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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2화

하지만 뜻밖의 장면이 벌어졌다. 이때, 호텔 사장은 호텔의 경비원들을 데리고 후다닥 달려왔다. 주위의 사람들은 자리를 떠나며 길을 비켜주었다.

이태호는 그들 쪽으로 쳐다보았고 맨 앞에 서서 사람들을 이끌고 다가오는 중년 남자는 어딘가 낯익은 느낌이었다.

‘저분은 아침에 용우진 어르신과 바둑을 두던 그분이 아닌가? 왜 이곳에 있는 걸까?’

“어허, 문 사장, 무슨 일로 직접 오신 건가요?”

하창민이 애써 배시시 웃으며 물었다.

문사장은 이태호를 힐끔 쳐다보고는 대답했다.

“누군가 내 호텔에서 소란을 피운다는 보고를 받고 서둘러 상황을 파악하러 온 겁니다. 하창민 씨, 이게 무슨 상황인가요?”

“소란을 피운 놈은 바로 이 자식입니다! 게다가 제 아들을 크게 다칠만큼 두드려 팼어요!”

하창민은 손가락으로 이태호를 가리키며 분노를 쏟아냈다.

“다만, 호텔 경비원들까지 나설 필요는 없어요. 우리 하씨 집안 경호원들이 도착했으니, 저희가 알아서 손을 보도록 할게요!”

하창민은 멈칫하다가 말을 이었다.

“당연히 호텔 측엔 이런 자식을 들여보냈다고 책임을 물을 생각은 없습니다. 호텔 규모가 대단하니, 이딴 자식까지 일일이 신경 쓸 수야 없죠!”

이때 문 사장은 하창민이 예상하지 못한 반응을 보였다. 그는 싱긋 웃으며 말했다.

“면목이 없네요. 이 젊은이는 제 친구입니다. 저와의 인연을 생각해서라도 오늘은 이쯤에서 마무리해 주셨으면 합니다만, 하창민 씨, 가능하실까요?”

“문 사장, 이 자식을 대신해서 사정하는 겁니까?”

하창민의 얼굴에서 웃음기가 서서히 사라졌고 곧이어 낯빛이 어두워졌다.

문 사장 집안의 실력을 따지고 보면 신씨 집안보다는 대단하지 않았지만 하씨 집안은 감히 명함도 내밀지 못할 정도였다. 하지만 신씨 집안과는 조금만 노력하면 비슷할 정도였기에 삼류 명문가로 진입할 신흥 유망주 가문으로 손꼽혔다.

반격에 나서려던 이태호도 멈칫하고 미간을 찌푸렸다.

‘잠깐 얼굴 한 번 봤을 뿐인데, 나를 도우려 하다니…’

하지만 그는 이내 문 사장의 의도를 유추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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