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영금은 코웃음을 친 뒤, 위아래로 그녀를 훑어보며 비아냥거렸다.“내 아들은 쟤 만지기도 싫어해. 임신은 무슨! 애도 못 낳는 주제에 우리 집안의 좋은 건 다 빨아 먹으면서 참 염치도 없지.”소영금의 말에 심기가 상한 차설아는 주먹을 불끈 쥐었고 반박하려던 순간 배경윤이 다가와 소영금한테 욕설을 퍼부었다.“하하하, 아줌마는 잘 낳아서 자식 하나는 억울하게 죽고 하나는 제멋대로 살고 있나 봐요? 내가 아줌마라면 자식들이 왜 이 모양인지 반성했을 거예요. 당신이 내뱉은 그 독한 말은 전부 자식한테 돌아갈 거예요.”이혼 계획이 없었을 때 배경윤은 차설아의 처지를 생각해 그녀가 난처해질까봐 소영금을 상대하지 않았다. 그런데 이혼하게 될 마당에 더 이상 참고 있을 수만은 없었다!쉴 틈 없는 공격에 얼굴마저 새하얗게 질린 소영금은 배경윤을 가리켰다.“너. 너, 너...”그 모습을 본 임채원은 시어머니께 잘 보일 신이 주신 기회라며 기뻐하더니 옆으로 다가가 연약한 척 입을 열었다.“배경윤 씨, 아무리 불만이 많아도 그렇지 어떻게 윗사람한테 억지 부르며 무례하게 대할 수가 있죠?”‘억지를 부린다고?’그녀의 말에 화가 난 배경윤은 헛웃음이 나왔고, 손을 써서 해결할 수 있는 일에 말을 아끼자는 원칙을 갖고 있었던 그녀는 팔을 뻗어 임채원의 뺨을 내리쳤다.“짝!”경쾌하고 우렁찬 소리에 소영금과 임채원은 정신이 멍해졌다.연약해 보이는 차설아와 달리 친구인 배경윤은 무서울 게 하나 없는 불같은 성격이었고 차마 건드릴 수 없었던 소영금은 차설아를 바라보며 건방지게 말했다.“재수 없는 것, 너는 어쩜 이딴 친구를 사귀었니. 무릎 꿇고 사과하지 않으면 이 일은 절대 그냥 넘어가지 않을 거야!”차설아는 담담한 표정으로 서 있다가 차분하게 입을 열었다.“얼굴이 너무 두꺼워서 제 친구가 손을 다쳤을 것 같은데 사과하려면 그쪽이 해야죠.”“너!”차설아가 가만히 있자 더는 두고 볼 수 없었던 소영금은 미래의 며느리를 대신해 화풀이하려고 팔을 걷어 올렸다.그런데
차설아는 더 이상 해명할 필요가 없다고 생각했고, 차가운 남자의 시선을 담담하게 바라보았다.“때리면 때린 거지, 더 이상 해명할 것도 없어.”차설아가 억지를 부린다고 해도 좋고, 큰 죄를 지었다고 해도 상관없다.해명 같은 건 의미가 없어졌다.성도윤과 이혼하기로 결정한 순간부터 차설아는 성가와 관련된 모든 것을 안중에 두지 않았다. 내연녀에 억센 여자 한 명을 추가한들 또 어떻겠는가?소영금은 거만한 표정으로 흥분하며 말했다.“거봐, 인정하잖아. 아들 뭐 하고 있어? 얼른 무릎 꿇고 사과하라고 해!”옆에서 보고 있던 배경윤은 또 화가 치밀어 올라 폭주했다.“사과는 개뿔. 당신 엄마랑 이 여우 년이 애도 낳지 못하는 여자라고 언니를 모욕하지 않았다면 내가 뺨을 때렸겠어요?”성도윤은 이 말을 듣고 차갑게 눈살을 찌푸리며 소영금과 임채원을 보았다.“사실이야?”임채원은 좀 켕기는 듯 우물쭈물하며 한참 동안 한 마디도 하지 못했다.소영금은 오히려 당당하게 콧방귀를 뀌었다.“오해는 무슨. 애를 갖지 못하는 건 사실이 아니냐? 부끄러운 줄 알아야지.”배경윤은 목에 뭐가 걸린 듯 말문이 턱 막혔고, 화가 나서 죽을 지경이었다.“대체 누가 그래요? 언니가 애를 못 낳는다고?”배경윤은 홧김에 차설아를 끌어당기며 자랑스럽게 말했다.“내가 말해주죠. 언니 임신한 지 거의 한 달이 되어가요. 그것도 이란성 쌍둥이라고요!”배경윤의 말은 중핵무기에 버금갈 정도로 위력이 대단했다.현장에 있던 사람들은 모두 멍해졌다.차설아는 더욱 어리둥절했다.‘뭐지? 경윤이한테 임신 사실을 말한 적이 없는데? 어떻게 알았지?’소영금은 착잡한 심정으로 차설아의 배를 쳐다보며 반신반의했다.“아들, 설아한테 마음이 없는 거 아니었어? 어떻게 애가 생겨?”성도윤은 얇은 입술을 오므렸다. 차가운 눈으로 차설아의 배를 바라보며 안색이 굳어졌다. 그와 차설아는 관계를 맺은 적이 없는데 어떻게 아이가 생길 수 있겠는가?배경윤은 사람들의 반응에 만족하며 진지하게 헛소리를 이어갔
재수 없게 성도윤의 일행들을 만나 쇼핑에 흥미를 잃은 차설아는 배경윤과 쇼핑몰에서 나와 바로 집으로 돌아갔다.다음날, 차설아는 아침 일찍 일어났다.그녀는 검은 옷으로 갈아입고, 머리를 올리고, 꽃집에 가서 흰색 데이지 한 다발을 산 뒤, 차를 몰고 묘지로 향했다.3월 3일.차설아 부모님의 기일이다.부모님이 투신해 돌아가신 지 4년이 지났지만, 그녀는 한 번도 제사를 지낸 적이 없었다.남들은 모두 차설아가 성가의 비위를 맞추기 위해 조상도 모른 체 하는 냉혈한 인간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오직 차설아만이 집안에 대한 감정이 얼마나 깊은지 알고 있다.차설아는 그들이 용감하지 못한 것에 화가 났고, 너무 나약한 것에 화가 났고, 또 어리석은 방식으로 떠나 자신을 혼자 내버려 둔 것에 화가 났다.그리고 그녀가 오랫동안 제사를 지내지 않은 것도 감히 이 사실을 마주하고, 받아들일 용기가 나지 않았기 때문이다.하지만 지금은 다르다. 그녀는 이 모든 것을 마주할 용기가 생겼다!이 용기는 뱃속의 두 아이가 그녀에게 준 것이다.이번 제사를 지낸 후, 그녀는 해안 시를 떠날지도 모른다.다음에 또 언제 돌아올지 그녀 자신도 모른다...그러나 묘지 앞에 이르자 차설아는 멍해졌다.합장된 묘비 앞에는 꽃다발이 늘어서 있었다.꽃은 싱싱하고 정교해서 가격이 만만치 않아 보였다.4년 전 그녀의 집이 변을 당한 이후로 친척을 비롯한 많은 사람이 일부러 차가를 멀리하고 있어 올 사람이 없었다.그렇다면 이 꽃은 누가 보낸 것일까?이런 의문을 품고 차설아는 부모님께 제사를 지내고 떠날 준비를 하고 있었다.그때 꽃다발 옆에 있는 호박 펜던트가 그녀의 시선을 사로잡았다.차설아는 조심스럽게 주웠다.이 펜던트는 매우 정교하고 안에 특수한 문자가 조각되어 있었다.차설아는 왠지 눈에 익은 것 같았지만, 누가 착용하는 것을 본 적이 있는지 도저히 기억나지 않았다.차설아는 펜던트를 호주머니에 넣고, 기회가 되면 원주인에게 돌려주려 했다.묘지를 떠날 때, 차설아는 한 남
묘지를 떠난 차설아는 집으로 돌아갔다.차설아가 집에 막 도착했을 때 낯선 번호의 전화가 걸려 왔다. 받아보니 뜻밖에도 임채원이었다.임채원은 이왕의 오만함과 안하무인의 태도를 버리고 아주 상냥한 말투였다.“설아 씨, 내가 요즘 방을 정리하고 있는데 설아 씨 물건이 아직 있더라고. 미안하지만 오늘 시간 되면 가지러 올래?” ‘임채원이 언제 이렇게 친절했지?’차설아는 도저히 믿기지 않았다.또 무슨 꿍꿍이를 가졌는지 누가 알겠는가?하지만 차설아는 물러서지 않고 담담하게 말했다.“좋아, 오늘 갈게.”저번에 급하게 나오느라 확실히 중요한 물건들을 챙기지 못했었다.임채원이 전화를 하지 않았어도 시간을 내서 별장으로 가려고 했었다.저녁 8시쯤 차설아는 택시를 타고 성가 별장으로 향했다.성가 별장의 도우미는 원래 여주인이 돌아왔는데 인사도 하지 않고 미적지근한 태도를 보였다. 권세에 따라 움직이는 자들이었다. 차설아는 아랑곳하지 않고 거침없이 별장 문으로 들어갔다.차설아가 4년 동안 머물렀던 이곳, 그녀가 떠날 때와 똑같은 모습이었다아쉽게도... 사람이 변했다.차설아는 마음속으로 탄식하며 슬퍼졌다.‘흥, 4년의 청춘을 이런 귀신 같은 곳에서 낭비했다니, 정말 재수 없군!’호화로운 별장 홀은 유난히 떠들썩했다.새 주인 임채원뿐만 아니라 소이서, 그리고 소이서의 남자친구 육장훈도 있었다.차설아가 들어오자, 임채원는 여주인의 모습으로 반갑게 맞이했다.“설아 씨 왔어? 마침 설아 씨 얘기하고 있었어.”차설아는 싸늘한 표정으로 물었다.“내 물건은?”차설아는 자기의 물건을 챙기러 온 것이다. 물건만 가지고 바로 떠나면 되지 여기서 그녀의 가식을 받아 줄 생각이 전혀없다.“물건은 설아 씨 원래 방에 있어. 내가 도우미들한테 언제든지 가져갈 수 있게 챙겨놓으라고 했어.”“고마워.”차설아는 회전계단으로 향했다.임채원은 차설아의 팔짱을 끼며 말했다.“여기까지 왔는데 같이 밥 먹고 갈래?”“밥을 먹어?”차설아는 휘둥그레진 눈으로 임채원을
임채원은 걱정스러운 표정을 지었다.“그래도 아직은 법적 아내인데 그건 좀 심하지 않을까?”소이서는 임채원의 팔짱을 끼고 대신해서 불평했다.“언니, 왜 그렇게 착해빠졌어요? 저번 자선행사에서 저년이 언니한테 어떻게 했는데요? 좀 혼내줘야 하지 않겠어요?”“방금 간지러워 미치겠어하는 모습 못 봤어요? 제가 선뜻 남자친구까지 빌려줬는데, 오히려 나중에 저한테 감사해야죠!”“어쨌든 걱정하지 말아요. 무슨 일 생기면 내가 책임져요.”“이서야, 나 생각해 줘서 정말 고마워.”임채원은 겉으로는 감동적인 모습을 하고 있지만 마음속으로는 소이서를 어리석기 짝이 없다고 비웃었다. ‘총받이로 쓰이는 주제에 목숨까지 바치다니!’얼마 후 성도윤이 별장에 도착했다. 큰 덩치에서 서늘한 기운을 풍기고 있었다.“어디 있어?”성도윤은 넓은 별장 홀을 차갑게 둘러보았지만, 차설아의 모습은 보이지 않아 미간이 더욱 깊어졌다. 임채원은 나서서 난처한 척하며 우물쭈물 말했다. “도윤 씨, 설아 씨는 위층에 있어. 장훈 씨랑 같이...”소이서도 억울한 표정을 지었다.“오빠의 그 현모양처 마누라가 나랑 채원 언니가 없는 틈을 타서, 내 남자친구를 꼬셔 침대에 올라갔어요!”소이서는 말을 마치고 재빨리 성도윤을 데리고 위층으로 올라갔다.성도윤은 얇은 입술을 오므리고 차가운 눈빛으로 한마디도 하지 않았다.그들이 차설아의 옛 침실에 도착했을 때, 문은 굳게 닫혀 있었고, 안에서는 야릇한 소리가 들려왔다.임채원은 능청스럽게 문을 열려 했지만 안에서 잠겨 있었다.“도윤 씨, 안에서 문이 잠겨서 열리지 않아...”성도윤의 얼굴은 이미 새파랗게 되었고 화가 머리끝까지 치밀어 올랐다.“쾅”하는 소리와 함께 성도윤은 발로 문을 걷어 찼다.하지만 안의 장면을 본 그들은 멍해졌다.침실 안에서는 눈빛이 흐트러진 채 바닥에 엎드려 곰인형을 끌어안고 있는 육장훈의 동작이 매우 용속했다.“이쁜이, 이쁜이...”한편 차설아는 다리를 꼬고 소파에 앉아 한 손에는 휴대폰을 들고 촬영을 하
차설아는 몸부림치며 그를 밀어냈다.“성도윤, 당신 미쳤어!”‘왜 다른 사람의 고상한 흥취를 방해하는 거야?’“어린이는 보면 안 돼!”성도윤은 아직 순수한 차설아가 나쁜 것을 배울까 봐 걱정하는 아버지처럼 보였다. 차설아는 어이가 없었다. “내가 어린애도 아니고, 나도 알 만큼 알 거든?”“그래? 그럼 말해봐. 어느 만큼 아는데?”성도윤의 차가운 얼굴에는 이미 세상을 멸망시킬 정도의 노기는 사라지고, 오히려 약간재밌다는 표정으로 차설아를 바라보았다.“...”차설아는 그날 밤 성도윤과의 야릇한 모습이 금세 머리에 떠올랐고, 자신도 모르게 볼이 붉어졌다.이 수줍은 반응은 성도윤을 기분 좋게 만들었다. 차설아가 임신도 하지 않았고 심지어 남자와 관계를 맺은 적이 없다는 사실을 더욱 확신하게 했다.곧이어 임채원도 난처한 표정으로 방에서 나와 서둘러 발뺌했다.“설아 씨 괜찮아? 나도 장훈이가 그런 일을 할 줄은 몰랐어. 둘이 안에 꽤 오래 갇혀 있었는데, 설마 설아 씨한테 나쁜 짓을 한 건 아니지?”이건 분명 차설아를 궁지에 모는 질문이다. 두 청춘남녀가 한 방에 있었고, 게다가 남자가 저 상태이니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는 게 믿기 어려울 것이다.차설아는 웃으며 말했다.“만약 내가 아무 일도 없었다면 넌 실망하겠지?”“방금 나한테 준 술잔에 뭔가를 듬뿍 넣었잖아.”차설아의 말에 임채원은 얼굴이 하얗게 질려 억울한 표정을 지었다.“설아 씨, 대체 무슨 말을 하는 거야? 난 그저 사과의 뜻으로 진심으로 술 한잔을 권하고 싶었을 뿐이야.”“일이 왜 이 지경이 됐는지는 나도 몰라. 술은 이서가 가져왔어. 안에 뭐가 있는지는 이서한테 물어봐봐.”“확실해? 우리 미련한 아가씨 머리에서 나올법한 수법이 아닌데?”‘배은망덕한 년! 몇 마디 말로 깨끗이 선을 그었어!’차설아는 소이서를 조금 동정했다.“설아 씨, 나 싫어하는 거 알아. 다 내 잘못이야. 이 아이를 임신해서 두 사람 사이를 갈라놓는 게 아니었어. 당장 짐을 싸서 나갈게...”
방문을 연 성도윤은 약의 발작으로 소이서의 위에서 불결한 일을 하려는 육장훈을 보았다.“오빠, 빨리 나 좀 살려줘!”소이서는 지푸라기라도 잡은 듯 비명을 지르며 성도윤에게 도움을 청했다.비록 육장훈은 소이서의 남자친구이고, 이미 관계를 맺은 사이지만 이런 상황은 그녀도 받아들일 수 없었다. 너무 창피했다.성도윤은 싸늘한 눈빛으로 두 사람을 넘어 테이블 위에 있는 차설아의 물건을 가져갔다.“자업자득이야!”성도윤은 말을 남기고 고개도 돌리지 않고 자리를 떠났다.소이서는 너무 곱게 자라 안하무인이 되었으니 이제 혼이 날 때도 되었다.계단을 내려와 문 앞에 서 있는 차설아를 보고 성도윤은 차갑게 눈살을 찌푸렸다.“우리 아직 이혼 안 했어. 그러니까 네가 아직 이 별장의 주인이야.”“고맙지만 사양할게.”차설아는 성도윤의 손에 든 물건을 건네받고 작별 인사도 없이 몸을 돌려 나갔다.이미 밤이 깊어졌다.차설아는 별장 밖에 서서 택시를 잡으려 했지만, 도시와 너무 멀리 떨어진 탓에 오려는 기사가 없었다.잠시 후, 성도윤은 자신의 은색 부가티 베이런을 몰고 그녀 앞에 멈추어 섰다. 그는 잘생긴 얼굴로 차갑게 말했다.“타!”초대가 아닌 명령이었다.차설아는 고민하다가 거절하지 않았다. 조수석 문을 열고 바로 차에 올라탔다.하지만 좌석에 있는 물건을 보고 차설아는 조금 놀랐다.“이건... 어디서 났어?”차에는 묘지에서 주웠던 호박 펜던트와 똑같은 것이 놓여 있었다.차설아는 속으로 무언가를 예상했다.‘설마 이 자식이 오늘 우리 부모님 묘지에 갔다가 실수로 떨어뜨렸나?’“이 펜던트는...”“내 물건에 함부로 손대지 마!”성도윤은 쌀쌀맞게 말하더니 차가운 얼굴로 펜던트를 빼앗아 갔다.“쳇, 쪼잔하기는!”차설아는 조금 실망한 표정이었다.‘우연이겠지. 내가 괜한 생각을 했어.’‘이 자식은 나한테 관심도 없는데 어떻게 우리 부모님 기일을 기억하고 있겠어? 굳이 꽃까지 들고 가서 제사를 지낼 리가 없잖아?’‘날 싫어하는데 어떻게 우리 부모님
말을 한 사람은 바로 성도윤이 어릴 때부터 함께 놀았던 동생 사도현이었다.그는 성도윤의 옆에 서 있는 차설아를 보더니 더욱 과장된 목소리로 말했다.“대박, 다들 빨리 와서 봐. 도윤 형이 그 얌전하고 참한 마누라까지 데리고 왔어. 이건 분명 세계 10대 불가사의야. 우리 오늘 완전 운이 좋은데?”성도윤의 차가운 얼굴에는 아무런 변화도 없었다. 그는 큰 걸음으로 안으로 들어가며 의미심장하게 말했다.“초대받았으니 당연히 와야지.”자초지종을 잘 모르는 차설아는 얌전하고 참한 시늉을 하며 남자의 뒤를 얌전히 따랐다.어쨌든 1분에 2억 원이라는 돈을 받기로 했으니 ‘도구인’의 역할을 완벽히 수행해야 했다.룸안의 인테리어는 고급스럽기 그지없었다.넓고, 럭셔리하고, 화려한데 불빛은 또 희미해서 누가 보면 황궁에 온 줄 알 것이다.소파에는 대여섯 명의 남녀가 앉아 있었다. 옷차림을 보니 모두 신분이 비범한 명문가 자식들이었다. 그중 가장 비범한 아우라를 풍기고 있는 사람은 바로 중앙에 앉아 있는 남녀 한 쌍이었다.잘생긴 남자는 오똑한 콧날에 볼테 안경을 쓰고 있어 점잖아 보였지만, 좁고 깊은 두 눈동자에는 모든 것을 장악할 수 있는 여유가 흘러넘쳤다.이런 여유는 분명 강력한 집안 배경에서 온 것이다.그가 착용하고 있는 은색 손목시계만 해도, 롤렉스의 한정판으로 전 세계적으로 하나만 있어 가치가 100억이 넘는다!그의 옆에 앉아 친밀한 행동을 하는 여자도 압도적이었다. 완벽한 이목구비는 아름다움을 넘어 기품과 지성이 넘쳤다. 이건 보통 명문가의 아가씨가 풍길 수 없는 분위기이다.어쨌든, 둘이 같이 앉아 있었고, 누가 봐도 잘 어울리는 한 쌍이었다.두 사람 모두 성도윤이 들어오는 것을 보고 약간 놀란 표정이었다.“윤아, 너...”여자는 바로 자리에서 일어섰다. 애정이 흐르는 그녀의 큰 두 눈은 할 말이 많은 모습이었다.이에 비해 남자는 침착했고 온화하게 말했다.“드디어 화가 풀린 거야? 그래서 온 거야?”성도윤은 두 손을 호주머니에 넣고 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