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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37화

차성철은 앞치마를 두르고 부엌에서 분주히 오가며 부드러운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잘한다고는 할 수 없지만 어릴 때부터 채소를 사서 밥을 짓고 옷을 빠는 게 일찍부터 습관이 되었어.”

차설아는 벽에 기대어 정신없이 일사불란한 사내를 보며 얼마나 많은 밥을 해 먹었기에 이렇게 능숙할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오빠, 그동안 어떻게 지냈는지 말해줘도 돼?”

여자가 조심스레 물었다. 혹시라도 남자가 드러내고 싶지 않은 아픈 곳을 찌를까 봐.

“...”

차성철은 칼을 들고 채소를 썰고 있었는데 이 말에 그는 잠깐 멈추어 입술을 오므리고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어, 불편하면 안 알려줘도 괜찮아. 어차피 지나간 일은 지나간 거고 그렇게 중요한 것도 아닌데 뭐. 진짜 중요한 건 앞으로지!”

차설아는 차성철의 기분이 가라앉은 것을 알아채고는 얼른 화제를 돌렸다.

"괜찮아...”

차성철은 담담하게 웃으며 계속 손에 든 채소를 썰며 말했다.

"솔직히 말해서 나는 사람들에게 내 과거를 말한 적이 거의 없어, 하지만 넌 내 여동생이니 네가 알고 싶다면 나는 남김없이 너에게 말할 거야.”

"자, 그럼 들어볼게.”

차설아는 고개를 끄덕이며 들을 준비를 했다.

그녀는 이것이 분명 길고 곡절이 많은 이야기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

"난 어릴 때부터 해안의 작은 어촌에서 자랐어. 양아버지와 양어머니는 얌전한 어부였고 집에는 놀고먹는 형이랑 영리하고 철이 든 여동생이 있었지. 내가 철이 들어서부터 나는 내가 양부모님이 주워온 아이라는 것을 알았어. 왜냐하면 내가 입은 옷은 영원히 누더기이었고 음식도 영원히 형과 여동생이 남긴 것만 먹어야 했으니까. 난 고등학교를 마치고 어쩔 수 없이 학교를 그만뒀어. 그때 난 현 전체에서 1등이었고 수학 선생님도 풀지 못하는 문제를 쉽게 풀 수 있었지만 말이야...”

차성철이 여기까지 말하자 차설아의 날렵하고 예쁜 눈이 약간 붉어졌다.

어떤 사람들의 어린 시절은 평생을 다해 치유해야 하니 말이다.

그가 지금 이렇게 승부욕이 강하고 돈, 권력, 성공에 목말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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