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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7화

예우림은 순식간에 얼굴이 변하더니 상대방의 정강이를 걷어찼다.

“이호준 씨! 뭐 하는 짓이에요? 허튼짓하지 마세요!”

“뭐 하는 짓이냐고요?”

이호준은 두 걸음 뒤로 물러서더니 음흉한 미소를 지었다.

“예우림, 내 앞에서 청순한 척하지 마. 너 엄진우라는 그 자식과 혼인신고 한 거 다 알고 있어. 고작 그런 새끼와 결혼할지언정 나와는 안 하겠다고? 좋아, 그렇다면 오늘 네 그 콧대 납작하게 눌러주지. 남자란 무엇인지 오늘 제대로 알게 해줄게.”

이호준은 다시 늑대처럼 달려들었다.

예우림은 다급히 문을 향해 뛰쳐나갔지만 문은 이미 잠겨 열리지 않았다.

그녀는 안색이 새하얗게 질려버렸다.

너무 방심했다.

이호준이 아무리 막무가내라도 그녀의 신분 때문에 함부로 굴지 못할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알고 보니 영락없는 미친놈이었다.

이호준이 뒤에서 크게 웃었다.

“이 호텔은 호문의 산업이야. 밖에 내 사람들이 깔려있어. 여기서 도망갈 수 있을 것 같아?”

예우림은 눈을 부릅뜨고 말했다.

“감히 날 건드린다면 우리 가문에서 널 가만두지 않을 거야!”

이호준은 두말없이 그녀의 머리채를 잡고 거칠게 침대에 내동댕이치더니 그녀의 턱을 부여잡고 말했다.

“천박한 년, 내가 널 여기 어떻게 데려올 수 있었다고 생각해? 당연히 네 삼촌 예정명의 도움이 있었으니 가능했겠지? 예씨 가문에서는 널 이미 나한테 홀딱 벗겨서 보내고 싶어 했어.”

그 말에 예우림은 안색이 변하더니 심장이 내려앉았다.

예씨 가문에서 그녀의 뒤통수를 쳤다니.

이호준은 사납게 웃기 시작했다.

“왜? 놀랐어? 우리 도도하신 예우림 부대표님께서 왜 이러실까? 오늘 한번 도도한 예우림 부대표 제대로 한 번 놀아볼까요? 당장 무릎 꿇고 나한테 복종해!”

이호준은 예우림의 검정생 스타킹을 찢었고, 찢어진 스타킹 사이로 백옥같은 다리가 드러났다.

“변태 새끼! 가까이 오지 마!”

예우림은 온 힘을 다해 소리를 지르며 침대에서 일어나 이호준을 밀치고 재빨리 욕실로 도망쳐 문을 잠갔다.

그런데 오히려 이호준은 더 깔깔 웃어 보였다.

“적당히 해! 여기 30층이야. 아무리 욕실에 숨어봤자 내 손아귀에서 도망칠 수 있겠어?”

예우림은 두려움을 억누르고 휴대폰을 꺼냈다.

이렇게 된 이상 가문은 믿을 수 없다.

그녀는 소지안에게 연락했지만 상대는 전화를 받지 않았다.

이때 이호준이 욕실 밖에서 음흉하게 웃으며 말했다.

“적당히 하라고 했지? 빨리 곱게 나와. 내가 문 부수고 들어가는 날엔 넌 죽음이야.”

예우림은 소지안에게 연락하는 것을 포기하고 다른 사람을 급히 찾았다.

창해시 집행청 부청장 박도명, 전에 그녀에게 적극 구애했던 남자니 아마 그녀를 도와줄 수도 있을 것이다.

“부청장님, 이호준이 절 지금 호텔 딜리스 3006호 방에 감금했어요. 저 좀 도와주시겠어요?”

“뭐라고요? 우림 씨, 곧 갈 테니까 조금만 기다려요. 근데 누가 그런 짓을 했다고요?”

“이호준이요.”

“네? 아, 이호준이요? 우림 씨, 저 지금 근무 중이라 많이 바빠요. 이만 끊을게요.”

통화가 끊겨버렸다.

예우림은 잠시 멈칫하더니 표정이 어두워졌다.

이호준이 크게 웃었다.

“누구한테 연락해도 소용없어. 누가 감히 날 건드리고 우리 호문을 건드려. 빨리 나와, 안 나오면 문 부순다!”

예우림은 완전히 절망했다. 그녀의 세상은 순간 어둠에 휩싸였다.

그녀를 구해줄 사람이 아무도 없다. 이젠 끝이다......

절망하던 그때, 주소록에 누군가의 이름이 눈에 들어왔다. 바로 엄진우......

엄진우라면 그녀를 구하러 와 줄까?

이미 이성을 잃은 예우림은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엄진우에게 전화를 걸었다.

이와 동시에 이호준은 이미 살벌하게 분을 부수기 시작했다.

“맞다, 내가 깜빡하고 말 안 해줬지? 사실 그날 내가 고인하 시켜서 너한테 약 탄 거야. 오전에 엄진우가 서정명을 폭행한 것도 나와 예정명이 의기투합하고 서정명에게 그 자식 쫓아낼 방법 생각하라고 해서 생긴 일이지.

아, 그러고 고인하에게 사람 불러서 그 자식 좀 혼내주라고 했어. 만약 일이 꼬여버리면 그 자식한테 덮어씌우라고 했는데 그걸 다들 믿더라고? 하하하!”

그 말에 예우림은 숨이 멎을 것 같았다. 믿을 수 없었다.

그러니까 내가 엄진우를 오해한 거였어?

날 지키기 위한 거였어? 그래, 아까도 나한테 이호준 멀리하라고 했었지.

그런데 난 처음부터 끝까지 엄진우를 오해한 것도 모자라 화까지 냈어.

난 날 지키려는 남자를 아프게 한 거야.

여기까지 생각한 예우림은 왈칵 눈물이 쏟아졌다.

이때 통화가 연결되고 전화기 저편에서 엄진우의 친근하지만 낯선 목소리가 들려왔다.

“부대표님, 어쩐 일로 전화하셨어요?”

예우림은 엄진우에게 도움을 청하고 싶었지만 미안한 마음에 도무지 입을 열지 못했다.

그녀는 떨리는 목소리로 겨우 세글자를 내뱉었다.

“미안해.”

엄진우는 멈칫하더니 다급히 물었다.

“부대표님, 무슨 일 있죠?”

쾅!

이때 이호준이 문을 부수고 들어와 그 자리에서 그녀를 제압하고 미친 듯이 옷을 벗기려고 했다.

그러더니 휴대폰을 빼앗아 들고 음흉하게 웃었다.

“엄진우! 내가 지금 예우림 한 번 놀아보려고 하는데, 너무 걱정하지 마. 내가 살뜰히 모시고 하이라이트 장면은 촬영해서 따로 보내줄게. 네가 가질 수 없는 여자가 나한테 정복당하고 모욕당하는 모습을 기대해.

물론, 네가 배짱이 있다면 예우림 구하러 와도 좋아. 하지만 여기 올라오기도 전에 사지가 뜯겨서 쓰레기통에 버려질걸?”

예우림은 필사적으로 소리를 질렀다.

“엄진우, 오지 마! 넌 이 자식 상대가 안 돼! 창해시를 떠나! 그리고 영원히 돌아오지 마!”

“입 닥쳐, 미친년아. 네가 낄 자리가 아니야! 하하하, 빨리 알아서 벗어. 아니면 내가 다 찢어버릴 수도 있어.”

이호준은 예우림의 뺨을 후려쳤다.

통화는 곧 종료되었고 예우림의 절망적인 외침만 들려왔다.

......

도로변.

엄진우는 무표정한 얼굴로 어딘가로 전화를 걸었다.

“청용.”

“명왕님.”

“명왕참살령이다. 창해시 호텔 딜리스, 죽어야 할 사람이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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