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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2화

강세헌이 곧장 병실 문을 열고 안에 들어서자 송연아가 한쪽 다리에 깁스를 한 채로 침대 옆에 엎드려 있었다.

그는 미간을 확 찌푸렸다.

“뭐 하는 거예요?”

강세헌은 재빨리 달려가 그녀를 부축했다. 그는 차오르는 분노를 참으며 그녀에게 물었다.

“다리가 이 지경이 됐는데 아직도 도망치려고요?”

송연아가 가볍게 머리를 내저었다. 지금 그녀는 다리가 멀쩡하다 해도 도망칠 기운이 전혀 없다.

젖이 불어서 가슴이 마비될 지경이니까.

“목이 말라서요.”

강세헌은 그제야 바짝 마른 그녀의 입술이 갈라 터져 핏기가 어린 걸 발견했다.

그는 송연아를 내려다보며 부드러운 목소리로 말했다.

“내가 물 따라줄게요.”

송연아는 침대에 다시 누워 천장을 바라보며 무기력하게 물었다.

“세헌 씨, 대체 왜 날 안 놓아주는 거예요?”

강세헌은 물을 따르다가 흠칫 손이 떨렸다. 그는 송연아에게 호감이 있다.

다만 그녀에게 딴 남자가 있었다는 사실을 차마 인정할 수가 없었다. 강세헌은 워낙 자존심이 강하니까.

호감이 있어도 마음을 꾹 억누를 뿐이었다.

하지만 이젠 달라졌다. 그날 밤 그 여자가 송연아라는 걸 알게 됐고 남자관계가 복잡하지 않다는 것도 알았다.

강세헌은 더 이상 그녀를 향한 마음을 숨길 필요가 없다.

그는 컵을 들고 침대 머리맡에 와서 앉아 송연아를 부축했다. 그녀는 가녀린 몸에 힘이 축 처져 강세헌의 품에 기댄 채 물을 마셨다.

송연아는 입을 벌리고 물 한 컵을 조금씩 천천히 다 마셨다.

“더 마실래요?”

강세헌이 묻자 그녀는 졸린 듯 머리를 내저었다.

강세헌은 그녀를 놓아주지 않고 품에 안고서 그날 밤 일을 떠올렸다...

송연아의 몸에 밴 기운이 늘 익숙하게 느껴졌는데 그 익숙함이 어디서 왔는지 인제 드디어 알게 됐다.

그녀가 바로 강세헌을 주체하지 못하게 했던 그 여자였다.

강세헌은 자신을 매료시키는 이런 기운이 너무 좋았다.

송연아는 눈을 감고 잠든 척했다.

그녀는 원래 강세헌이 병실을 나가면 간호사의 휴대폰을 빌려 한혜숙에게 연락하려고 했는데 그가 줄곧 나가질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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