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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4화

천도준은 분위기를 무마하려고 장난치듯이 말했다.

“그렇게 심각했어? 내 매력이 그 정도인가?”

“나도 언제부터 시작된 마음인지 모르겠어.”

고청하가 울먹이며 말했다.

언제 시작한 건지 모르지만 정신을 차리고 보니 그에게서 헤어나올 수 없었다.

천도준은 어떻게 대답해야 할지 몰라 망설였다.

그 모습을 본 고청하가 가까이 몸을 밀착했다.

두 사람의 눈이 허공에서 마주치고 비좁은 차 안에서 그녀의 은은한 향기가 코끝을 자극했다.

그녀는 두 손으로 천도준의 손을 감싸고 아련한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네 과거는 나한테 하나도 중요하지 않아. 난 너와 미래를 함께하고 싶어. 널 도와 네 능력치가 닿는 곳까지 같이 올라가고 싶어. 난 오남미처럼 너를 착취하지 않을 거야.”

말을 마친 그녀가 천천히 다가왔다.

두 사람의 입술이 맞물린 순간, 천도준은 온몸에 전율이 일고 머릿속이 하얘졌다.

곧이어 그는 손을 뻗어 고청하의 어깨를 잡고 살짝 그녀를 밀어냈다.

“청하야, 미안해. 우리 둘 다 시간이 좀 필요한 것 같아.”

말을 마친 그는 차에서 내렸다.

고청하는 멍하니 차에 앉아 떠나는 그의 모습을 바라보며 입술을 깨물었다.

그리고 운전대에 엎드려 소리 없이 흐느꼈다.

천도준은 강변을 따라 정처 없이 걸었다.

서늘한 바람이 얼굴을 스쳤다. 너무 갑작스러워서 아직도 머리가 멍하고 어지러웠다.

고청하가 자신을 남자로 생각할 줄은 몰랐다.

그리고 이렇게 솔직하게 고백해 올 줄도 몰랐다.

어떻게 이 마음에 호응해 줘야 할까?

그는 강변에 자리를 잡고 앉아 반짝이는 수면을 멍하니 바라봤다.

갑자기 담배가 생각났다.

그의 출신과 고청하의 출신은 그야말로 천지차이였다.

출신 때문에 오남미와 결혼할 때, 속으로는 자신이 오남미에 비해 많이 부족하다고 자책했던 그였다. 그런 마음 때문에 더 일에 매달렸고 돈을 버는데만 집중했다.

하지만 결국 어머니의 수술비마저 빼앗겨 버렸다.

만약 이수용이 마침 나타나지 않았더라면….

그런 생각이 들자 천도준의 두 눈이 형형하게 빛났다.

그는 지갑에서 카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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