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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화

말이 끝나기 바쁘게 예씨 가문 사람들은 모두 격노하며 욕설을 내뱉었다.

“어디서 저런 쓰레기가 와서는 아무 말이나 지껄이는 거야!”

“감히 어르신에게 저런 악담을 퍼붓다니.”

“저런 개돼지만도 못한 자식에게 돈은 무슨! 때려죽여서 바다에 처넣은 게 좋겠어요!”

“역시 천민이라 그런가, 보기만 해도 징그러워.”

예흥찬은 안색이 어두워졌다.

“네 이놈, 어느 안전이라고 함부로 입을 놀려? 당장 무릎 꿇고 용서를 빈다면 없던 일로 해주지.”

고령의 노인이 가장 꺼리는 것이 바로 면전에서 저주받는 것이다.

엄진우는 미간을 찌푸리고 말했다.

“전 사실을 말했을 뿐입니다. 곧 죽게 되실 겁니다.”

예흥찬은 표정이 어두워지더니 분노를 참으며 말했다.

“다시 한번 말해보거라.”

“할아버지, 오해하지 마세요. 이 사람 워낙 헛소리가 심해요.”

예우림은 엄진우를 노려보았다.

그녀는 그가 왜 이런 헛소리를 하는지 알 수 없었다.

“엄진우, 너 헛소리 그만 해. 당장 할아버지한테 사과하고 여기서 떠나. 더는 너와 상관없어.”

어쨌든 엄진우는 그녀의 직원이고 지금 그는 그녀 때문에 위기에 처했으니 그녀는 그를 보호할 의무가 있다고 생각했다.

엄진우는 답답하다는 표정을 지었다.

“아니, 진짜라고요. 곧 죽는다고요. 제가 몇 번을 말해야 듣겠어요? 다들 귀 먹었어요?”

엄진우의 말은 불난 집에 기름을 부은 격이 되어버렸다.

예씨 가문 사람들은 충격에 빠졌고, 예흥찬은 안색이 새파랗게 질려 화가 나서 미칠 것만 같았다.

“좋아. 너에게 기회는 없어. 목숨을...... 여기에 두고 가야 할 거야.”

예우림은 다급히 예흥찬을 달랬다.

“할아버지, 이 사람 우리 회사 직원이에요.”

“그 입 다물어! 부처님이 오셨다고 해도 소용없어!”

예흥찬은 분노가 치밀어 올랐다.

“예정국, 예정명!”

“네!”

예씨 형제가 대답했다.

“문 닫고, 예씨 가문의 모든 직원과 킬러들을 소집해서 이 애송이 처리해!”

예흥찬이 고래고래 소리를 지르는 그때, 갑자기 복부에서 심한 통증이 전해지더니 그는 그대로 피를 토하며 바닥에 쓰러져버렸다.

“아버지!”

“어르신!”

예상치 못한 상황에 예씨 가문 사람들은 대경실색하며 급히 달려갔다.

늘 정정하던 예흥찬이 갑자기 피를 토하며 쓰러지다니!

“빨리 병원으로 모셔요! 할아버지 위험해요!”

예우림도 정신없이 앞으로 달려갔다.

일은 갑자기 일어났고 예흥찬의 상태는 급속도로 악화하였으며 피는 멈출 줄 모르는 것이 곧 숨이 멎을 것만 같았다.

예씨 가문 사람들은 안색이 창백해져서 어쩔 줄 몰라 했다.

게다가 가장 가까운 병원은 적어도 차로 30분은 가야 도착할 수 있었다.

이때 엄진우가 다가와 예흥찬의 혈을 가볍게 눌렀고 순간 예흥찬은 약간의 완화 기미를 보였다.

예씨 가문 사람들은 믿을 수 없다는 눈빛으로 엄진우를 올려다보았다.

“설마 아까 이 자식이 했던 말이 사실이었어?”

“어르신, 지금 어르신을 구할 수 있는 사람은 오직 저뿐입니다. 그렇지 않으면 5분도 안 돼 어르신은 생명을 잃게 되십니다.”

엄진우는 흔들림이 없는 눈빛으로 아주 침착하게 말했다.

북강에서 그는 놀라운 의술을 익혔다.

예흥찬을 처음 봤을 때 그는 이미 상대의 호흡이 고르지 않다는 것을 보아냈다. 비록 평소에는 괜찮아 보였겠지만 그의 장기부전은 이미 극에 달했으며 한번 폭발하면 반드시 목숨을 잃을 수 있는 지경에 이르렀다.

그리고 그 임계점이 바로 오늘이다.

예흥찬은 어금니를 꽉 깨물고 말했다.

“그럼 빨리 구해주지 않고 뭐 하고 있어! 날 구해준다면 2억을 보상으로 주도록 하지!”

엄진우는 고개를 저었다.

“돈은 필요 없습니다. 대신 더는 부대표님의 직위로 그녀를 협박하지 않겠다고 약속해 주세요. 이걸로 저도 부대표님에게 진 빚을 갚을 겁니다.”

예우림은 멈칫했다.

엄진우가 이런 요구를 할 줄 몰랐던 그녀는 마음이 복잡해졌다.

예씨 가문 사람들은 엄진우의 말에 버럭 화를 내며 말했다.

“감히 네까짓 게 우리를 협박해? 네가 뭔데 감히 우리 예씨 가문 주인을 협박해. 죽고 싶어?”

하지만 예흥찬은 곧 숨이 넘어갈 지경이었고, 아무리 이가 근질거려도 하는 수 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약속하지. 어서 나부터 구해!”

그제야 엄진우는 상대 몸의 혈을 재빨리 찍었다.

영궁, 천명, 양지......

1분도 안 되는 사이에 예흥찬은 기사회생해 정상으로 돌아왔다.

예씨 가문 사람들은 모두 어안이 벙벙해서 눈을 깜빡거렸다.

1분 만에 죽어가는 환자를 살렸다니.

이건 말도 안 되는 일이다.

“끝났습니다. 저는 약속을 지켰으니 어르신도 부디 약속을 지켜주십시오.”

엄진우는 활짝 웃어 보였다.

예흥찬은 얼굴이 붉으락푸르락해서 그를 노려보았다.

그는 후회하고 있다.

하지만 예씨 가문 주인으로서 어찌 뱉은 말을 거둘 수 있단 말인가.

“좋다! 예우림은 영원히 지성그룹의 부대표로 예씨 가문 그 누구도 예우림의 자리를 넘볼 수 없다!”

예우림은 믿을 수 없다는 눈빛으로 예흥찬을 바라봤다.

과연 그녀가 알고 있는 고고하고 당당하며 영원히 고개를 숙일 줄 모르던 그 할아버지가 맞는 걸까?

엄진우는 기세를 몰아 예우림의 손을 덥석 잡고 말했다.

“부대표님, 그만 가시죠.”

두 사람이 떠난 후.

예정국과 예정명은 화가 나서 주먹을 불끈 쥐었다.

“망할 놈의 자식! 감히 불 난 틈에 도둑질이라니.”

“혈 몇 번 찍은 거 아니에요? 난 또 얼마나 대단한 의술인 줄 알았더니. 나도 할 수 있겠어요! 눈 뜨고 코 베인 셈이네.”

이때 갑자기 한 메이드가 달려와서 보고했다.

“어르신, 방금 근처에 사는 한의 전문가 송영민 신의님에게 연락드렸는데 지금 막 도착하셨습니다.”

“뭐야? 빌어먹을! 당장 모시거라!”

그 말에 예흥찬은 배알이 꼬였다.

진작에 근처에 송영민이 살고 있다는 것을 알았더라면 그 애송이의 조건을 들어주지 않았을 것이다.

송영민이 약상자를 메고 오자 예흥찬은 쓴웃음을 지었다.

“신의께서 조금 늦으구려. 이 늙은이의 병은 이미 어떤 젊은이가 치료해 주었다네. 큰 병이 아니라 혈 자리 몇 번 눌렀을 뿐인데 바로 이렇게 멀쩡해졌소.”

“그렇군요. 늦어서 죄송합니다. 어르신, 그렇다면 제가 맥을 짚어드리고 한약 좀 지어드리겠습니다.”

송영민은 예의 바르게 웃으며 말했다.

“그러지.”

예흥찬은 고개를 끄덕였다.

송영민은 익숙한 듯 예흥찬의 손목에 손을 올렸다.

그런데 이때, 송영민은 놀라서 땅바닥에 주저앉아 식은땀을 흘렸다.

“어르신! 전 항상 어르신에게 최선을 다했건만 왜 저를 속이시는 겁니까?”

“아니, 그게 무슨 말이오?”

예흥찬은 알 수 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어르신의 병은 천인오쇠(天人五衰)로 한의학에서는 거의 풀리지 않는 증세입니다. 그런데 어떻게 이리도 말끔히 없어졌는지...... 이건 용국 최고의 의사가 아니면 절대 할 수 없는 일입니다.”

송영민은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그런데 어찌 젊은이가 치료해 주었다고 절 속이시는 겁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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