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자 손 왕비는 눈을 희번덕거리며 답했다. “정상 비정상이 어디 있어? 오래된 부부한테.”그러고는 한참 있다가 다시 입을 열었다. “그런데 그건 왜 물어? 그이가 혹시 뭐라고 했어?”원경릉이 웃으며 답했다. “절 찾아오셔서 병을 봐달라고 하시는데 죽어도 자기가 어디가 불편한지 말씀을 안 하시니… 제가 그냥 넘겨짚어 본 거예요. 자기 입으로 말하기는 그렇지만, 낫고 싶은 신체의 질병이 뭘까하고요.”손 왕비가 곤혹스러워했다. “치료 하고 못하고가 뭐가 중요해? 오랜 세월 내내 그랬는데, 나아져봤자 바람밖에 더 피워? 역시 치료하지 않는 게 더 낫겠어. 내버려 둬!”원경릉은 전에 손 왕비에게 둘째 아주버님께서 계속 후궁을 맞아들이지 않는 이유를 들은 적이 있었는데, 남자의 그 기능이 좀 약하기 때문이라고 했다. 그러니까 한동안 그래왔는데 갑자기 왜 치료할 생각을 하셨는지 의문이 들었다. 혹시 마음에 드는 여자라도 생긴걸까?전에는 관공서에 근무하지 않았기에 만나는 사람도 적었고, 그저 식도락만 알았지, 지금은 몸매나 건강을 중시하는 게 어쩌면 정말 그 문제 때문일지도 몰랐다.하지만 이건 어디까지나 원경릉만의 추측으로 손 왕비에게는 따로 얘기하지 않고 그저 가서 어디가 불편한지 여쭤봐 달라고만 했다. 그래야 조기에 치료할 수 있으니 말이다.하지만 그 후로 손 왕비는 며칠 간 소식이 없었고 손왕도 다시 찾아오지 않았다. 그렇게 원경릉도 그 일을 자연스럽게 잊어 버렸다.그런데 며칠 지나서 탕양을 통해 홍려시의 관원 하나가 집에서 목을 메고 자살했다는 소식이 들려왔다. 원경릉이 대경실색해서 왜 자살을 했는지부터 재빨리 물었지만, 탕양이 고개를 저었다. “모르겠습니다. 경조부에서 지금 조사 중이에요.”“그 관원이 홍려시에서는 어떤 직위를 맡고 있었지?” “소경으로, 3품 벼슬입니다. 그래서 경조부에서도 이렇게 중시하고 있고 황제 폐하께서도 성지를 내려, 경조부에서 철저히 조사하고 홍려시 쪽에도 조사에 협조하고 하셨답니다.”3품 관리가 아무 이유없이 집에
이때, 탕양이 제왕을 찾아가 물어보기도 전에 손왕이 허겁지겁 원경릉을 찾아왔다.결국 마침내 사실대로 실토했고, 자신이 그 병에 걸린 것 같다며 원경릉에게 얼른 처방을 해 달라고 했다.원경릉이 이 말을 듣고 왜 이제서야 사실대로 말하냐며 화를 냈다. 속으론 열이 받지만 그를 그대로 내버려 둘 수는 없었다. “지금 어떤 증상이 있으세요?”“없어, 아직 별 증상은 없어!” 원경릉의 질시와 분노의 눈빛을 받은 손왕은 고개를 푹 숙였다.원경릉이 손왕을 노려보며 다시 물었따. “그럼 왜 그 병에 걸렸다고 생각하시는 건데요? 죽은 소경과 같이 잤던 여자와 아주버님이 관계를 하신 거잖아요? 어떻게 그럴.... 아니, 관기에게 옮았으면 한 두사람이 아닐 텐데, 왜 단 두 사람 뿐이죠?”손왕이 고개를 들고 사실대로 얘기했다. “난 그 여자들이랑 잔 적 없어. 단지 오소경이랑 같이 청루에서 목욕을 했을 뿐이야. 그 병에 대해서 어의에게 물어보니 같이 목욕을 하면 옮을 수도 있다고 하더라고!”원경릉이 이 말을 듣고 기분이 확 풀리며 다소 차분해진 목소리로 물었다. “정말 그 여자들이랑 관계 없어요? 그냥 오소경이랑 목욕만 한 거예요?”“제수씨를 찾아 온 그 날이 바로 오소경이 나한테 그 병에 걸렸다고 얘기한 날이야. 그제서야 같이 몇 번이나 목욕한 게 생각났지 뭐야! 목욕으로 그 병이 전염될 수 있다길래 바로 제수씨를 찾아온거고. 제수씨가 맥을 짚으면 병을 옮았는지 여부를 알 수 있을 줄 알았는데 이제 오소경이 죽고… 이 병은.... 휴, 요 며칠 몸이 영 좋지 않은 게 뭔가 증상이 나타나기 전에 예방해야 할 것 같은 기분이 들었어.” 설명을 하다가 갑자기 원경릉에게 당부했다. “이 얘기 절대로 아내한테는 말하면 안돼. 아내는 죽는다고 막 울거야!”원경릉이 답했다. “말 안해요. 그럼 지금은 아무 증상도 없고, 앓고 있는지 확실한 것도 아니고요.단지 목욕만 같이 했을 뿐인 거잖아요. 수건을 같이 쓴 게 아니면… 설마 그랬어요?”손왕의 안색이 하얗게 질리더니 잠시 후
이 병에 걸린 사람들 대부분은 몰래 치료하거나, 증상이 나타나지 않을 때는 아무하고나 계속관계를 한다. 이런 병이 세상에 나도는 날엔 북당은 완전 망할 것이고, 우문호는 아마 펄쩍펄쩍 날뛰고도 남을 것이다.사실 예전부터 관리들도 정리가 필요했다. 주 재상이 물러난 지금까지 내우외환의 여파로 관리를 선발하는 데 소홀했기에 이제 전쟁에서 승리해 시국이 평화로우니 사치와 낭비 풍조가 점점 수면 위로 올라오고 있었다. 사치와 낭비의 풍조는 한번 성행하기 시작하면 바로 잡기 위해 뼈를 깎는 아픔을 겪어야 할 정도로 심각한 문제이다. 탕양이 원경릉에게 말했다. “관기는 대부분 죄를 지은 집안의 여자들 중 예쁘장한 사람들로, 관기들을 총괄하는 교방에 들어가면 기적에 오르게 됩니다. 한번 기적에 오르면 황제 폐하의 사면이 없는 한 속량이 안됩니다. 또한 북당의 율례에 따라 관리는 민간이 개설한 기루에 가면 안 되며 단지 관비가 있는 교방의 기방만 출입할 수 있고 기방의 수익도 국고에 귀속됩니다. 조정이 이에 대해 과도한 통제도 하지 않지요.”“그렇다면 조정이 정기적으로 그녀들의 신체를 검사하는 기구가 없다는 말인가?”“예. 보통 없습니다. 교방에서 자체적으로 그녀들의 신체를 검사하는 사람을 따로 두긴 하는데, 병에 걸린 것이 발각되면 노역하는 곳으로 보내져서 다시는 손님의 시중을 들지 못합니다.”“병이 발견됐을 때는 이미 전염이 시작됐겠지.” 원경릉이 미간을 찡그렸다.“그럼 방법이 없어요. 병에 걸린 사람은 기방의 여자로 좌교방(左教坊)은 노래를 담당하고, 우교방춤을 담당하는데 오직 기방만 손님의 시중을 듭니다. 물론 실제로는 이렇게 엄격하게 나눠지지 않아서 대인들의 눈에 들기만 하면 제 아무리 좌우 교방의 관기라 할지라도 가능하지요. 반드시 기방의 관기만 시중을 들 수 있다고 정해진 것은 아닙니다. 따라서 이 병에 걸린 사람이 반드시 기방에 있다고 단정할 수는 없습니다.”원경릉은 이 분야에 대해 느낀 바가 크지만 할 수 있는 말이 없었다. 단번에 변화시킬
냉정언은 부득불 원경릉의 할머니를 찾아가 혜민서의 의녀를 기방으로 보냈다. 그리고 의녀들에게 관기들을 검사해 병을 앓고 있는 자가 몇 명인지 확인하도록 했다.이것도 원래 원경릉의 생각으로, 암암리에 의원을 찾아 치료를 하는 한이 있어도 검사에 협조하는 관리는 많지 않을 게 뻔하기 때문이었다.검사 후 할머니는 너무 놀라 소름이 쫙 끼쳤다. 기방의 20여명의 여자나 병에 걸린 것으로 판명되었고, 이 20여명은 모두 이미 증상이 나타나기 시작했으나 몰래 약을 사다가 방에서 좌욕을 하고 있을 뿐이었다.냉대인은 자신의 임기에 처음 진행하는 사안이 화류계 병에 걸린 관리를 찾아내는 것일 줄은 꿈에도 상상해 본 적이 없었다.다행히 교방에 있는 기록에 아가씨들이 시중을 들었던 관리가 하나하나 다 적혀 있었으므로 그 책자대로만 검사하면 전부 찾아낼 수 있었다.그런데… 하필 교방에 불이 나서 책자가 타 버렸다. 물적 증거에 따른 추적조사를 할 수 없으니 아가씨들에게 직접 탐문하는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그녀들은 마치 미리 입이라도 맞춘 것처럼 전부 대인들의 신분을 모른다고 잡아땠다.조사를 더 할래야 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 결국 조사를 그만 둔 냉정언은 조회에서 조정의 관리들을 살벌하게 꾸짖으며, 기방의 여자들과 잔 적이 있는 관리는 신체검사를 받고 만약 병이 있을 경우 반드시 치료해야 한다고 명했다.냉정언이 살벌하게 꾸짖었기에 조정의 누구 하나 감히 반박할 생각을 하지 못했다. 마치 냉대인의 말에 동조해야 자신은 그런 여자를 만난 적이 없다는 증거라고 생각하는 듯, 오히려 대부분의 관리들이 냉정언의 말에 맞장구를 쳤다.원래 이 일은 이렇게 쉽게 끝날 수 있었으나 하필이면 기방의 관기 중 명기로 소문난 취월이가 태자를 모신 적이 있다고 고했다. 그것도 태자 전하를 모신 것이 한 번이 아니라고 했다.이것은 태자가 관련된 일이라 냉정언에게 보고하지 않을 수 없었고, 냉정언은 물론 믿지 않았다. 태자의 품행이 고결해서가 아닌, 은자를 쓰는 일을 했을 리 만무하기 때
원용의가 입을 열었다. “태자 전하는 그런 분이 아니세요. 태자 전하와 원 언니는 연리지와 비익조 같은 부부로 후궁도 들이지 않는데 어떻게 그런 일이 있겠어요?”“하지만 취월이는 분명히 그랬다고 했어. 만약 사실이 아니라면 취월이가 어떻게 감히 그런 소리를 했겠어?” “그 여자가 어떤 속셈을 가지고 있는지 누가 알겠어요?” 원용의가 쌀쌀맞게 말했다. “전 아무래도 못 믿겠어요. 걔가 헛소리를 지껄인 거예요. 내일 걔보고 오라고 하세요. 제가 물어볼게요.”“일단 내일 우선 취월의 신분부터 확인해볼게. 오늘 보니까 외모도 반반하고 약간 거만한 게 아마도 기적에 들어가지 않은 관기지 싶어.”제왕이 말을 멈추고 잠시 머뭇거리다가 물었다. “근데.. 이 일을 다섯째 형수님께 말씀드려야 할까? 취월이는 검사 받기 싫다고 해서 병에 걸렸는지 아닌지는 모르거든. 만약 형이 진짜 사고친 거면 형수에게 알려야 하지 않을까? 이 병은 전염 되는데..”원용의가 눈살을 찌푸리며 답했다. “일단 말하지 마요. 내일 물어보고 다시 생각하자고요!”원용의는 태자가 그런 짓을 했다고 절대로 믿지 않았다.“그래, 그럼 당신 말대로 할게!” 제왕은 고분고분하게 원용의 옆에 앉으며 애교를 부렸다. “난 절대로 그런 여자들 불러서 술 안 마셔. 요즘 나 시간만 나면 바로 집에 와서 당신이랑 우리 애기랑 있잖아. 그런 여자들은 쳐다보지도 않아.”원용의가 삐진척 성을 냈다. “누가 신경 쓴데요? 가고 싶으면 가던지!”제왕이 원용의를 꼭 안고, “안 가, 난 당신 못 이겨.”“저리 가요!” 원용의가 슬쩍 웃으며 눈을 흘겼다. 다음날, 제왕이 관아에 가서 취월의 신분을 조사하자 홍주 지부인 상대천의 딸로 원래 이름은 상호접이었다고 했다. 상대천은 전에 우문군 문하의 신하로 나중에 홍주의 지부로 전근을 갔으나, 우문군이 죄를 지어 화를 당할 때 여자 가솔들은 기적에 올랐고 남자들은 관노비가 되었다.상대천의 자녀들도 죽거나 교방에 보내지거나 노비가 되었다.제왕이 당시에 이 사건을 처리한
제왕은 취월을 제왕부로 데려와 원용의에게 질문 하도록 했다.취월은 제흉유군(치마를 가슴까지 끌어올려 길게 늘어뜨려 입는 옷)을 차려입었다. 허리에는 거의 잿빛이 된 녹색 띠를 둘렀는데, 이 색은 기방 여자 특유의 색으로 반드시 몸에 지니고 있어 양가집 규수들과 구분이 가도록 해야 했다.같은 여자가 봐도 인정하지 않을 수 없는 게 원용의 눈 앞의 취월은 세상에 다시 없을 듯한 미인이었기 때문이다. 비단 같은 머리에 이목구비가 아름답고, 흰 피부에 윤기가 돌며 눈과 눈썹은 그려놓은 듯, 입술엔 약간의 오만함이 느껴졌으며, 봉황의 눈매에 흰자가 많은 편이라 고고하지만 차가운 인상을 지니고 있었다. 한마디로 아름답지만 포악하고 고집이 세 보이는 여자였다. 취월은 일부러 예를 취하지 않고 원용의 앞에 꼿꼿이 서 있었다.“취월이더냐?” 원용의가 물었다.“왕비 마마께서는 벌써 알고 계신 것 같은데 왜 제게 굳이 물으십니까?” 완곡하나 차가운 말투였다. 거드름을 피우며 떼를 쓰는 모습이 전혀 아님에도 원용의는 듣기 불편했다.원용의는 취월과 따지려는 태도를 버리고, “왜 신체 검사를 받지 않느냐?”“병이 없으니, 받을 필요 없습니다!” 취월이 턱을 약간 치켜들고 자신의 고집을 관철하려는 듯 말했다.“손님을 맞은 적이 없느냐?”그러자 취월이 냉소를 지었다. “태자 전하 외에 그런 적이 없습니다.”원용의도 지지 않고 날카로운 말투로 답했다. ”허튼 소리 마. 태자 전하께서 어찌 너와 그렇고 그런 사이가 될 수 있겠느냐?”원용의의 질문에 취월의 낯빛이 순식간에어두워졌다. “왕비마마의 말씀이 듣기 거북합니다. 그렇고 그렇다니요? 전하께서는 절 마음에 들어하셨고 전 신분이 미천하기에 감히 거절할 수가 없었습니다!”원용의가 냉소를 지었다. “누군가와 이미 말을 맞췄느냐 아니면 협박을 당했느냐?”“기방의 여인이 협박을 당할 일은 없습니다.”“그런데 왜 다른 손님은 없었던 것이지?”취월이 비웃었다. “이게 무슨 차이가 있습니까? 손님이 이 몸뚱이를 마음에 들어하
이 말에 원용의는 취월이 거짓말하고 있다는 것을 직감했다. 태자는 태자비와 같이 외출할 때를 제외하고는 마차를 타지 않고 늘 자신이 직접 말을 몰기 때문이었다.마차에서 기방의 여자와 몸을 섞다니 이건 태자가 술이 떡이 되도 절대 불가능한 일이었다.이 여자가 정말 죽고 싶어서 환장했나! 감히 태자를 모함하다니 다른 이유가 있는 게 아니면 극도의 피해망상증이 틀림없었다.원용의는 거짓말을 알아챘지만 아무것도 모르다는 듯 말했다. “그렇다면 돌아가거라.”취월은 원용의가 자신을 이렇게 쉽게 놔 줄거라고 생각 못하고 눈이 동그래져서 원용의를 바라보았다. “왕비 마마, 절 믿으시나요? 그럼 절 가두지 않으시는 겁니까?”“필요없으니까 이만 가 봐!”취월은 아무 말 없이 돌아서서 약간 붕 뜬 발걸음으로 천천히 걸어나갔다.있지도 않은 일을 취월이 이렇게 말한 건 아마도 다른 속사정이 있기 때문이라 생각했다. 원용의는 초왕부로 가서 이 일을 바로 원경릉에게 알렸다.원용의는 원경릉이 오해할까 봐 얼른 설명을 덧붙였다. “분명히 취월이 거짓말하는 거예요. 왜 그랬는지는 모르지만 확실해요. 태자 전하께서는 그 여자랑 무도한 일을 저지르지 않으셨어요.”원경릉이 알고 있다는 듯 웃었다. “그이가 그럴 리 없다는 건 내가 잘 안다. 믿고 있으니 서두르지 말거라.”“정말 믿으시는 건가요?” 원용의가 원경릉을 쳐다보자 원경릉이 웃으며 답했다. “내 남자 품성이 어떤지 내가 모르겠어? 그이는 그런 마음도 없고 그만큼 간도 크지 못해. 돈은 더 없고.”사식이가 옆에서 듣고 물었다. “어쩌면 사촌 소형이 대줬을 수도 있잖아요?”“사촌 소형은 지금 손왕 전하 밑에 있어. 소씨 집안도 몰락했는데 매달 가진 은자가 얼마나 되겠어? 태자를 청해서 그런 일을 하고 술자리도 갖다니 정말 대단한데..?”“사촌 소형도 그래요. 술을 마실 거면 그냥 마시면 되지, 왜 굳이 기방의 여자를 불러서 흥을 돋워요? 여자들을 다 데리고 나갔다면서요?”“사촌 소형은 아직 미혼이니 그렇게 이상한 일도
쪽지 뒤에 몇 자가 더 적혀 있었는데 제왕에게 상대천 안건을 철저하게 다시 조사하라고 써져 있었다. 우문호는 다른 사람을 통해 원경릉에게 서신을 보냈는데 알고보니 전서구에 묶어 보낸 게 아니었다. 전서구의 다리에는 ‘걔 뭐야’라는 종이 한 장만 묶여 있었고, 다른 편지를 써서 파발을 시켜 아내에게 보냈다.그렇게 그날 밤 원경릉이 우문호의 편지를 받았는데 사촌 소형과 같이 술을 마셨고 교방의 여자들을 불렀으나 그 여자들은 한쪽에서 술을 나르기만 했다는 것이다. 노래도 듣고 싶지 않았는데 곁에서 시중드는 건 말도 꺼내지 말라고 했다.그리고 취월이 우문호에게 접근하고 접촉하려는 시도를 몇 번 했으나 우문호가 물러나라고 꾸짖었다고 했다. 못 믿겠으면 전진 장군이나 사촌 소형에게 물어보라고 했다.제왕이 사촌 소형에게 가서 물어보니 확실히 우문호가 그렇게 말했다고 했다. 그날 밤 우문호는 술을 조금 마시고 기분이 상해서 취월이를 한바탕 꾸짖었는데, 이유는 바로 가까이에서 시중을 들 필요 없다는데도 취월이가 몇 차례나 들러붙었기 때문이라 했다. 한 번은 술을 가슴에 뿌리고 우문호 몸에 비비려는 걸 우문호가 바닥으로 밀쳐서 그날 술자리는 기분이 별로 좋은 않은 채 마무리 되었다고 했다.원경릉이 이 사실을 알고 탕양을 홍주부로 보내 상대천에 대해 알아보게 하고 백성들이 그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홍주부 관할에 있는 현의 다른 관리들에게도 상대천의 재임 기간의 공적을 물어봐서 이부와 맞춰보도록 했다. 전에 이부에서는 매년 관리들의 인사고과를 진행해 왔기 때문이었다. 분부를 마치고 원경릉은 취월을 초왕부로 불렀고, 취월은 단장을 마치고 초왕부에 가 원경릉을 만났다.원경릉을 본 순간 취월의 표정이 순식간에 변했다. 그녀는 아이를 몇이나 낳고, 또 임신을 했다고 들어서 분명 원경릉의 얼굴이 초췌하고 늙어보일 것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태자비는 화장도 하지 않고 소박한 의상에 간단하게 머리를 빗어 올리고 깨끗한 운두벽옥 비녀를 했는데도 아름다워 그 누구도 눈을 떼지 못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