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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6화

장강수가 말했다.

“이호준 저놈은 호문소주인데 호문은 창해시에서 최근 몇 년간 부상한 거물급 세력입니다. 불법적인 산업도 많아 저도 많이 꺼리는 존재죠.”

“그런 건 관심 없고, 내가 물어본 건 저 두 사람 지금 자러 가는 게 확실해요?”

엄진우는 비록 차분한 표정을 지었지만 눈빛에는 예리함이 가득했다.

순간 장강수는 마치 죽은 사람을 본 듯 깜짝 놀라 얼버무렸다.

“호텔 딜리스는 호문의 산업인데 창해시에서 가장 큰 러브호텔이죠. 듣자 하니 이호준은 매일 다른 여자들과 함께 이 호텔로 드나든다고 합니다.”

엄진우는 두 사람을 노려보았다.

예우림 이 여자 이호준과 프로젝트 때문에 만났다고 하지 않았나? 근데 왜 호텔로 온 거지?

하하, 예우림......

성질은 삐딱해도 나름의 원칙과 마지노선이 있다고 생각해 매력을 느꼈었는데 알고 보니 돈을 위해 뭐든 다 할 수 있는 여자였어. 하다 하다 몸까지 팔다니.

전에는 절대 이호준에게 굴복하지 않겠다고 큰소리치더니 모두 헛소리였네.

엄진우는 저도 몰래 가슴이 쓰려왔다.

왠지 속은 것 같다는 생각에 그의 눈빛은 차츰 차가워졌다.

“명왕님, 왜 그러십니까?”

장문수는 침을 꿀꺽 삼켰다.

그러자 엄진우가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아니에요. 늦었으니 그만 가보세요.”

같은 시각.

예우림은 미간을 찌푸리고 물었다.

“이호준 씨, 계약서에 서명하는데 호텔은 왜 데려왔죠?”

이호준은 사악한 미소를 지어 보였다.

“이렇게 큰 금액의 프로젝트가 걸려 있는데 보안을 위해서라도 당연히 은밀한 곳에서 서명해야죠.”

예우림은 불쾌한 표정을 지었다.

“아무리 그래도 호텔은 아니지 않나요? 죄송하지만 너무 불편하니 들어갈 수 없어요.”

그녀는 긴 다리를 내디디며 돌아섰다.

이때 이호준이 다급히 그녀를 불렀다.

“예우림 씨, 잠깐만요! 서명하는 데 1분도 안 걸려요.”

예우림은 발걸음을 멈추고 차가운 눈길로 뒤돌아 이호준을 바라보았다.

“그렇다면 이번 한 번뿐이에요. 1분 줄테니, 만약 1분 안에 서명하지 않는다면 난 바로 나갈 거예요.”

“좋아요. 그렇게 하도록 하죠.”

이호준은 활짝 웃었다.

마침 호텔로 들어서려는 그때, 예우림은 마침 지나가던 엄진우를 발견했다.

그녀는 깜짝 놀란 표정을 짓더니 이내 엄진우를 불렀다.

“엄진우, 너 왜 여깄어? 설마 나 따라왔어?”

엄진우는 방금 장문수와 헤어졌다.

그는 예우림이 이호준을 옆에 두고 그를 부를 줄 생각도 못 했다. 게다가 따라왔냐니?

그를 모욕하는 건가?

엄진우는 깊은숨을 내쉬더니 몸을 돌려 침착하게 말했다.

“부대표님, 퇴근 시간이 지났으니 어디 있든 제 자유 아닙니까? 사생활까지 간섭하려는 건 아니겠죠?”

예우림은 멈칫하더니 미간을 찌푸리고 말했다.

“상사한테 그딴 식으로 말할 거야?”

“출근 시간에는 상사지만 퇴근하면 저와 당신은 아무 상관도 없는 남입니다.”

엄진우는 그녀를 비웃었다.

“게다가 제가 어떻게 부대표님이 남자와 잠자리하기 위해 러브호텔로 온 걸 알고 따라왔겠습니까?”

순간 예우림은 안색이 확 변하더니 버럭 화를 내며 말했다.

“엄진우! 뭐라는 거야? 너 미쳤어?”

그녀는 홧김에 엄진우에게 손을 휘둘렀지만 엄진우는 바로 그녀의 손목을 잡고 담담하게 말했다.

“그래요. 제가 우습겠죠. 가진 게 없는 회사원이라 당신한테 어울리지 않는다고 생각할 거예요. 하지만 진 빚이 있으니 참는 겁니다. 사전에 말 한마디도 없이 저한테 이래라저래라 명령하시고, 제 의견은 상관없이 저와 혼인신고하고 절 별장으로 들였죠. 다 참았습니다. 하지만 지금 여기서 이러고 있는 모습은.”

엄진우는 그녀의 손을 놓고 또박또박 말했다.

“미안하지만 참기 힘드네요. 제가 진 빚은 이미 다 갚았습니다. 그러니 내일 사직서 제출할 테니 이혼서류 작성하시죠. 그러고 저 당신 별장에서 나올 겁니다. 우리 사이 깔끔하게 정리합시다!”

그 말에 예우림은 넋이 나간 표정을 지었다.

“진심이야?”

지성그룹에서 출근하고 나와 결혼해 함께 생활하고......

수많은 사람이 꿈에서도 원하는 신선 같은 생활을 물리겠다고?

그럴 리가! 어떻게 미련이 하나도 없어 보이지?

엄진우는 전혀 흔들림이 없었다.

“진심입니다. 그리고 충고 하나 할게요. 옆에 계신 이 남자, 좋은 사람 아니니 멀리하십시오.”

이호준은 표정이 일그러졌다.

“뭐야? 거지새끼가 죽고 싶어서 환장했어? 예우림 씨, 설마 이런 남자한테 마음이 있는 건 아니죠? 야, 너 당장 꺼져.”

엄진우는 뒤도 돌아보지 않고 성큼성큼 멀어져갔다.

혼자 남은 예우림은 왠지 마음이 허전해 어찌할 바를 몰랐다.

내가 저 남자한테 차였어?

장난해?

난 모든 걸 가진 완벽한 여자야. 대기업 부대표인 내가 빈털터리 신입사원 엄진우한테 까였어? 까도 내가 까야지?

예우림은 주먹을 꽉 쥐었다.

하지만 그녀는 이내 정신을 차리고 강하게 말했다.

“이호준 씨, 계약서 쓴다고 하지 않았어요? 들어가시죠!”

“그래요.”

이호준은 활짝 웃으며 그녀를 데리고 가장 꼭대기 층으로 올라갔다.

화려한 장식의 로얄 스위트룸과 더블 워터 베드.

방에 들어서는 순간, 그녀는 침대 옆에 아무렇게나 버려진 콘돔을 발견했다.

그녀는 혐오스럽다는 표정으로 미간을 찌푸렸다.

“이호준 씨, 빨리 서명하세요.”

이 징그러운 곳에 그녀는 잠시도 있을 수 없어 빨리 서명하고 떠나려고 했다.

하지만 이호준은 수상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계약할게요. 하지만 조건이 있어요.”

“조건요?”

예우림이 물었다.

“침대에서 자세 잡고 날 화끈하게 모셔봐요.”

이호준은 갑자기 손을 뻗어 예우림을 침대로 밀치더니 굶주린 늑대처럼 달려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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