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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5화

문을 열고 들어선 남자는 슈트를 쫙 빼입고 어딘가 차분한 분위기를 풍겼는데, 바를 찾은 다른 손님과 전혀 다른 느낌이었다.

이러한 차림새는 별의별 사람들이 들락거리는 술집보다는 셀럽들만 드나드는 회원제 클럽에서나 볼 법했다.

물론 부자들의 생각은 종잡을 수 없었다. 어쩌면 동네 술집의 푸근한 분위기를 체험해보고 싶었을지도 모르는 일이니까.

바텐더는 가식적인 미소를 장착했다.

“어서 오세요.”

유현진은 불쾌한 듯 술잔으로 테이블을 내리치며 말했다.

“어서 오세요는 무슨, 아직 술도 안 따라줬잖아. 얼른 따르지 않고 뭐해?”

바텐더도 술주정하는 그녀에게 두손 두발을 들었기에 꾹 참고 달래주었다.

“손님, 곧 마감할 거라서 남은 술이 없어요.”

“거짓말, 다른 사람들은 다 술 마시고 있는데 왜 나만 없어?”

그녀를 속이기 쉽지는 않은 듯싶었다. 부가티 차주가 코앞까지 다가오자 바텐더는 문득 기가 막힌 생각이 떠올랐다.

“진짜 없어요. 저분이 술을 몽땅 결제했는데, 아니면 내일 다시 오실래요?”

유현진은 눈살을 찌푸리더니 제 몸도 가누지 못한 채 뒤돌아 앉았고, 깔끔한 옷차림의 누군가가 걸어오는 모습을 어렴풋이 보았다.

테이블을 짚고 휘청거리며 일어선 그녀는 상대방의 멱살을 덥석 움켜쥐더니 손가락으로 턱을 가리켰다.

“술을 몽땅 결제했다는 사람이 당신이야?”

발갛게 달아오른 볼과 흐트러진 옷, 헝클어진 머리카락, 그리고 온몸으로 술 냄새를 풍기는 그녀한테서 평소의 모습은 찾아보기 힘들었다.

강한서는 미간을 찌푸리며 턱을 가리키고 있는 그녀의 손가락을 아래로 내렸다.

“대답해, 네가 술 다 샀냐고!”

바텐더가 대충 둘러댄 말을 철석같이 믿은 그녀는 단단히 따질 기세로 강한서를 노려보았다.

“내가 먼저 왔는데 그쪽이 무슨 자격으로 술을 다 결제하는 거지? 선착순 몰라?”

바텐더는 강한서가 화를 낼까 봐 조마조마한 가슴을 부여잡고 얼른 끼어들었다.

“손님, 이분이 술에 취해서... 신경 쓰지 마세요.”

“안 취했거든!”

유현진은 고개를 홱 돌리면서 두 눈을 부릅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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