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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0103장

푹!

한줄기의 피가 뿌려졌다.

미간을 팍 찌푸린 천도준의 두 눈에 날카로움이 가득했다.

그의 왼손 팔뚝에 길게 베인 상처에서 피가 배어 나오고 있었다.

그나마 재빨리 피해서 다행이었다. 직격으로 베었다면 죽지는 않아도 한쪽 팔은 더는 쓸 수 없을 게 분명했다.

천태영에게 있어 사람 목숨은 정말 별 보잘것없었다.

“쯧, 난 또 얼마나 대단하다고. 여전히 쓰레기였군.”

천태영은 천천히 등을 돌려 문 앞에 서서 천도준의 앞을 가로막으며 조롱했다.

“후우….”

천도준은 심호흡을 하며 굳은 얼굴로 천태영을 노려봤다.

천태영은 별안간 다리를 들어 문턱에 올리며 미소를 지었다.

“사실 너에게도 선택지는 있어. 내 다리 사이를 기어가기만 하면 살려는 줄게. 하지만 저 여자는 남겨둬야 할 거야.”

“그럼 끝내 누가 남게 될지 두고 보자고!”

천도준의 두 눈에 안광이 번뜩이더니 별안간 의자를 들어 천태영을 향해 달려들었다.

어두운 방 안에서 두 사람은 뒤엉켜 싸우기 시작했다.

이따금씩 나이프가 의자에 부딪치는 소리가 울렸다.

한 번의 실전을 경험한 뒤로 천도준은 질적인 변화가 생겼다.

하지만 천태영에 비하면 그래도 차이가 있었다.

이내 그는 밀리기 시작했다.

몇 번이나 한기 서린 나이프가 그의 몸을 스쳤고 빠르게 반응하여 아슬아슬하게 피하지 않았다면 지금쯤 피투성이가 되었을지도 몰랐다.

푹!

끝내 나이프가 천도준의 오른팔을 휙 그었다.

미간을 찌푸린 그는 고통에 재빨리 뒤로 물러섰다. 왼팔의 상처는 뼈가 보일 정도로 깊었고 피가 줄줄 흐르고 있었다.

잠깐 멈춰선 천태영은 마치 광대를 보듯 천도준을 주시했다.

천도준의 변화는 확실히 큰 놀라움을 주었다.

하지만 그저 놀라움뿐이었다.

그는 천도준에게 자신과 맞설 능력이 있다고 생각하지는 않았다.

“사생아는 사생아일 뿐이지. 아무리 대단해졌다고 해도 사생아일 뿐이야.”

천태영은 음산하게 웃으며 나이프를 휘둘러 나이프에 묻은 피를 털어냈다.

“가고 싶지 않다면 여기 남겨줄게. 완전히 단념할 수 있게 말이야.”

천도준은 한기 서린 얼굴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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