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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20화

진석은 화끈거리는 뺨을 어루만지며 목소리를 낮추어 말했다.

“하영아, 날 때리면 안 되는데.”

이 순간, 하영의 가슴에 난 상처가 찢어져 피는 끊임없이 그녀의 옷을 적셨다.

그러나 하영은 마치 아무런 감각이 없는 것처럼 피가 이렇게 흘러내리도록 내버려두었다.

“뭐가 안 되는데?”

하영은 울면서도 미친 듯이 웃었고 눈시울은 새빨개지더니 이를 갈며 소리쳤다.

“난 당장이라도 당신을 죽이고 싶은데!!”

진석의 시선은 하영의 피로 물든 옷에 떨어졌다.

그는 자기도 모르게 눈살을 찌푸렸다.

“하영아, 너에게 만약 그럴 능력이 있다면 얼마든지 날 죽일 수 있어.”

진석이 말했다.

“그런데 지금은 휴식을 좀 취해야 하지 않겠니?”

“내 이름 부르지 마요!! 구역질 나니까!!”

하영은 구역질을 참으며 가슴이 찢어질 듯한 목소리로 외쳤다.

“부진석, 난 당신과 8년 동안이나 알고 지냈는데!! 당신이 이런 짐승일 줄은 정말 몰랐네요! 퉤!! 우리 엄마가 뭘 잘못했는데요?! 도우미 아주머니는요?! 캐리와 우리 오빠도요! 그리고 유준 씨는 무슨 잘못을 했죠! 난 또 무슨 잘못을 했냐고요?! 왜... 대체 왜? 왜!!!”

하영의 안색이 붉어졌다가 다시 파랗게 변하는 것을 보고, 진석은 웃음을 점차 거두었다.

“이건 나중에 내가 천천히 말해주지.”

말하면서 진석은 일어섰다.

“오늘부터 넌 이 병실에서 치료 받아.”

하영은 불안한 느낌이 들었다.

“뭐 할 건데요?! 날 가두려는 거예요?! 부진석 씨, 지금 무슨 자격으로 그런 짓을 하는 거죠?!”

진석이 발걸음을 멈추자, 하영은 그가 설명하려는 줄 알았다.

그러나 그는 몇 초 밖에 멈추지 않았고, 더 이상 아무런 대답도 하지 않은 채 병실을 떠났다.

하영은 바로 이불을 젖히며 침대에서 내려와 문을 열려 했다.

문을 여는 순간, 검은 옷을 입은 두 사람이 하영의 앞을 가로막았다.

하영은 그들을 힘껏 밀어내며 미친 듯이 소리쳤다.

“나 나가게 해줘! 부진석 씨! 날 내보내라고!!”

복도에는 점점 멀어지는 발자국 소리와 하영의 메아리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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