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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6화 눈이 왔어

강하영의 기세가 드높은 모습을 보고 정유준은 문에 기대어 물었다.

“좀 편해졌어?”

강하영이 가볍지도 무겁지도 않게 “예” 하고 소리를 냈다.

정유준은 옆으로 돌아섰다.

“가자, 너를 데리고 어디 갈데가 있어.”

“???”

벌써 9시가 넘었는데, 어딜 가자는거지?

……

북구, 산 중턱.

장장 두 시간의 차로 강하영은 벌써 뒤에 누워 잠이 들었다.

정유준은 차를 세우고 조수석에 움츠러든 사람을 바라보며 눈동자가 약간 부드러워졌다.

그녀가 잠든 모습은 오히려 그렇게 차갑고 기세등등해 보이지 않는다.

강하영 앞의 몇 가닥의 잔머리를 보고 정유준은 천천히 손을 내밀어 그녀를 대신해서 헤집었다.

강하영의 얼굴을 건드렸을 때 정유준은 멍해졌다.

손끝의 촉촉함이 너무 뚜렷했다.

“엄마…… 가지 마. 말 들을게. 나 정부 안 해. 가지 마…….”

강하영의 잠꼬대를 듣고 정유준의 심장이 갑자기 조여들었다.

그녀는 어머니의 부탁 때문에 기어코 떠나려 했단 말인가?

정유준은 눈빛이 무거워졌다. 그녀의 어머니가 돌아가신 그날 그녀가 우는것을 본 것을 제외하고는 그녀의 얼굴에서 반분의 비통한 감정도 볼 수 없었다.

그녀는 숨길 줄 알아!

정유준은 초조하게 넥타이를 잡아당기고 휴지를 드는 동작으로 부드럽게 강하영의 눈물을 닦았다.

이제 강하영은 완전히 깨어난 셈이다.

그녀는 눈을 뜨자마자 정유준의 뼈마디가 분명한 손을 보았다.

강하영은 멍하니 경계하며 남자를 바라보았다.

“뭐 하는 거예요?”

정유준은 움직이지 않고 닦은 후에야 손을 거두었다.

“네가 침을 흘리는 게 보기 싫어서.”

강하영은 난처한 표정으로 얼른 시선을 떼고 창밖을 바라보았다.

밖에서 흩날리는 함박눈을 보았을 때 강하영은 천천히 눈을 크게 떴다.

“눈이 와요?”

“응, 허시원의 고향인데, 그가 눈이 온다고 했어.”

정유준은 얼굴색이 변하지 않고 거짓말을 했다.

강하영은 개의치 않고 문을 열고 내렸다.

말랑말랑한 눈을 밟으니 기분이 많이 좋아졌다.

그녀는 정유준이 뜻밖에도 그녀를 데리고 이곳에 와서 눈을 볼 줄은 몰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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