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자의 말에 장내가 떠들썩했다. 주미에 이어 또 한 명의 미스터리 게스트가 등장할 줄은 전혀 몰랐다.강은찬 팀은 비록 새로 창설된 팀이지만, 자금이 충족했기 때문에 팀의 후속 발전에 아무 문제가 없을 것이다.현장 분위기는 흥분으로 들끓었다. 하지만 사회자는 여전히 계속해서 말을 이어갔다.“그리고 한 가지 더, EC 라는 새로운 팀에 들어오는 모든 팀원들은 백만 달러의 현금 지원을 받게 될 것입니다.”그러자 사회자는 이일과 서희에게 시선을 돌리면서 웃으며 말했다.“제가 X선생을 대표해서 두 사람을 EC 팀에 초대합니다.”두 선수는 모두 주미 감독의 총애를 받았지만, 그동안 주미가 강은찬에게 해온 불공정한 대우를 직접 목격한 데다가 다른 쪽에서 더 좋은 조건을 내세우자 주저하지 않고 바로 승낙했다. “EC 팀에 기꺼이 합류하겠습니다.”이일이 먼저 말했다.그러자 서희 역시 더 이상 망설이지 않고 사회자에게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저도 EC 팀에 들어가고 싶습니다.”두 사람의 선택에 무대 아래에서 뜨거운 박수가 터져 나왔다. 두 사람은 주미에 대한 존경심도 컸지만, 강은찬에 대한 애매모호한 태도에 불쾌하기도 했다.어쨌든, 두 사람은 강은찬의 노력을 모두 지켜봤었고, 그의 실력도 매우 인정했다.“미쳤어?”주미는 순식간에 화가 치밀어 올랐다.“지금 누군지 정체도 알 수 없는 사람 팀을 위해 내 밑으로 들어오는 걸 포기하겠다는 거야?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우리 팀에 들어오고 싶어하는지 알아? 이 파렴치한 것들.”두 사람은 원래 주미를 포기하고 새로운 팀에 들어간 것에 대해 주미에게 미안한 마음이 들었었다. 하지만 조금 전 주미의 태도에 두 사람은 주미에게 정이 뚝 떨어지고 말았다.“코치님, 저희에 대한 관심은 감사하지만, 전 아무래도 EC 팀에 가고 싶습니다.”지금 주미는 사람들 앞에서 체면이 말이 아니었다. 그녀는 화가 나 얼굴이 붉어지기 시작했다.주미는 서희와 이일을 가리키며 욕설을 퍼붓기 시작했다.“우리 AY 팀은 이미 좋은
결국 권재민은 강은찬과 상의를 한 끝에 경기 실력이 좋은 선수들을 골라 즉석에서 계약을 체결했다. 배후에 있는 X선생이 누구인지는 모르지만 이런 후한 조건에 누가 설레지 않을 수 있겠는가? 게다가 강은찬의 실력은 모두가 다 알고 있었다. 주미 코치가 강은찬을 선택하지 않았기 때문에 사람들은 주미에게 약간의 불만이 생겼다. 하지만 이제 더 좋은 조건의 팀이 생겨서 그들은 당연히 매우 기뻤다.주미가 이끄는 AY팀은 이미 유명하고 좋은 성적을 거뒀지만, 조금 전 주미가 강은찬을 선택하지 않은 것을 보면 주미는 사실 자격이 있는 코치가 아니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훈련 면에서는 뛰어난 편이지만 실력을 떠나 선수를 자기 마음내키는대로 뽑다니••••••, 이대로 가다가는 AY팀은 내리막길을 걸을 수밖에 없었다.“강은찬, 앞으로 우리는 같은 팀 동료가 될 테니까 잘 부탁해."신입 동료들이 다가와 강은찬에게 인사를 건넸다.강은찬이 부당한 대우를 받고도 실력을 인정받는 것을 보고 다른 선수들은 그를 부러워하면서도 진심으로 기뻐했다. 이런 모습으로 보아, 강은찬의 실력은 이미 대다수 사람들에게 인정받고 있는 것 같았다.그렇게 일련의 일이 마침내 끝나자, 하늘도 점점 어두워지고 있었다.“가자, 밥 먹으러."권재민이 손목시계를 힐끗 보고 말했다.그 말에 강윤아는 잠시 망설였다. 권재민이 이미 오늘 두 사람을 위해 큰 일을 성사시켰는데 두 사람에게 밥 까지 사준다니••••••, 너무 폐를 끼치는 건 아닌지 걱정이 되었다.“저기, 밥은 됐어요. 저랑 은찬이는 집에 가서 먹어도 돼요.”강윤아는 그의 제안을 거절하려고 했다.“배고파서 밥 먹고 싶어서 그래요. 오늘 제가 이렇게 큰 도움을 줬는데, 밥 한 끼 대접도 안 하는 거예요?”“네?”강윤아는 당황한 듯 연신 손사래를 쳤다.그때, 강은찬이 먼저 권재민의 손을 덥석 잡았다. 그러더니 다른 한 손으로는 강윤아의 손을 잡고 고개를 들어 그녀에게 말을 걸었다.“엄마, 전 오늘 아빠랑 밥 먹고 싶어요.”강은찬의
강범석이 왔다고? 서만옥의 말에 강윤아는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 어떻게 이런 우연이 있을 수 있는 거지? 강범석이 막 병원에 오자마자, 서만옥에게 이런 큰 일이 생겼었다.‘설마••••••.’강윤아의 머릿속에는 문득 받아들이기 힘든 가능성이 스쳐지나갔다.“엄마.”강윤아는 서만옥의 손을 덥석 잡으며 다급하게 물었다.“아빠가 엄마한테 도대체 무슨 짓을 한 거예요?”병상에 누워있는 서만옥은 눈을 깜박거렸다. 그녀의 얼굴에는 졸린 기색이 역력했다. 강윤아의 질문에 대답할 기운도 없어보였다.이렇게 허약한 서만옥을 보고 있자니, 강윤아는 마음이 아팔다. 그녀는 서만옥을 도와 이불을 걷어올리며 조용히 말했다. “엄마, 더 이상 물어보지 않을 게요. 엄마도 그만 생각하고 어서 푹 주무세요.”그녀의 말에 서만옥은 천천히 눈을 감았다. 강윤아는 깊은 잠에 빠진 서만옥을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바라보며 강범석이 도대체 무슨 짓을 했길래 서만옥을 이렇게 위험한 상황에 빠뜨린 건지, 머릿속으로 고민했다.그러자 주치의가 들어오더니, 강윤아가 서 있는 것을 보고는 이내 그녀에게 욕설을 퍼부었다.“환자에게 음식을 마구 먹이다니, 방금 얼마나 위험했는지 아세요?”“네?”강윤아는 어리둥절해하며 말했다.마치 아무것도 모르겠다는 강윤아의 모습에 주치의는 화가 머리끝까지 차올랐다.“우리가 몇 번이나 당부했는데, 환자는 지금 이 상황에서 담백하게 먹을 수밖에 없어요. 방금 환자가 갑자기 위독했던 이유는 가족분들이 그녀에게 전복탕을 먹였기 때문이에요. 그녀에게 이런 음식을 먹이는 것은 그녀의 목숨을 빼앗아가는거랑 다름이 없어요.”강윤아는 억울했지만 입을 굳게 다물고 아무것도 반박하지 않았다. 강윤아가 잠시 한눈을 판 사이, 강범석이 이런 얕은 수법으로 그녀를 해치려고 했다.강윤아는 주먹을 불끈 쥐었다. 화가 머리끝까지 차올라 몸이 자기도 모르게 부르르 떨려왔다. 그녀 옆에는 강윤아를 도와 서만옥을 간호하는 어린 간호사도 있었다.“그리고 너, 어떻게 된 거야? 환자 좀 봐
권재민은 강은찬을 혼자 집에 두고 외출한 강윤아에게 화가 나 있었다. 강은찬이 아직 어린애인 걸 뻔히 알면서 이렇게 늦게까지 집에 안 들어오다니••••••, 설마 병원 쪽 상황이 정말 심각한 것일까? 자세히 생각해보니, 강윤아의 성격에 아무 이유 없이 강은찬을 이렇게 오랫동안 방치하지는 않을 것이다. 그렇다면, 서만옥의 상황이 생각보다 더 심각하다는 뜻이다.권재민은 더 이상 화를 낼 수 없어 화를 꾹 참고, 강윤아의 집을 향해 질주할 수밖에 없었다.한편, 강씨 가문에 도착한 강윤아는 대문 앞에 서서 힘껏 문을 두드렸다.“한 밤중에 누구야?”거실에서 박미란의 짜증 섞인 목소리가 들려왔다. "밤중에 이렇게 큰 소리로 문을 두드리는 건 민페라고 생각해본 적 없어?”그 여자의 목소리에 강윤아는 더욱 짜증이 나 문을 점점 더 세게 두드렸다.곧 누군가가 문을 열어주었다. 고용인은 강윤아의 정체를 알고 있었다. 기세등등하게 다가오는 강윤아를 보고 그녀는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아가씨••••••. 아니, 강윤아 씨.”강윤아는 고용인을 거들떠 보지 않고 안으로 터벅터벅 들어섰다.“강범석, 강범석 나와.”익숙한 목소리에 박미란은 소파에서 벌떡 일어나며 말했다.“너야? 여긴 어쩐 일이야?”“참나.”강윤아는 냉소적으로 말했다. “당신의 그 잘난 남편이 무슨 좋은 일을 했는지 물어보세요. 아, 아니. 어쩌면 당신들이 짜고 있는 것일지도 모르죠.”그 소리에 강범석도 자리에서 벌떡 일어섰다. 그를 보는 순간, 강윤아의 안색이 갑자기 싸늘해졌다.”강범석, 그러고도 사람이에요? 어쨌든 우리 엄마는 당신이랑 그렇게 오랫동안 부부로 살았는데 어떻게 엄마한테 이렇게 모질게, 엄마를 독살하려고 생각한 거예요?”강윤아의 말에 강범석은 어리둥절해하며 강윤아를 쳐다봤다. “윤아야, 그게 무슨 헛소리야? 내가 어떻게 그런 일을 할 수 있겠어?”“모르는 척 하지 마세요.”시치미를 때는 강범석의 모습에 강윤아는 더욱 화가 났고, 자기 아버지가 이런 사람이란 생각에 더
그때, 강범석은 바닥에 털썩 주저앉았다.“네 엄마가••••••, 목숨이 위험한 상태에 이르렀다고? 내가 보낸 전복탕 때문에••••••?”강범석의 입술이 가볍게 떨리며 작은 소리로 말했다.강윤아는 그런 그를 그저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그녀의 표정은 아무런 감정 동요도 없었다. 강윤아는 강범석이 그저 우습기만 했다. 강윤아는 더 이상 강범석이 연기하는 것인지 아니면 진짜인지 구분할 수 없었다. 어쨌든, 강범석이 어떤 짓을 해도, 그녀는 그를 용서하지 않을 것이다.강윤아가 아무 반응도 하지 않자, 박미란이 갑자기 버럭 소리쳤다.“강범석, 전 당신이 그 천한 여자를 잊지 못했을 줄 이미 짐작하고 있었어요. 설령 그녀가 병이 들어 곧 죽어가는 상태여도 당신은 그 여자를 잊지 못할 거예요.”“박미란, 그게 무슨 말이야? 갑자기 왜 그래?”강범석은 얼굴을 찡그렸다. 그는 박미란의 말투가 몹시 불편했다.박미란은 노발대발하며 말했다.“이러다가 그 여자 때문에 저를 때리기라도 하시겠어요? 그래요, 제가 한 거예요. 제가 일부러 당신에게 그 여자한테 전복탕을 주라고 한 거예요. 하지만 아쉽게도 목숨줄이 어찌나 긴지, 참••••••. 전 그 여자가 당장이라도 죽었으면 좋겠어요.”“박미란, 그만해, 너무한 거 아니야?”강범석은 진지한 말투로 박미란의 말을 끊었다.“제가 너무한다고요? 강범석 씨, 그럼 당신은 뭐 얼마나 좋은 사람인 것 같은데요? 전복탕을 먹인 건 당신이잖아요. 그 여자가 혈압이 높아서 전복탕을 먹으면 위험에 처할 수 있다는 걸 알면서도 당신은 왜 그랬어요? 경찰에 신고할 수 있으면 한 번 신고해보세요. 당신이 과연 그럴 능력이 있는지 없는지 제가 좀 봐야겠어요.”박미란의 말에 강윤아는 얼떨떨해졌다. 강범석은 억울하게 누명을 뒤집어 쓴 입장이고, 진짜 처벌해야 할 사람은 바로 박미란이었다.설령 강범석이 의도하지 않았다고 해도, 이미 박미란의 꾀에 넘어갔다. 그러자 강윤아의 몸이 갑자기 떨리기 시작하더니 박미란과 강수아를 빤히 노려보다가 갑자
권재민이 안으로 들어오는 것을 본 순간, 집안에 있던 모든 사람들은 전부 어리둥절해졌다. 그들은 권재민이 여기에 나타날 줄은 미처 몰랐었다.권재민의 뜨거운 시선이 강윤아의 뒤를 뒤쫓고 있는 강수아에게 떨어졌다. 그러자 그의 표정은 갑자기 어두워지더니, 강수아에게 달려와 이내 식칼을 빼앗았다.강수아는 갑자기 이곳으로 온 권재민을 보고 깜짝 놀랐다. 그녀는 권재민이 자신의 식칼을 빼앗아가는 것을 보고 잠시 두려움에 휩싸여 뒤로 물러섰다. “지금 뭐 하는 거예요? 경고하는데, 감히 제 털끝 하나라도 건드리면 우리 강씨 가문에서 절대 가만두지 않을 겁니다.”그녀는 비록 독설을 퍼붓고 있었지만, 얼굴에는 권재민을 두려워하는 기색이 역력했다.권재민은 그녀를 차갑게 바라보았다. 그러자 강수아는 몇 걸음 더 뒷걸음질쳤다. 결국, 아예 그녀는 강범석의 등뒤로 숨어서 그의 보호를 받으려 했다.“아빠, 아빠, 이거 어떡해요?”‘펑'하는 소리와 함께 강수아의 몸이 떨려왔다. 그녀는 그제서야 권재민이 식칼을 땅바닥에 내리쳤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그건 모종의 경고의 의미이기도 했다.강범석은 당연히 권재민의 존재에 대해 알고 있었지만, 그와 강윤아가 어떤 사이인지는 전혀 눈치채지 못했다.권재민이 이렇게 강씨 가문에 들이닥친 것은 분명히 강윤아를 보호하려는 것임이 분명했다. 하지만, 강범석은 권재민과 같은 거물이 강윤아를 위해 이렇게 나설 줄은 전혀 몰랐다.강범석은 권재민의 기색을 살피더니 다급히 그를 향해 환히 웃어보였다.“이건 모두 오해입니다. 그러니까 절대 화내지 마세요.”“오해라고요?”권재민은 입꼬리를 살짝 치켜들었다. 그는 굳은 표정으로 담담하게 말을 이어갔다.“도대체 뭐가 오해라는 건지 모르겠네요.”강범석은 아직도 권재민과 강윤아가 어떤 관계인지 마음속으로 생각하고 있었다. 전에도 강수아에게 들은 적이 있지만 그때 강수아는 두 사람은 단지 연극을 하고 있을 뿐이라고 했었다. 하지만 직접 오늘 이 상황을 보니 꼭 그렇지만은 않은 것 같았다.권재민은 강
시간이 너무 늦었기에 권재민은 기사를 부르지 않고 직접 운전했다.한편 강윤아와 은찬은 조용히 뒷좌석에 앉았다.핸들을 잡고 열심히 운전하는 권재민을 보자 강윤아는 여전히 가슴이 두근거렸다.‘재민 씨 앞에서 자꾸 말썽을 일으키게 되네…….’강윤아는 권재민을 힐끗 쳐다보고는 고개를 숙였다.권재민은 백미러를 통해 그녀가 자기를 보고 있다는 것을 알아차렸지만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강윤아의 집에 도착한 후 그녀는 은찬이를 데리고 차에서 내리고는 권재민에게 작별 인사를 했다.“데려다주셔서 고마워요. 게다가 절 구해주기까지 했으니…….”권재민은 그녀의 말을 듣고 무표정으로 대답했다.“별거 아니에요. 은찬이를 위해 한 일이기도 해요.”‘재민 씨 눈엔 그저 은찬이만 보이나 봐.’권재민의 말을 듣자 강윤아는 조금 실망스러웠다.“그래도 고마워요.”그녀가 실망했다는 걸 권재민이 알아차릴까 봐 그녀는 재빨리 마음을 가다듬고는 웃으며 말했다. 이때 은찬이가 갑자기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엄마, 그런 거 아니에요! 아빠가 방금 차를 얼마나 빨리 몰았는 데요! 아빠도 분명 엄마를 엄청 걱정했을 거예요.”강윤아는 은찬이의 말에 다소 놀라며 고개를 들었는데 마침 권재민이 웃고 있는 모습을 보게 되었다.은찬이가 폭로해버리자 권재민도 더 이상 숨기지 않고 말했다.“당신이 한밤중에 소란을 피운 탓에 잠이 안 오게 생겼는데, 어떻게 보상해 줄 거예요?”“아…….”전과 다른 권재민의 모습을 보자 강윤아는 다소 놀라 머리가 어질어질해졌다.강윤아는 멍하니 서서 한참을 생각하더니 조심스럽게 물었다.“나중에 밥 한 끼 사드릴 까요……?”권재민은 그녀의 말을 듣자 웃음을 터뜨리고는 물었다.“윤아 씨는 제가 밥도 제대로 못 먹고 다니는 사람으로 보여요?”강윤아는 소심하게 고개를 저었다.이때 권재민이 주저하지 않은 채 말했다.“그럼 다른 보상을 해 줘요.”강윤아는 그의 갑작스러운 요구에 다소 난감한 표정으로 그를 보았다.“그럼…… 어떤 보상을 드릴까요?”권재민
“아…….”강윤아는 얼른 고개를 돌리더니 다소 어색한 말투로 말했다.“아무것도 아니에요. 거의…… 다 드신 것 같으니 이만 치울게요. 늦었으니 이만 돌아가 봐야 되는 거 아니에요?”권재민은 방금 젓가락을 내려놓았으나 강윤아가 재촉하자 다시 젓가락을 들고 말했다.“아니, 아직 다 못 먹었어요.”“근데 방금 분명히…… 젓가락을 내려놓으셨잖아요.”강윤아는 의심스러운 표정으로 권재민을 쳐다보았다.권재민은 뻔뻔한 말투로 요리를 집더니 말했다.“젓가락을 내려놓았다면 그만 먹어야 되는 법이라도 있나요?”“아니에요, 계속 드세요.”강윤아는 더 이상 그를 상대하지 않은 채 자신이 쓰던 그릇과 젓가락을 치웠다.권재민은 그녀와 조금이라도 더 오래 있으려고 밥을 엄청 천천히 먹었는데 밥을 다 먹은 후 그는 더 이상 이곳에 있을만한 구실이 없었다.이때 침실 문이 열렸는데 잠이 덜 깬 은찬이가 안에서 걸어 나오더니 엄청 흥분된 말투로 말했다.“엄마 아직 안 주무셨어요? 아빠도 아직 계시네요!”그리고 권재민의 옆으로 다가가 그의 손을 붙잡고 말했다.“아빠, 오늘 저랑 함께 자면 안 돼요?”권재민은 잠시 고민을 하더니 이 기회를 놓치기라도 할까 봐 얼른 어쩔 수 없는 척하며 동의하려고 했다.이때 강윤아는 엄한 표정으로 은찬이를 쳐다보며 말했다.“은찬아, 무슨 헛소리를 하는 거야? 아저씨가 왜 우리 집에서 자겠어?” 은찬이의 말을 듣자 그녀는 자기도 모르게 긴장이 되었는데 얼른 자기의 긴장된 마음을 감추려고 일부러 목소리를 높였다.“그런데…… 정말 아빠랑 함께 있고 싶어요.”은찬이는 억울한 마음에 입을 삐죽거렸다.강윤아는 은찬이의 모습을 보자 마음이 약해졌지만 도저히 권재민을 그녀의 집에 남겨둘 수 없었다.게다가…… 그녀는 권재민이 절대로 허락하지 않을 것이라고 믿었다.“은찬아, 아저씨도 많이 힘드시니 오늘은 이만 보내드릴까?”“네.”은찬이는 마침내 동의하며 고개를 끄덕였다.권재민도 더 이상 이곳에 있을 이유가 없다는 것을 알아차리고 강윤아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