널 만나자는 게 아니야.”김서진은 말하며 옆으로 몸을 기울였다.주효영은 누가 만나려고 해도 별 관심이 없는 듯 여전히 사람을 보지 않고 벽에 기대어 나른하고 무기력한 모습이었다.“효영아.”진정기가 마침내 입을 열어 이름을 불렀다.목소리가 익숙했는지 주효영은 어리둥절해 있다가 비로소 고개를 돌려 찾아온 사람을 바라보았다.누군지 똑똑히 본 뒤 어리둥절하더니 갑자기 웃음을 터뜨리며 한참 웃다가 입을 열었다.“왜요, 자랑하러 왔어요?”“...”진정기는 어이가 없었다.어이없게도 그들 가족 모두 이런 공통점이 있는 것 같다.‘왜 다들 남들이 자랑하고 비웃으러 왔다고 생각하는 거지? 무슨 우스운 것이 그렇게 많다고? 그들을 보면 감탄과 분노만 보이는데 대체 뭐가 우스워야 하는 거지?’“너희들의 실험실은 이미 파괴되었어.”주효영의 질문에 대답하지 않고 진정기는 다른 말을 했다.눈빛이 1초 정도 굳어졌지만, 주효
알고 보니 주효영은 자신의 아버지에게 닥칠 일을 알고 있었고, 바깥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알고 있었지만 조금도 걱정하지 않았다. 진정기는 주효영이 냉혈하고 지독하다는 것을 알았지만, 자신의 부모에게까지 냉혈 할 줄은 몰랐다.“걱정 안 해?”진정기는 얼굴을 찌푸리고 자기도 모르게 몇 마디 더 물었다.주효영은 빈정거리며 웃었다.“나 자신도 지킬 수 없는데 그 사람을 왜 걱정해요? 게다가, 아빠는 원래 멍청해서 장사에 적합하지 않은데 스스로 하겠다고 우긴 거예요. 세상은 원래 우승열패, 약육강식이잖아요. 아빠의 IQ로 지금까지 버틸 수 있은 것도 나한테 고마워해야 해요.”진정기는 주효영의 말에 충격받았고, 김서진은 할 말을 잃었다.다들 침묵하는 것을 보고, 주효영은 뭔가를 깨달았는지 몸을 똑바로 일으키고 천천히 말했다.“내 말이 듣기 안 좋을 수도 있지만, 사실이에요. 만약 당신들이 아빠를 동정한다면, 왜 아예 풀어주지 않는 거죠? 나한테 와서 말하고, 내가 사정하면 무슨 소용이 있어요?”“하지만 너 때문에 연루된 거잖아.”진정기가 조용히 말했다.주효영은 오히려 웃기 시작했다.“만약 내가 아니었다면, 아빠는 벌써 들어갔겠죠. 고모부, 우리 아빠 머릿속의 그 지능으로 한 짓이 아직도 적어요? 지난 몇 년 동안, 고모부 설마 몰랐어요? 아빠가 들어가는 것은 시간문제이지 나를 탓할 수는 없어요. 한 발 늦은 걸 탓해요. 빨리 성공할 수 있다면, 아마 아빠는 나에게 기대어 복을 누릴 수 있었을 거예요.”진정기는 한숨을 쉬며 고개를 저었다. 주효영은 자신이 한 일을 절대 후회하지 않았고, 조금이라도 더 빨리 성공하지 못한 것만 후회했다.진정기는 주효영이 무슨 말을 하는지 알고 있었다.“한발 늦었다는 건 너희들이 만든 독백신을 세상에 퍼뜨려 더 많은 사람을 해치는 것이냐?”옆으로 늘어뜨린 두 손을 주먹으로 움켜쥔 채, 그곳을 들여다본 진정기는 충격과 함께 분노에 휩싸였다.“이 세상에 쓸데없는 사람이 너무 많다고 생각하지 않아요? 쓸모없는
대사관의 요즘 분위기는 좀 이상했다.모든 직원이 성실하게 일하고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거의 모든 방문객을 사절하고 원래 예정된 일정도 연기되어 대사관 내부 업무 조정으로 이틀을 쉬게 되었다.소문으로는 H 국에서 보낸 사람이 소독 작업을 했는데, 결국 독을 방출했다고 했다. 대사관 내부에 이미 중독된 사람이 있는데, 단지 증폭되지 않기 위해 일을 널리 알리지 않았을 뿐이라 했다.이 소문이 어디서 났는지 알 수 없었고 다른 각국 대사관들도 술렁이고 있었다.얼마 전 남아시아를 휩쓴 전염병을 그들 모두 보았거나 직접 경험했다. 그래서 두려워하지 않는 사람이 없을 정도였다. 이런 역병이 다시 온다면 어떤 결과가 나올지 알 수 없는 일이었다.그래서 모든 사람이 걱정에 빠졌고 대사관은 저마다 엄격하게 조사하기 시작했다. 심지어 더 강력한 세력은 이미 H 국에게 해명을 요구했다.H 국 쪽은 당연히 오리무중이었다. 어떻게 이런 소문이 났는지 알 수 없었지만, Y 국 대사관에서 시작한 이상 반드시 이 근원을 찾아 확실히 해야 했다.하지만 Y 국 대사관은 외부와의 만남을 일절 사절하고 있어 소문은 더욱 진위 적이고 신빙성 있게 들렸다.그러나 Y 국 대사관에서 정작 업무 연기의 원인이 자신들의 우두머리인 프레드 공작의 실종 때문이라는 사실을 아무도 몰랐다.이로 인해 대사관 안은 잠시 아수라장이 되었다. 그들 중 여왕 폐하가 계신 것을 아는 사람은 많지 않았고, 측근들 중 몇 명은 당연히 침묵을 지켰다. 프레드의 실종은 그들을 더욱 당혹스럽게 했는데 쩔쩔매고 어찌할 바를 몰랐다.그들이 여왕 폐하에게 여쭐 것인지, 아니면 공작 어르신이 돌아오기를 기다릴 것인지 갈등하고 있을 때 프레드가 다시 나타났다.“공작 어르신.” 안도의 한숨을 내쉬고 난 측근은 빠른 걸음으로 다가갔다. “지난 며칠 동안 어디 계셨어요? 우리는 모두 초조해 죽을 뻔했어요.”그러나 프레드는 어두운 얼굴을 하고 걸음을 재촉했다. “한소은 그 여자 어디 있어?”“아, 아직 다락방에 갇혀 있어
나이프와 포크를 내려놓고 숟가락을 들어 앞에 놓인 케이크를 살짝 긁어낸 뒤 입에 넣고 눈을 감는 모습은 마치 즐기는 듯했다.“한소은...”프레드는 빠른 걸음으로 다가와 손을 들어 한소은 앞에 있는 모든 음식을 바닥에 쓸어내렸다. “여기서 먹고 마시고 싶은 마음이 아직도 남아 있어? 내가 너에게 너무 인자한 거야, 그렇지?!”우당탕-식기가 땅에 떨어져 산산조각이 나는 소리가 들려왔다.한소은은 발광한 프레드를 아무렇지도 않게 담담한 표정으로 바라보고는 숟가락에 묻은 크림을 조용히 핥았다.오히려 아래층에 지키고 있던 측근이 이렇게 소란스러운 소리를 듣고 하마터면 위층으로 올라가 상황을 보려고 할 뻔했다.하지만 프레드가 무슨 소리를 들어도 올라오지 말고 아래에 있으라고 한 것이 떠올라 움직이지 않고 가만히 서 있었다.이때 프레드는 침착한 한소은을 보며 답답해서 가슴이 터질 것 같았다.한소은이 아직 쓸모가 있는 게 아니라면, 아직 이용가치가 남아 있지만 않았더라면 프레드는 정말로 손으로 목 졸라 죽이고 싶다.하지만 한소은이 입을 열자 프레드는 하마터면 충동을 억누르지 못할 뻔했다.한소은은 숟가락을 내려놓고 자신을 노려보는 프레드를 보고는 천천히 시선을 내리깔았다. 눈빛이 물건을 뒤집은 프레드의 손에 떨어지는 순간 덤덤하게 한마디 했다. “보아하니, 네 손이 거의 다 나았구나.”프레드는 깜짝 놀랐다.말하지 않으면 잊을 뻔했다. 한소은이 며칠 전 자신의 팔을 부러뜨렸다는 사실이 또 머릿속에 떠올랐다.며칠 동안 깁스를 했더니 이젠 좀 나아졌지만, 아직 힘을 줄 수 없었다. 힘을 줄 때마다 계속 시큰거리고 아팠다.하지만 또 다른 일에 비하면 이건 아무것도 아니었다.“도대체 무슨 독을 먹인 거야?” 눈이 벌겋게 된 채 프레드가 기세등등하게 따져 물었다.눈썹을 치켜올리며 한소은은 빙긋 웃었다. “난 몰라.”“네가 어떻게 모를 수가 있어!” 프레드는 화가 나서 폭발할 것 같았다.“말은 그렇게 하면 안 되지. 프레드 당신이 그것이 독이라는
도대체 언제 독약을 만들어 냈고 자신은 왜 조금도 몰랐는지 이해할 수 없었다.여기엔 감시카메라가 너무 많고, 도청 장비도 충분해서 한소은의 일거수일투족이 모두 자기 손아귀에 있으니 이런 일이 생길 리가 없다.“어떻게 된 일인지 중요해?”한소은이 웃었다. “내가 마술을 부리는 건지도 몰라.”프레드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웃고 있는 한소은을 보던 프레드가 갑자기 손을 떼고 포악한 기운도 많이 누그러졌다.“악.”비명을 지르며 프레드는 천천히 주저앉아 한 손으로 복부를 감싼 채 괴로운 표정을 지었다.프레드의 모습을 지켜보던 한소은은 전혀 놀라지 않고 살짝 몸을 기울여 더욱 정면으로 마주 보고 고개를 숙였다. “어때, 많이 힘들지?”프레드는 대꾸하지 않았다.“매일 점심때마다 속이 타들어 가는 것 같지 않았어? 아무것도 못 먹어 배고픈데 또 배불러. 탈진할 때까지 설사하고 복통을 호소했겠지.”진지하게 지켜보는 한소은의 표정은 마치 환자의 병세를 걱정하는 의사처럼 엄숙하게 병세를 묻고 원인을 분석하려고 애쓰는 모습이었다.아랫입술을 꽉 깨문 프레드는 여전히 그 말을 하지 않았지만, 마음속으로 한소은이 말한 것이 다 맞다는 걸 알고 있었다.거의 모든 핵심을 찔렀다. 이틀 동안 확인하러 간 것 외에는 몸이 견딜 수 없이 너무 안 좋았다.첫날에는 구역질과 구토를 대수롭지 않게 여겼고, 그날 밤의 설사도 단지 배탈이 난 줄로만 알았다. 하지만 다음날에는 분명히 더 이상했다. 기운이 없고 몸이 아픈 프레드는 한소은이 한 말이 생각났다. 한소은이 자신에게 그 알 수 없는 것을 먹인 것도 함께 떠올랐다.이곳의 의사들 중 아직 첩자가 있을까 봐, 그리고 의사들 의술이 부족할까 봐, 프레드는 특별히 몰래 귀국하여 심복 의사를 찾아가 전면적인 검사했다. 검사 결과 그의 몸에 확실히 문제가 생겼지만, 병의 원인을 알 수 없었다.병의 원인을 알 수 없다는 결과만으로도 프레드는 미쳐버릴 것 같았다.프레드는 이 업계에서 오랫동안 몸을 담그다 보니, 의학을 배운 것은
“보내 달라고? 그럴 리 없어!”프레드는 또박또박 말했다.손뼉을 치고 난 한소은은 돌아서서 반대편으로 가서 물을 따라 마시더니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웠다. “대단해! 그럼 끝까지 꿋꿋하게 버텨. 어차피 나도 이젠 나 스스로가 아니면 아무도 날 구해줄 수 없다는 것을 깨달았으니까.”“하지만 나 혼자서는 정말 보잘것없으니 당신들 Y 국과 대적할 수 없어. 그래서 기회가 한 가닥이라도 주어진다면 당연히 가장 좋겠지만, 만약 그렇지 않다면 네가 나와 함께 묻혀야 해!”한소은은 고개를 치켜들고 물을 벌컥벌컥 마시며 정말 아무렇지도 않은 듯했다.“죽는 게 두렵지 않아? 신경도 안 써?”통증이 좀 편해진 것 같았던 프레드는 한 손으로 책상을 짚고 버티며 일어섰다.“신경 쓰면 뭐해, 날 놔줄 거야?”어깨를 으쓱하더니 한소은은 어이없는 어조로 말했다.“그럴지도...”프레드가 단호하게 뱉은 한마디에 한소은은 멍해졌고, 잔을 쥔 손이 기울어져 물이 쏟아졌다.한소은의 반응을 본 프레드는 아이를 가장 신경 쓰는 한소은이 아무렇지 않을 수 없다는 것을 알아챘다.심호흡하고 난 프레드는 몸을 가누며 계속 말했다. “너를 보내준다고, 그건 불가능해! R10에 우리가 얼마나 심혈을 기울였는지, 인적 물적 자원을 얼마나 투입했는지 너도 알잖아. 게다가, 너도 알다시피 다른 사람은 널 대체할 수 없어!”한소은은 할 말을 잃었다.자신이 대체할 수 없는 존재였기 때문에 그렇게 중요해 보였고, 그래서 감히 프레드를 위협한 후에도 여전히 무사할 수 있었다.“내가 해독만 해준다면 내 아이들을 풀어주겠다는 건가?”생각에 잠기던 한소은은 확신이 서지 않아 다시 물었다. “둘 다 풀어줄 거야?”“그래!”프레드는 다시 한번 확신에 찬 눈빛으로 고개를 끄덕이며시원시원하게 대답했다. “네가 해독만 도와준다면, 그들을 무사히 네 남편에게 보낼 것을 약속할게.”솔직히 이 조건을 들은 한소은은 마음이 동요했다.한소은은 자신이 이대로 도망칠 수 없다는 것을 너무나 잘 알고 있었다.
“임남을 말하는 거야.”한소은은 또박또박 말했다.프레드는 얼굴을 찌푸리더니 이름을 반복하며 어리둥절한 표정을 지었다. “임? 남?”“임상언의 아들이야. 오래전에 너희들에게 잡혀 너희들을 도와달라고 협박하는 데 이용되었지. 모른다고 하지 마.”한소은은 조금도 사양하지 않고 프레드를 공격했다.“아, 그 녀석!”그제야 생각난 프레드는 얼떨떨한 표정으로 재미있다는 듯 물었다. “왜, 남의 아이도 신경 써? 아니면, 그 자식도 네 아이인가?”이 눈빛과 말투는 정말 한 대 치고 싶을 정도였다. 프레드가 무슨 말을 하는지 한소은은 당연히 이해할 수 있었다.하지만 이런 사람과 따지는 것이 귀찮아진 한소은은 직설적으로 말했다. “내 두 아이와 임남까지, 이렇게 계산해도 당신은 여전히 수지가 맞아. 어쨌든, 당신은 대단한 공작 어르신이고, 그들은 아무것도 모르는 세 아이일 뿐이잖아.”프레드는 한 손으로 턱을 괴고 생각에 잠긴 듯 있다가 웃으며 말했다. “꽤 그럴듯하네.”“그럼 동의한 거야?”한소은이 물었다.“아니, 동의하지 않아.”프레드는 의외로 단호하게 거절했다.이런 태도에 한소은은 깜짝 놀랐다.한소은의 구상 속에서 프레드는 잠시 주저하다가 승낙할 것이니 말이다.한소은이 스스로 가지 않은 건 단지 아이를 보내라는 조건을 달았을 뿐이고, 임상언은 이제 그들에게 아무런 이용가치가 없으니, 임남을 남겨도 더는 소용이 없었기 때문이다.그들에게 쓸모없는 임남을 풀어주고, 자신의 목숨을 구하는 것은 수지가 맞지 않을 리가 없다.“잘 생각해 봐, 이건 네 목숨이야.”한소은은 목소리에 힘을 줬다. “임남은 이제 너희에게 쓸모가 없어. 이제 임상언은 너희에게 조금도 쓸 가치가 없잖아. 그러니 호의로 그냥 풀어주는 게 좋지 않겠어?”“다른 건 몰라도 그 애는 안 돼!”뜻밖에도 프레드는 말을 바꾸지 않았고 단호하게 대답했다.“그럼...”잠시 머뭇거리던 한소은은 생각에 잠기다가 입을 열었다. “나는 너에게 해독제를 줄 수 없어. 너의 시간도 많지
발걸음을 멈춘 프레드는 답을 기다리는 듯 몸을 돌렸다.그의 결연한 표정을 보며 한소은은 잠시 생각하고 물었다. “왜 그래?”프레드는 어리둥절했다.“왜 그러는지 말해 줄래? 임남은 너한테 별로 이용가치가 없는데, 그럴 필요 없잖아...”한소은의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프레드에 의해 중단되었다.프레드는 다시 돌아와 쓸데없는 말을 하고 싶지 않았는지, 아니면 한소은이 나갈 수 없다고 굳게 확신한 건지 아예 직설적으로 말했다, “그 아이가 나한테는 다른 쓸모가 있어. 그러니 넌 다른 생각할 필요 없어. 난 그 애를 놓아주지 않을 거야!”“말해 주지, 넌 그 애와 거래 조건을 만들 수 없어. 다른 조건이라면 얼마든지 말해 봐.”한숨을 내쉬며 프레드는 가슴 위치를 쓰다듬었다. 가슴에서 아련한 통증이 느껴졌다.몸의 통증이 진실하게 느껴졌다. 몸이 이상해서가 아니라면 프레드는 한소은과 어떤 거래도 하지 않았을 것이고, 지금 이런 대화는 절대 있을 수 없는 일일 것이다.눈살을 찌푸리며 한소은은 그의 말이 이상하다고 생각했지만 자세히 생각할 겨를이 없었다.방금 프레드의 태도를 보면 알 수 있다. 기회를 빌려 임남을 구출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하지만 프레드의 말이 맞다. 이번 기회를 놓치면 한소은에게는 또다시 기회가 없을 것이다.“좋아! 난 너와 거래하기로 약속해!”두 걸음 앞으로 나서 한소은은 프레드를 바라보며 진지한 얼굴로 말했다.“조건?”프레드가 눈썹을 치켜세우며 물었다.“내 아이 둘! 임남 추가에 동의하지 않는다며? 그럼 좋아, 안 넣을게! 그냥 내 아이 둘이면 되겠어?”잠시 말을 멈추던 한소은이 한마디 보탰다. “내일 동이 트기 전에 애 아빠한테 안전하게 도착하도록 해야 해. 실시간으로 영상을 봐야겠어. 녹화도 안 되고 편집도 안 돼. 어떤 흔적이라도 남기면 거래는 끝이야.”“아이가 무사히 도착하면 해독제를 줄게.”프레드는 고개를 저었다. “안 돼, 해독약부터 줘! 그렇지 않으면 아이가 도착하고 나서 네가 번복하면 어떻게 해?”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