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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0화

그는 시선을 아래로 옮기다가 그녀의 가슴골에 묻은 와인 자국을 발견했다.

“이건 어쩌다가 이렇게 된 거예요?”

그가 물었다.

심유진은 저도 모르게 미간을 치켜올리며 평온한 말투로 대답했다.

“실수로 와인을 흘렸거든요.”

“왜 이렇게 실수가 많은 거예요?”

정재하는 미간을 찌푸리며 그녀 대신 화장실 문을 열어주었다.

“빨리 들어가서 씻어요!”

술 자국은 원래부터 지우기 힘들었다. 심유진은 물로 젖힌 뒤 한참 동안 비볐는데도 와인 자국은 여전히 지워지지 않았다.

그녀는 진이 빠져 변기에 기댄 채 쑤신 어깨를 주물렀다. 발도 너무 오래 서 있었던 탓에 아프기 그지없었다.

화장실에 들를 사람만 없었어도 그녀는 파티가 끝날 때까지 내내 이곳에 앉아있고 싶었다.

바로 그때 휴대폰 벨 소리가 고요함을 꿰뚫고 들려왔다.

심유진은 허태준이 그녀를 찾는 전화인 줄 알고 다급히 휴대폰을 꺼냈지만 스크린에 띈 번호는 낯선 익명의 번호였다.

그녀는 맨 처음 광고 판매사에서 온 연락인 줄 알았다. 하지만 퇴근 시간까지 맞춰 누군가에게 연락하는 광고 판매사는 없을 것 같았다.

심유진은 잠시 머뭇거리다가 통화 수신 버튼을 눌렀다. 휴대폰 너머로 한 여자의 부드러운 목소리가 들려왔다.

“혹시 심유진 씨인가요?”

“네.”

확신에 찬 답을 들은 상대방이 말을 이었다.

“저는 S 대원병원 척추과 간호사입니다. 이렇게 연락드린 건 다름이 아니라 남편분 병원비가 많이 밀린 상태라서요. 서둘러 와서 병원비를 지불해 주시길 바랍니다. 그렇지 않으면 절차에 따라 퇴원 수속을 밟을 수밖에 없어요.”

심유진은 병원에 자신의 번호를 남긴 적이 없었다. 누가 봐도 조건웅 부모가 그녀에게 연락하라고 시킨 게 분명했다.

“죄송합니다. 지금 조건웅 씨와 이혼 수속을 밟고 있는 중이라서요. 병원비는 조건웅 씨 부모님한테 얘기해주세요.”

그녀는 절대 요구를 들어줄 생각이 없었다.

그들한테 돈이 없는 것도 아니었다.

적금이 없다고 해도 조건웅이 그들에게 사준 집 한 채를 판다면 몇억 원은 손에 넣을 수 있었다.

“하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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