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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화

진시우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네, 알아요. 심성이 착한 사람이에요. 저에게 30만 원이라는 거금도 빌려줬어요.”

“하하하 네가 이해하면 되지.”

십여 분 후, 조 의원을 모시러 나간 임하운이 조 의원과 함께 저택에 도착했다.

조중헌이 큰 소리로 진시우를 불렀다.

“시우 동생!”

진시우도 소파에서 일어나 조 의원을 반갑게 맞이했다.

“조 의원님.”

임하운이 그런 진시우를 여전히 노려보고 있었다.

그때. 임아름과 백설아가 함께 주방에서 나왔다. 백설아가 조 의원을 살갑게 맞이했다.

“조 의원님, 어서 오세요. 안으로 드시지요!”

조중헌이 웃으며 말했다.

“사모님 초대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이렇게 풍성한 음식도 마련해 주시니 몸 둘 바를 모르겠습니다.”

백설아가 말했다.

“저희 아버님을 구해주신 은인한테 이까짓 음식이 뭐라고요. 조 의원님한테 신세 진 것의 천분의 일도 안됩니다.”

조중헌이 손을 저으며 말했다.

“과찬이십니다. 시우 동생만 아니었다면...”

임아름이 그의 말을 가로챘다.

“조 의원님, 저 자식 좋은 말만 하지 마세요. 저 나쁜 자식이 양 똥을 할아버지한테 먹이려고 했다니까요!”

“양 똥 몇 알을 갖고 오더니 약초라 하면서 할아버지한테 거짓말까지 했어요!”

임아름의 말을 들은 임하운의 표정이 순식간에 얼어붙었다.

“뭐라고?”

조중헌이 멍한 표정으로 물었다.

“그럴 리가요?”

안색이 좋지 않은 임호군이 차가워진 분위기를 급히 수습했다.

“아무 일도 아닐세. 내 손녀가 오해했어. 시우가 나를 해칠 일이 뭐가 있겠는가.”

임하운이 차갑게 쏘아붙였다.

“아버지, 우리 아름이가 어디 거짓말을 할 아이입니까? 이런 일은 확실하게 짚고 넘어가는 것이 좋습니다. 그러지 않으면 집에서 맘 편하게 있을 수 없을 겁니다.”

임호군의 낯색이 더욱 일그러졌다. 부녀가 진시우에 대한 오해가 더욱 깊어졌다.

그는 외부인이 있는 자리에서 진시우의 체면을 챙겨야 된다고 생각했다.

진시우의 표정에는 아무런 변화도 없었다.

진시우가 그런 사람이 아니라고 생각을 한 조중헌은 진시우를 대신해 아무런 변명도할 수 없었다.

“음?”

그때 조중헌이 코를 킁킁거리며 물었다.

“무슨 냄새가...”

이때다 싶은 임아름은 다급한 목소리로 말했다.

“조 의원님, 이 냄새가 바로 아까 제가 말한 양 똥 냄새예요. 제가 휴지통에 바로 버렸죠!”

깜짝 놀란 조중헌이 휴지통 안을 쳐다보았다. 쓰레기통이라는 존재도 잊어버린 그는 알약을 손에 쥐고 냄새를 맡았다.

순간, 조 의원의 깜짝 놀란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이, 이건 오랫동안 처방도 찾지 못한다는 화만루?”

표정이 굳어진 임아름의 심장이 빨리 뛰기 시작했다.

“조 의원님, 뭔가 오해가 있으신 것 같은데요? 화만루 라..”

조중헌은 그녀가 무슨 말을 하든 상관하지 않고 흥분한 표정으로 진시우를 바라보았다.

“시우 동생, 네 손으로 만든 게 확실해? 화만루 맞지?”

진시우가 말했다.

“맞을 거예요. 저희 사부가 알려주신 이름이랑 비슷하네요.”

조중헌은 깊게 심호흡을 한 후 탄복하며 물었다.

“시우 동생, 이 화만루 나한테 팔래? 돈은 얼마든지 줄 수 있어!”

진시우가 웃으며 말했다.

“조 의원님께서 원하신다면 한 알만 할아버지에게 남겨 주시고 나머지는 다 드리려고 합니다.”

진시우의 말에 감격한 조중원은 숨도 제대로 쉬지 못했다.

“정 정말? 고마워. 고마워 시우 동생!”

임하운과 임아름의 멍한 모습이 마치 닭 쫓던 개가 지붕을 쳐다보는 것 같았다.

“조 조 의원님. 이 약이 진짜 화만루가 맞나요?”

임호군이 조심스럽게 물었다.

머리를 미친 듯이 머리를 아래위로 흔든 조중헌은 마치 귀한 보물을 얻기라도 한 듯 조심스럽게 알약 4개를 탁자 위에 놓았다.

“임 씨 어르신, 이 알약은 몇 백 년 전에 자취를 감춘 아주 귀한 약입니다.”

“고대에서는 직계가 3품 이상 장군들만 먹을 수 있었습니다.”

“저도 저의 조상님께서 알려주시지 않았더라면 이 귀한 물건을 알아보지도 못했을 겁니다. 이 약은 천금을 주고도 바꿀 수 없는 약입니다!”

조 의원의 말을 들은 임호군은 흔들리는 눈빛으로 알약을 바라보았다. 이게 그렇게 귀한 약이라고?

임아름은 조 의원의 말도 믿지 못하는 눈치였다. 양 똥 같게 생긴 약이 그렇게 대단한 약이라고?

그런 약을 내 손으로 휴지통에 버리다니!

얼굴이 빨갛게 타오른 임아름은 너무 부끄러웠다, 땅이라고 파고 들어가고 싶은 심정이었다.

임하운도 이런 일이 발생할 줄 몰랐다. 그는 민망한 듯 헛기침을 하며 말했다.

“아버지, 조 의원도 인정한 약이라고 하니 얼른 한 알만 드십시오.”

말을 마친 그는 진시우를 의심스럽게 바라보았다. 이 약이 그렇게 진귀한 약이라면 이 녀석은 대체 어디서 구한 것일까?

그제야 정신을 차린 임호군이 웃으며 말했다.

“조 의원, 이 약은 시우가 나에게 준 약 일세. 함부로 뺏지 말게나!”

조중헌은 이렇게 귀한 보물을 잃고 싶지 않았다.

그러자 그는 자신의 체면도 챙기지 않고 말했다.

“그건 안됩니다. 시우 동생이 금방 저한테 드리겠다고 했으니 엄연히 제 겁니다. 제일 많아서 두 알까지 나누어 줄 수 있습니다!”

“쓰레기통에 버린 것을 주은 사람은 접니다! 버린 물건을 제가 주웠으니 엄연히 제 물건입니다.”

임아름의 얼굴이 더욱 빨갛게 타올랐다. 그렇게 값비싼 약인 줄 알았으면 버리지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이제 와서 후회해도 소용이 없었다.

화가 난 임호군이 고개를 돌려 진시우를 보며 물었다.

“시우야. 이 약 더 구할 수 있겠니?”

”음...”

임호군의 물음에 진시우는 뭐라고 대답을 해야 할지 몰라 한참을 고민했다.

조중헌의 뜨거운 시선을 느낀 그는 생각에 잠긴 채 고개를 가로저었다.

“더 구할 수 없습니다.”

임호군은 땅을 치며 후회하고 싶은 심정이었다.

“더 만들 수는 있는 것이냐?”

진시우는 방법이 없다는 듯 어깨를 으쓱거렸다.

“그건 좀 어려울 것 같습니다. 약초를 다 써버렸습니다.”

조중헌이 다급하게 외쳤다.

“필요한 약초를 말해봐. 의원을 운영하는 나에게 있는 약초일 수도 있지 않겠니니?”

진시우는 희귀한 약재 몇 개를 마음대로 말했고 조중헌은 실망한 기색을 감추지 못했다.

“저도 구하기 어려운 너무 귀한 약재들이네요.”

진시우는 웃기만 할 뿐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다. 귀한 약재가 필요 없는 처방이다.

화만루를 만들 수 있는 사람은 자신밖에 없으니 매일 약을 비비고 싶지 않았다.

임호군의 얼굴이 새파랗게 질렸다. 이 네 알의 화만루가 이 세상에 남은 마지막 약이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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