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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85화

멀지 않은 깃대 위에 염무현이 한 발로 서 있었다.

바람이 아무리 불어닥쳐도 그는 꿈쩍도 하지 않았다.

표정은 더없이 평온하며 여유로웠고, 진지한 얼굴의 마범구와 극명한 대비를 이루었다.

“이럴 수가?”

“아직 살아있다니?”

“그럴 리가 없는데? 대체 언제 깃대 위로 올라갔대요?”

사람들은 눈앞에 펼쳐진 장면 때문에 깜짝 놀랐다.

마범구는 무려 대마스터급의 고수이지 않은가? 게다가 본인의 세력 범위 안에서 누가 봐도 어느 하나 빠짐없이 압도적인 우세를 차지했다.

심지어 지금은 마범구가 선제공격을 날린 상황이었다.

“너무 뻔뻔스럽지 않나요? 염무현이 무단으로 링을 벗어났으니 졌다고 해도 될 것 같은데요?”

“허구한 날 도망칠 줄만 알지, 정녕 사내 맞아요?”

“대결의 규칙조차 어기다니, 너무 얍삽한 거 아니에요? 여러분! 다 함께 야유를 보냅시다!”

사람들이 대뜸 비난하기 시작했고, 물론 대부분 혼원문의 제자들이었다. 이내 질타는 성난 파도처럼 퍼져 나갔다.

연홍도가 큰 소리로 외쳤다.

“생사를 건 전투인 만큼 링의 역할이 워낙 미미해서 있으나 마나 한 존재와 다름없죠. 다만 이왕 말이 나왔으니 이번 기회를 빌려 여러분한테도 알려드릴게요. 3일 전, 서해시에서 개최한 우두머리 집회에서 혼원문의 수석 제자 장문주는 링 밖에 밀려난 이후에도 마치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이 뻔뻔스럽게 다시 복귀했죠. 당시는 승패를 가리는 링 매치였는데 혼원문 제자는 가능하고, 무현님이 똑같이 하면 안 된다는 법이라도 있어요?”

마지막으로 연홍도는 한 마디 더 보탰다.

“그때 장문주를 쓰러뜨린 사람이 바로 무현님이었죠.”

혼원문 제자들은 이 말을 듣자 얼굴이 화끈 달아올랐다.

깃대 위에 서 있는 염무현이 입을 열었다.

“고작 이게 다 인가요?”

목소리에는 실망감이 가득했다.

“그나마 내 상대가 될 자격이 있는 줄 알았는데 결국 이 따위라니.”

여태껏 이런 굴욕을 당해본 적이 없는 마범구는 순식간에 분노가 치밀어 올랐고, 눈에서 살기가 솟구쳤다.

“애송이야, 아직 기뻐하기는 글러. 내 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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