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하영도 싱긋 웃으며 입을 열었다.“아니야, 나도 금방 도착했어. 오빠, 거기 서 있지 말고 이쪽으로 와서 앉아.”소예준이 세희를 안고 자리에 앉아, 선물 중 하나를 세준이에게 건네줬다.“세준아 네가 갖고 싶다던 주문 제작한 CPU야.세준은 웃으며 선물을 받았다.“삼촌, 감사합니다.”그리고 자신의 작은 가방을 열더니 컴퓨터와 공구를 꺼내 조립하기 시작했다.아이의 뒷모습을 보니, 강하영의 가슴이 시큰거렸다.그녀는 세쌍둥이를 임신했었는데 출산할 때 난산에 처했었다.혼수상태에서 깨어났을 때, 의사가 그녀에게 세 번째 아이는 불행히도 세상을 떠났다고 얘기했다.만약 그 아이도 지금 살아있다면, 틀림없이 세희와 세준이처럼 활발하고 건강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강하영은 비통한 감정을 억누르고 소예준을 보며 입을 열었다.“오빠, 임씨 아주머니 티켓도 샀지?”“모레 아침 비행기야.”소예준이 차를 한 모금 마시며 말하자 강하영은 고개를 끄덕이며 테이블 위의 선글라스를 챙겼다.“화장실 다녀올게.”작고 예쁜 얼굴에 커다란 선글라스를 쓰는 모습을 보는 순간 소예준은 양심의 가책을 느꼈다.당시 그가 강하영이 바로 자신의 여동생이라는 것을 일찍 증명할 수 있었더라면 양다인의 모함에 감옥에 들어가지도 않았을 것이다.그날 밤, 난산에 처한 하영이를 위해 그는 거금을 들여 교도소 사람들을 매수해 대외적으로 강하영은 난산으로 세상을 떠났다고 알렸다.그는 우인나에게 부탁해 그날 밤 시신을 화장하러 보낸 뒤, 강하영을 데리고 떠났다.만약 그렇게 하지 않았으면 강하영은 진작에 교도소에서 생을 마감했을 것이다.룸에서 나온 강하영은 화장실로 향하던 중 모퉁이에서 실수로 누군가와 부딪쳤다.그 충격에 강하영은 뒤로 두 걸음 물러섰고, 미처 고개를 들기도 전에 날카로운 욕설이 들려왔다.“똑바로 보고 다녀요. 앞에 사람이 있는 게 안 보여요?”익숙한 목소리에 강하영의 몸이 굳어졌다.재가 되어도 잊을 수 없는 목소리에 강하영은 고개를 들고 선글라스를 통해 6년 동안 증
소예준이 고개를 들고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물었다.“혼자서 괜찮겠어?”“항상 오빠가 나 따라다닐 수 없잖아. 그리고 사립 유치원에도 가보고 싶어서 그래. 세희와 세준이도 이제 유치원에 가야지.”귀국하기 전에 그녀는 인터넷에서 학교 자료들을 많이 찾아보면서 한 곳을 정하고 바로 가기로 했지만, 아무래도 직접 학교에 가서 살펴보는 게 시름이 놓일 것 같았다.“그래, 그럼 나는 함께 가지 않을게. 보는 눈도 많으니까.”소예준의 어쩔 수 없다는 얘기에 강하영은 고개를 끄덕이고 나갈 준비를 한 뒤 두 아이와 인사를 하고 집을 나섰다.문이 닫히는 순간, 강세준은 세희와 함께 소꿉놀이하느라 바쁜 소예준을 살핀 뒤 뽀얗고 앙증맞은 손으로 재빨리 키포드를 두드렸다.게임 페이지에서 바로 소프트웨어 로그인 화면으로 전환되더니 해커 조직의 플랫폼이 컴퓨터에 나타났다.빠르게 팝업창으로 메시지가 떴는데, 보낸 사람의 닉넴임은 Ang였다.Ang:“돈은 얼마든지 상관없으니 도와주세요.”간단명료한 말이었다.강세준은 작은 손으로 키보드를 두드렸다.“무슨 도움이 필요하시죠?”Ang:“어머니를 찾아주세요.”강세준:“어머니 성함이 어떻게 되죠?”Ang:“몰라요.”강세준:“나이는 어떻게 되나요?”Ang:“몰라요.”강세준:“어떻게 생겼죠? 혹시 사진은 있나요?”Ang:“모르겠습니다.”강세준의 입가가 실룩댔다. 아무것도 모르면서 지금 공기를 찾으란 말인가?그는 작은 손으로 키보드를 두드리기 시작했다.“죄송하지만, 이런 의뢰는 받을 수 없습니다.”문자를 보내자마자 상대편에서 메시지를 보내왔다.“천만 원 드릴게요.”순간 강세준의 커다란 눈이 반짝이기 시작했다.“콜!”천만 원짜리 의뢰라니, 사람이 아니라 시신이라도 찾아줄 수 있을 것이다.자동차 대리점.강하영은 돈을 지불하고 그녀가 예약했던 벤츠 G클래스를 인수 받은 뒤, 차를 몰고 에이스 국제 유치원으로 향했다.유치원에 도착한 강하영은 선글라스와 마스크를 착용하고 미리 연락을 주고받았던 선생님을 만났다.
쿵- 소리와 함께 강하영은 낮은 신음을을 뱉었다.강하영의 품에 안겨 있던 정희민도 뻣뻣하게 몸을 굳혔다가, 이상한 소리가 들리자 고개를 번쩍 들었다.아이는 믿을 수 없다는 듯 놀란 눈으로 강하영을 쳐다봤고, 강하영은 한 손으로는 정희민을 안고 다른 한 손으로는 바닥에 부딪쳐 아픔이 밀려오는 등을 문질렀다.강하영은 벌떡 일어나 가장 먼저 정희민이 어디 다친 곳은 없는지 살펴봤다.“꼬마야, 괜찮아?”정희민은 머리로는 빠르게 반응할 수 있었지만, 몸은 정지된 것처럼 굳어져 움직일 수 없었다.강하영에게서만 풍기는 독특하고 옅은 향기를 맡으며 마음속에 오랫동안 쌓여있던 불안감이 점차 평온을 되찾는 것만 같은 느낌을 받았다.희민은 다른 사람들과 신체접촉을 하는 것을 가장 싫어했는데 이 사람은 왠지 싫지 않았고, 게다가 강하영도 함께 넘어졌으면서도 자신한테 괜찮냐고 묻는다…….강하영은 의아한 듯 다시 한번 그에게 물었다.“꼬마야, 어디 아픈 곳이라도 있어?”순간 정희민의 눈빛이 차갑게 변하더니 황급히 강하영 몸에서 일어나 입술을 오므린 채 고개를 숙이고는, 거의 들리지 않을 정도로 낮은 목소리로 “감사합니다.”라고 한마디 뱉은 뒤 몸을 돌려 떠났다.강하영도 눈살을 찌푸리며 계단에서 일어섰다.‘저 아이…… 성격에 문제가 좀 있는 것 같은데?’강하영이 생각에 잠겨있을 무렵 아래층에서 익숙한 고함이 들려왔다.“도련님, 사장님께서 이곳의 환경이 마음에 드시는지 물어보라고 하셨어요.”그 목소리에 강하영은 눈꺼풀을 파르르 떨며 계단 손잡이로 몸을 살짝 내미니 허시원의 모습을 볼 수 있었다.이어 시선에 들어온 사람은 검은색 양복을 입고 잘생긴 얼굴에 미간엔 타고난 고귀함을 지닌 남자였다.그는 반듯하고 꼿꼿한 몸매로 강의실 입구에 들어섰는데, 침착하고 힘찬 발걸음에는 무시할 수 없는 위엄이 배어 있었다.그 남자를 보는 순간 강하영의 심장이 옥죄어 오기 시작했다.강하영은 황급히 몸을 뒤로 빼고 벽에 기대어 서 있었다.‘5년 만이네…….’하영은 정유준
“기다려, 지금 당장 갈게!”“우인나!”우인나의 말에 강하영이 다급하게 외쳤다.“그 사람 주변인들한테 들키지 마!”우인나는 전화로 욕설을 퍼붓기 시작했다.“정유준의 그렇게 참을성이 많은 인간인지 몰랐네! 네 무덤에 자란 잡초를 벌써 5년이나 뽑았는데, 어떻게 아직도 집착을 버리지 않는 거야?”“미안해, 괜히 나 때문에.”“너도 참, 그냥 해본 소리야. 어차피 정유준도 우리가 연락하는 것도 알아낼 수 없잖아.”우인나의 말에 강하영도 웃으며 대답했다.“위치 보내줄게, 만나서 얘기하자.”“좋아.”전화를 끊고 문을 열자마자 강세희의 깔깔거리는 웃음소리가 들려왔다.강하영은 입꼬리를 올리며 거실에서 즐겁게 놀고 있는 강세희를 보며 입을 열었다.“세희야, 엄마 왔어.”강세희가 입구 쪽으로 고개를 돌려 강하영을 발견하자 바로 손에 든 인형을 버리고 달려왔다.그리고 앙증맞은 두 팔을 뻗으며 입을 열었다.“엄마, 어서 와요! 제가 다닐 유치원은 정해졌어요? 저도 오빠랑 같은 유치원에 다닐 수 있어요?”강하영은 몸을 웅크려 강세희를 안아 올렸다.“정해졌지! 세희야, 예전에 엄마가 너희한테 해준 얘기 기억해?”강세희는 동그란 눈을 깜빡이며 대답했다.“유치원에 가서 낯선 사람에게 엄마 얘기 꺼내지 않는 거요. 저는 기억하지만 오빠가 기억할지 모르겠네요.”갑자기 디스 당한 강세준은 고분고분 노트북에서 시선을 옮겨 강세희를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그럼 괜히 너한테 방해가 되지 않도록 유치원에 가지 않을게.”눈이 휘둥그레진 강세희는 몸을 돌려 강하영의 목을 껴안았다.“엄마, 방금 한 얘기는 농담이었어요.”강하영은 울지도 웃지도 못했다.‘정말 두 보물단지를 낳았다니까.’강하영이 소파 옆으로 다가가 자리에 앉자, 소예준도 옆에 앉으며 물었다.“어때? 일은 순조로워?”강하영은 강세희의 작은 엉덩이를 토닥토닥 두드려 주며 가서 놀라고 하니, 강세희가 다른 곳으로 뛰어갔고, 그제야 낮은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오빠, 나 그 남자를 만났어.”하
저녁.저녁식사에 우인나를 초대한 강하영은 소예준과 함께 푸짐한 음식을 준비했다.우인나가 집에 오자마자 강세희는 바로 우인나한테 달라붙었다.“이모!”세희의 귀엽고 앙증맞은 부름에 우인나는 재빨리 강세희를 껴안았다.“어이쿠, 우리 세희! 이모가 얼마나 보고 싶었는지 알아? 이모한테 뽀뽀해 줘!”강세희도 아주 협조적으로 자신의 작은 얼굴을 갖다 대며 뽀뽀를 했고, 우인나는 다음 목표물로 강세준한테로 시선을 돌렸다.“이놈 자식, 이모가 왔는데도 가만히 서 있어? 세희 좀 따라 배울 수 없어?”우인나가 짐짓 화난 척하자 강세준은 여유로운 모습으로 대답했다.“엄마가 남녀칠세부동석이라고 하셨어요.”“……”‘이 자식 표정을 보면 점점 정유준을 닮아가네.’“마마보이.”“이건 제가 엄마를 사랑한다는 뜻이니, 저는 자랑스럽게 생각하고 있어요.”우인나의 비아냥거림에도 강세준은 침착하게 대답했다.그 정교하고 우아한 작은 얼굴에 아주 득의양양한 표정을 짓고 있자 우인나는 씩씩거리며 눈을 부릅떴다.“강하영! 아들 교육을 대체 어떻게 한 거야!” 강하영은 마지막 요리를 테이블에 내려놓고 웃으며 말했다.“그만하고 어서 와서 밥 먹어.”우인나는 두 아이를 데리고 손을 씻은 뒤 식탁 앞에 앉았고, 소예준은 와인 한 병을 꺼내며 슬며시 웃었다.“우인나, 오랜만에 만났는데 가볍게 마실래?”그 말에 우인나는 호탕하게 컵을 건넸다.“따라줘!”같은 시각, 난원.양다인은 휴대폰을 정희민 앞으로 던졌다.“아빠한테 전화 걸어.”정희민은 고개를 푹 속이고 한참 있다가 손을 내밀었다.“행동 좀 빨리할 수 없어?! 왜 죽은 사람처럼 꾸물거리는 거야!!”화가 난 양다인의 고함에 정유준은 약간 몸을 굳히며 입술을 깨문 채 정유준의 번호를 눌렀다.금방 회의를 마치고 사무실로 돌아온 정유준은 양다인한테서 걸려 온 전화를 보자, 눈빛이 싸늘하게 변하면서 눈가엔 짙은 반감이 떠올랐다.만약 양다인이 희민을 낳지 않았다면 절대 난원에 남겨두지 않았을 것이고, 더욱이 자신
9월 1일.강하영은 아침 일찍 두 아이한테 아침밥을 차려준 뒤 그들을 에이스 국제 유치원에 데려다주었다.유치원 대문에 도착하자 강하영은 두 아이를 데리고 학교 안으로 들어갔다.가는 길에 끊임없이 울면서 보채는 어린이들과 달리 강세희와 강세준은 유달리 얌전했다.강세희는 강하영의 손을 살짝 잡아끌며 물었다.“엄마, 유치원은 무서운 곳이에요? 왜 다들 우는 거죠?”강하영이 막 설명하려 할 때 강세준이 앞서 대답했다. 세준은 입가에 옅은 웃음을 띤 채 강세희를 보며 대답했다.“유치원에는 사람을 잡아먹는 선생님도 없고, 회초리를 휘두르는 원장 선생님도 없으니까 너무 걱정할 필요 없어.”그 말에 강하영은 이마를 짚었다.‘지금 세희를 위로하는 거야, 겁주는 거야?’이때 강세희도 작은 얼굴을 쳐들며 대답했다.“오빠 또 나 놀리는 거지? 나는 겁쟁이로 자라지 않았어!”그 말에 강세준이 웃으며 놀렸다.“그럼, 너는 어려서부터 이불에 지도를 그리면서 자랐잖아.”강세희는 말로는 당해낼 수 없었는지 고개를 들어 강하영에게 도움을 요청했다.“엄마! 오빠 너무 나빠요!”“…….”하영도 세희를 도와주고 싶은 마음은 굴뚝 같았지만, 세준이 틀린 얘기를 한 것도 아니니 그저 어색하게 다른 곳을 바라보며 말을 돌릴 수밖에 없었다.교실에 도착하자 강하영은 몸을 웅크리고 앉아 두 아이에게 당부했다.“명심해, 다른 사람한테 절대 엄마 이름을 얘기하지 말고, 엄마가 데리러 오지 않으면 낯선 사람을 따라가서도 안 돼. 알겠지?”강하영의 말에 두 아이가 얌전히 고개를 끄덕이자, 강하영도 안심한 듯 몸을 일으켰다.“그래, 우리 귀염둥이들이 즐거운 유치원 생활을 시작하길 바라면서 엄마 먼저 갈게.”말이 끝나자마자 교실 입구에 갑자기 커다란 그림자가 나타났고, 강하영이 위로 쳐다보는 순간 몸이 갑자기 굳어지고 말았다.강세준도 이상한 낌새를 눈치채고 하영의 시선을 따라 문 앞에 서 있는 남자를 바라보았다.그 남자를 보는 순간 세준도 덩달아 멍해지고 말았다.‘나랑 너무
하영의 목소리를 들은 정유준의 눈빛이 순간 움찔했다.“그쪽은 누구시죠?”그 말에 강하영은 어이가 없었다.‘미친 거 아냐? 낯선 사람한테 다짜고짜 누구냐고 물어봐?’“저희가 아는 사이도 아닌데, 초면에 그런 말씀은 너무 무례한 것 아닌가요?’하영의 말에 정유준은 눈을 가늘게 뜨고 말을 바꾸었다.“제 아이가 여기 유치원에 다니거든요. 그저 얼굴조차 드러내지 못하는 수상한 여자가 있으니, 제 아이의 안전을 위해 물어볼 자격 정도는 있다고 생각합니다.”“…….”정말이지 빈틈없는 핑계였다.“죄송합니다! 최근 얼굴에 알레르기 증상이 있어서 괜히 다른 사람들이 놀랄까 봐 숨긴 거예요. 만약 제가 누군지 궁금하시면 원장님께 여쭤도 상관없어요.”그 말을 끝으로 강하영은 몸을 돌려 자리를 떠났다.어차피 신청 서류에는 다른 이름을 기재했고, 거주지도 가짜로 적었으니, 정유준이 알아내도 크게 겁날 게 없었다.하영의 뒷모습을 바라보는 정유준의 얼굴이 어둡게 가라앉았다.‘강하영과 너무 많이 닮았어.’정유준은 급히 유치원에서 빠져나와 차에 오른 뒤 허시원을 보며 분부했다.“희민이와 같은 반 학생과 그 학부모의 자료를 조사해 봐.”그 말에 허시원은 깜짝 놀랐다.“대표님, 위험한 사람입니까?”“그녀를 봤거든!”‘그녀?’정유준의 낮은 목소리에 허시원은 여전히 의아했다.“대표님, 그녀가 누굽니까?’“강하영 말이야!”허시원은 순간 멍해졌다가 차마 어떻게 말을 꺼내야 할지 주저하며 입을 열었다.“대표님, 강하영 씨가 세상을 떠난 지 벌써 5년이 되었습니다.”“시신 확인했어?”정유준이 차가운 눈빛으로 백미러를 통해 허시원을 바라봤다.“아니요.”“강하영이 죽은 그날 밤, 우인나가 하영의 시신을 바로 화장한 뒤 묻었다고 했어. 만약 그게 사실이라면 왜 우리한테 미리 알리지 않았을까?”정유준이 차가운 목소리로 분석하기 시작하자 허시원은 한숨을 내쉬었다.대표님이 5년 동안 이 일을 벌써 몇 번이나 언급했는지 모른다. 심지어 사람을 시켜 우인나 쪽의 상황
휴대폰에 찍힌 번호를 보고 강하영은 얼른 전화를 받았다.“네, 선생님.”“세희 어머님, 죄송하지만 학교에 좀 와 주실 수 있나요? 그게 세희가 한 남자아이와 싸우다가 상대방 아이가 얼굴이 긁혀 피가 났어요.”그 말에 강하영의 심장이 덜컥 내려앉았다.“세희는요? 우리 세희는 괜찮아요?”“세희는 괜찮으니 걱정하지 마세요.”“지금 바로 갈게요.”전화를 끊은 강하영은 황급히 유치원으로 향했다.회사는 유치원에서 멀지 않은 곳에 위치해 있으므로 15분이면 도착할 수 있는 거리였다.강하영은 유치원에 들어서 빠른 걸음으로 교무실로 향했다.문 앞에 도착하자마자 한 여자가 욕설을 퍼붓는 소리를 밖에서도 들을 수 있었다.“대체 애들 관리를 어떻게 하는 겁니까? 이렇게 교양도 없고 소질도 없는 아이도 받아주는 겁니까? 이번 일은 그냥 넘어가지 않을 거니까, 상대방 학부모가 제대로 배상해야 할 겁니다!”뚱뚱한 여자는 실컷 욕설을 퍼붓더니 또 비아냥거리기 시작했다.“애비도 없는 사생아 주제에!”강하영이 주먹을 꽉 쥐고 차가운 표정으로 교무실에 들어서자, 소파에는 뚱뚱한 여자가 자기 아들을 안고 기세등등한 표정을 하고 있었다.아이 얼굴에는 확실히 긁힌 자국이 나 있었고, 선생님은 옆에 서서 연신 허리 굽혀 사과하고 있었다.강세희와 강세준은 여자 옆에 서서 아무 말 없이 상대방을 쳐다보고 있었는데, 특히 강세희의 예쁜 눈망울에는 눈물이 그렁그렁 맺힌 채, 작은 손으로 주먹을 꽉 쥐고 부들부들 떨고 있었다.강하영을 발견한 송 선생님이 얼른 앞으로 다가왔다.“세희 어머님, 오셨네요!”강세희와 강세준도 고개를 돌려 강하영을 발견했고, 이어 강세희는 울음을 터뜨렸다.“엄마, 저는 사생아가 아니에요.”그러더니 울먹이면서 남자아이를 가리키며 소리쳤다.“저 아이가 먼저 사람을 괴롭혔단 말이에요! 오빠랑 닮은 남자아이한테 정상이 아니라면서 정신병자라고 놀렸어요.”세희의 설명을 듣고 강하영은 대충 사건의 경과를 알 것 같았다.하영의 두 아이는 정유준의 아들과 엮