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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1화

웨이터가 명부를 뒤적이더니 그녀를 보았다.

“이쪽으로 따라오세요.”

심유진은 들어서자마자 연회장을 가득 채운 분홍색 장미를 보고 놀랐다.

샹들리에는 물론이고 벽과 천장 그리고 식탁까지 분홍빛으로 물들어있는 것이 마치 동화 속에 들어와있는 기분이 들었다. 게다가 따듯한 불빛이 더해져 전반적인 분위기가 부드럽고 몽환적으로 느껴졌다.

그녀는 방금 아래층에서 연회장을 장식하는 장미들은 해외에서 항공으로 공수해 온 것이며 열 몇 사람이 꼬박 하루 걸려서 장식했다는 말을 들었다.

심유진은 정재하의 미적 솜씨가 예사롭지 않다는 것을 직감했다.

그녀는 웨이터의 안내를 받아 아름다운 홀에 들어오게 됐다. 홀에는 3개의 테이블이 있었는데 세심하게도 자리마다 이름이 붙어있어 헷갈리지 않았다.

심유진의 좌석은 가운데 테이블의 맨 앞자리였으며 그의 앞자리에는 빈 좌석이 하나 있었는데 그곳에는 허태준의 이름이 적혀있었다.

이름표에 있는 세 글자를 뚫어져라 쳐다보던 그녀는 마음이 복잡해졌다.

그날 밤 이후로 심유진은 다시 그를 만나본 적이 없었다.

여형민의 허태준이 이튿날 본사 인수합병을 위해 부산으로 갔고, 적어도 한 두달은 족히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말했다.

사실 심유진은 여형민의 말을 듣고 내심 기뻤다.

두 달이면 반년의 3분의 1이다.

그녀가 그와 계약한 기간이 보름이나 지났으니 앞으로 실제 계약 기간은 딱 3개월이 남은 셈이었다. 하지만 기쁨의 뒤에는 왠지 모르게 쓸쓸함이 따라왔다.

그녀는 허태준이 이 곳에 올지 오지 않을 지 궁금했다.

만약 허태준이 온다면…… 그녀는 어떻게 그를 대해야 할지 몰라 복잡했다.

심유진이 연회장에 도착했을 때 이미 많은 사람들이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정재하가 나이가 많지 않기 때문에 여자친구도 비슷할 것이다. 그래서 그런지 연회장에는 젊은 사람들만 보였다. 그들은 하나같이 예쁘고 싱그러웠으며 다들 화려하게 차려입었다. 그들은 이곳에 초대된 것이 기쁜지 얼굴에는 웃음이 가득했으며 삼삼오오 모여 서로의 일상을 공유하거나 인터넷에 화제가 되는 이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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