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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01화

“아빠! 그건 너무 민망하잖아요.”

연희주의 얼굴이 벌겋게 달아올랐다. 그제야 아버지가 일부러 약을 올렸다는 사실을 발견하고 발을 동동 구르며 짐짓 화난 척했다.

“됐어요!”

말을 마친 그녀는 수치스러움에 뒤돌아서 뒤꽁무니를 뺐다.

...

토요일, 리버타운 1호 별장.

염무현은 발코니에 서서 공혜리의 전화를 받고 있었다.

“연홍도 씨가 경태 삼촌을 통해 저한테 연락이 왔는데 무현 님을 직접 찾아뵙고 감사의 인사를 전하고 싶다고 해서 제가 일단 완곡하게 거절했어요.”

염무현이 웃으면서 고개를 끄덕였다.

“잘했어요.”

환자와 의사의 관계를 처리하면서 그는 줄곧 냉정한 태도로 취했다.

쉽게 말해서 일정한 거리를 유지하는 것이다.

공씨 가문, 진씨 가문, 그리고 전태웅은 예외에 속했다.

물론 이런 경우는 그에게 극히 드물었다.

환자를 치료하는 건 의사의 본분이며 진료비를 받는 자체가 당연한 일이다.

즉 애초에 등가 교환에 해당하는 행위인지라 어느 쪽이 신세를 지는 상황은 성립되지 않았다.

유일한 예외는 그가 자발적으로 치료해주는 것인데, 이는 지금까지 한 번도 있어 본 적이 없는 상황이었다.

어떻게 보면 연홍도에게 뜻밖의 횡재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긴 했다.

그는 염라대왕으로서 여태껏 치료받는 사람에게 진료비 명목으로 재산의 절반을 가져갔다.

이번에는 단지 사부님의 불치병을 치료하기 위해서 칠요보연이 필요했을 뿐이었고, 제자로서 딱히 손해 보는 일이라고 생각되지 않았다.

공혜리가 쓴웃음을 지으며 말을 이어갔다.

“하지만 연홍도 씨가 또 다른 요청을 하셨어요. 어떻게든 밥 한 끼 대접해 주면서 얼굴 보고 고마움을 전하고 싶다고 하네요. 제가 보기에 수소문해서 무현 님의 진료비 스케일을 알게 되자 양심에 찔려서 그러는 것 같아요. 그리고 혹시라도 칠요보연같은 천재지보가 필요하다면 그동안 쌓아온 인맥을 통해 도움을 드릴 수도 있다고 했어요.”

이는 공혜리가 염무현에게 연락한 진짜 이유이기도 했다.

아니면 염무현 대신 결정을 내리고 연홍도의 부탁을 단번에 거절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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