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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02화

“이르게도 왔네! 전화에서 관심 없는 척 능청스럽게 말한 사람이 누구더라?”

목소리의 출처는 다름 아닌 박동하였다.

밍크코트로 몸을 감싸고 화장을 떡칠한 채 한껏 꾸민 여자가 박동하의 팔짱을 끼고 있었다.

“자기야, 예의상 사양했을 뿐인데 진짜로 믿으면 어떡해? 이건 무려 동창회잖아. 밑바닥 생활하는 평민에게 처지를 바꾸기 위해 이보다 더 좋은 기회는 없거든. 친구들 앞에서 우는 소리 몇 마디만 하면 능력 있는 애들은 그동안의 정을 봐서라도 도움을 주기 마련이야. 바보가 아닌 이상 벼락출세하는 기회를 뻥 차버리지는 않겠지?”

염무현이 눈살을 찌푸렸다.

“넌 뭐야?”

여자가 두 눈을 부릅떴다.

“눈 크게 뜨고 똑똑히 봐, 설마 날 잊은 건 아니지?”

성형 괴물이 따로 없는 얼굴은 칼을 몇 번이나 댔는지 모를 정도였다.

이목구비를 따로 뜯어보면 비율이든 스타일이든 미인형이 속했지만, 한데 어우러지지 않고 어딘가 이질감이 들었다.

게다가 화장을 어찌나 두껍게 했는지 설령 친부모가 와도 알아보기 힘들 정도였다.

“내가 널 안다고?”

염무현이 의혹이 가득한 목소리로 물어보자 여자가 발끈하며 외쳤다.

“모른 척하기는! 나 양소민이야. 일부러 그러는 거지?”

착잡하기 그지없는 염무현의 표정 때문에 양소민은 화가 부글부글 끓어올랐다.

여태껏 얼굴에 돈을 쏟아부은 이유도 단지 예쁘다는 칭찬 한마디를 듣기 위해서이지 않은가?

그러나 지금까지 마주한 리액션이라고는 불쾌함과 의혹뿐이니 열 받을 수밖에 없었다.

“미안, 진짜 몰랐어.”

염무현이 태연하게 말했다.

“여자는 크면서 환골탈태하여 점점 더 예뻐진다고 하더니 넌 얼굴을 바꿨네? 왜? 원래 얼굴이 못 봐줄 정도야?”

양소민은 치밀어 오르는 분노 때문에 눈빛이 활활 타올랐고, 박동하는 두 눈을 부라리며 말했다.

“염무현, 말이 되는 소리를 해야지! 보는 눈이 어쩌면 그렇게도 없어? 정녕 예쁘다는 뜻이 뭔지도 모르는 거야? 어쩐지 소민에게 차였다 했어.”

“그러니까! 내가 눈이 멀었지, 어떻게 너 같은 놈을 좋아했지?”

양소민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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