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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3화

주인장의 싸늘한 태도에도 이도현은 웃기만 할 뿐, 아무런 반박도 하지 않았다.

그가 자리를 뜨려는데 한 여자가 휠체어를 밀고 입구로 들어왔다.

“좀 비켜주세요. 감사합니다!”

이도현이 옆으로 비키자, 여자는 휠체어를 밀고 안으로 들어왔다. 휠체어에는 한 노인이 타고 있었는데 의식은 또렷해 보였으나 안색이 좋지 않았다.

이도현이 멍하니 그들을 바라보았다. 신농관 관주 장지민은 진지한 표정으로 노인의 맥을 짚었다.

잠시 후, 장지민의 얼굴이 점점 어두워졌다.

한의원에 다니는 사람들 사이에는 이런 말이 있다. 의사가 표정이 좋으면 아무 일 없는 것이고 의사가 미간을 찌푸리면 큰병에 걸린 것이 분명하다! 아니나 다를까, 장지민은 손을 내려놓더니 말했다.

“어르신, 상황이 좋지 않네요.”

노인은 전혀 슬퍼하는 기색 없이 덤덤한 목소리로 말했다.

“나도 그 정도는 알고 있어요. 많은 전문가를 찾아가서 보였지만 속수무책이더군요. 난 괜찮다는데도 애들이 포기를 못해서 따라온 거예요.”

장지민은 깊은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어르신, 저는 실력이 부족해서 이 병을 치료할 수 없습니다. 이따가 약을 지어드릴 테니 병증을 조금 완화할 수는 있을 겁니다.”

“그래요. 솔직히 말해주세요. 나한테 시간이 얼마나 남았나요?”

노인이 물었다.

“어르신, 아마 3개월 정도의 시간밖에 안 남은 것 같아요. 이런 말씀드려서 정말 죄송합니다.”

장지민은 정중한 얼굴로 말했다.

“3개월이라… 충분하네. 난 이 정도 산 거로 만족한다네.”

노인은 죽음 앞에 초연한 태도를 보였다.

하지만 그와 함께 온 여자는 눈시울을 붉히며 울먹이고 있었다.

“울긴 왜 울어? 사람이 늙으면 병 들고 죽는 게 당연한 이치 아니냐? 울지 말고 이제 돌아가자. 바깥 공기를 좀 마시고 싶구나.”

노인은 자애로운 눈빛으로 여자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달래주었다.

여자는 눈물을 닦고 억지 미소를 지으며 장지민에게 고개를 숙인 뒤, 휠체어를 끌고 문밖으로 향했다.

옆에서 그들을 지켜보던 이도현은 갑자기 가슴에서 뭉클한 감정이 치솟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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