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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4화

“대표님, 대추차 좀 끓였는데 한 잔 드릴게요.”

강한서는 안경을 벗고 눈가를 문지르더니 피곤한 목소리로 말했다.

“고마워요. 거기 두시면 돼요.”

가정부는 찻잔을 내려놓고 밖으로 나갔다.

한 모금 마시자마자 강한서는 저도 모르게 미간을 찌푸렸다.

맛은 예전 같지 않았고, 쓴맛이 감돌아 구역질이 날 지경이었다.

이내 찻잔을 옆으로 치워두고 책을 집어 들려는 순간 휴대폰 벨 소리가 울렸다.

고개를 돌려 힐긋 쳐다보니 낯선 번호라서 그는 받지 않았다.

벨 소리가 멈춘 뒤 곧바로 다시 전화가 걸려왔는데, 그제야 느긋하게 통화버튼을 눌렀다.

“여보세요? 한수 씨 맞으시죠? 다름이 아니라 아내 분이 저희 바에서 술 마시다가 취했는데 데리러 와줄 수 있으실까요?”

“잘못 걸었어요.”

강한서는 쌀쌀맞게 말하고는 전화를 끊었다.

그런데 잠시 후 상대방한테서 다시 전화가 걸려왔고, 강한서는 눈살을 찌푸리며 받았다.

“번호 맞는데요? 아내 분께서 이 번호를 알려줬거든요. 혹시 아내 분 댁에 계신가요? 어떻게 아니라고 확신하죠?”

강한서는 짜증 섞인 말투로 말했다.

“전 한수가 아닙니다.”

말을 마치고 나서 다시 전화를 끊었다.

상대방한테서 재차 전화가 걸려오지는 않았지만, 몇 분 뒤 문자로 사진 한 장을 받았다.

사진 속 배경은 어두컴컴했으나 카운터에 엎드려 인사불성이 된 여자가 바로 유현진이라는 걸 똑똑히 보아낼 수 있었다.

강한서의 눈빛이 서서히 어두워지더니 곧바로 다시 전화를 걸었다.

“가게가 어디시죠?”

...

“내 술은?”

유현진은 눈을 게슴츠레 뜨고 빈 술잔을 흔들며 혀 꼬인 소리로 물었다.

“누가 내 술 마셨어?”

바텐더는 그녀에게 물 한 잔을 건네며 말했다.

“여기요.”

유현진은 헤실헤실 웃는 얼굴로 술잔을 들고 벌컥벌컥 마셨는데 곧바로 몽땅 토해내더니 눈살을 찌푸리며 불쾌한 표정을 지었다.

“지금 술이라고 하면서 물을 준 거야? 잘 들어, 내 남편 완전 부자야! 한주시 모든 술집을 다 사들일 수 있는데, 고작 술값을 못 낼 것 같아? 술 따라!”

바텐더도 이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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