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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8화

바람이 떠난 뒤 모든 것이 제자리로 평온하게 돌아왔다.

“별다른 일 없으면 나도 먼저 갈게.”

차설아가 성도윤을 향해 말했다. 쇼윈도 부부 모습도 보여줬고 바람의 실물도 봤으니 성대 그룹에 더 머무를 이유는 없었다.

“저녁 시간 비워 둬.”

성도윤은 사무실 책상 앞에서 업무를 처리하다가 불쑥 말했다. 이런 명령적인 뉘앙스에 차설아는 불쾌했다.

“왜?”

성도윤은 그에 답하지 않고 서랍을 열어 이쁘게 포장된 박스를 차설아의 앞에 놓았다.

“저녁 여덟 시에 플라자 호텔 연회장에서 점잖게 입고 와”

“나한테 주는 선물?”

차설아는 보기 드문 상황에 순간 오늘 해가 서쪽에서 떴나 싶었고 호기심에 그 자리에서 포장을 뜯어보았다.

포장에 담긴 건 실버 그레이 드레스였고, 색감과 질감으로 가격이 만만치 않음이 한눈에 보였다. 다만 드레스가 너무 보수적이고 단정한 스타일이었다.

차설아는 몇 마디 비꼬아 물으려 하다가 뭔가 생각났는지 얼굴에 교활한 웃음을 띠며 말했다.

“알겠어. 시간 맞춰 갈게.”

저녁 여덟시 플라자 호텔.

호텔 앞 주차장은 고급지고 화려한 값비싼 차들로 가득 찼고 모터쇼를 방불케 하였다. 연회로 열리는 해안시 자선행사에 국내외 유명 인사들로 붐볐다.

차설아는 택시를 타고 도착했고 보기에도 심플하고 심지어 싸 보이는 갈색 트렌치코트를 입고 머리도 대충 묶은 모습으로 나타났다. 다른 셀럽들의 화려한 모습과는 선명한 대비가 되었다. 입장하려는데 자연스럽게 경비가 막아섰다.

“초청장 보여주세요.”

경비는 딱딱한 말투로 차설아를 보며 말했고 차설아는 솔직하게 답했다.

“그거 없어요.”

“없으면 못 들어갑니다. 여기 보이죠, 아무나 못 들어 갑니다. 저쪽에 가면 되고요.”

경비는 아마도 뉴스를 잘 안 보는 눈치다. 그러니 차설아가 해안시에서 신분 높은 성도윤의 와이프라는 걸 모를 수밖에. 적어도... 지금이 그랬다.

차설아가 설명하려는 때 빨간색 페라리가 “끼익” 하고 주차했다. 성도윤의 사촌 여동생 소이서가 핑크 드레스를 입고 고고한 자태로 차에서 내렸다. 그녀와 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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