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도준이 천연덕스럽게 웃으며 말했다.“이수용 어르신은 제 귀인이십니다. 매번 귀찮은 일이 생길 때마다 어르신께 손을 내밀면 그분의 기대를 저버리는 짓 아니겠습니까?”“하하… 그렇긴 하죠.”주건희가 날카로운 눈으로 천도준을 바라보며 말했다.“내가 말단 사원이었던 천 대표를 끌어준 것과 같은 이치이지요. 그때 천 대표에게 날개를 달아주지 않았더라면 3년 안에 부장까지 진급하는 쾌거는 이루지 못했을 거예요.”찻잔을 내려놓은 주건희가 본론을 말했다.“사실 연락을 받은 뒤에 이미 인근 도시에서 공급 업체 세 군데에 연락했어요. 그들의 실력이라면 서천구 개발 사업에 필요한 물량을 맞출 수 있을 거예요. 단지 단가나 지불 방식이 우리 시보다는 많이 까다로울 거예요.”“이해합니다. 일단 회사는 살리고 봐야죠. 돈은 전혀 문제가 되지 않습니다.”천도준은 고개를 끄덕인 뒤, 주건희 회장에게 고개를 숙여 감사를 표했다.“도와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이 은혜 절대 잊지 않겠습니다.”“그렇게 말하면 섭섭하죠. 천도준 씨는 내가 먼저 발견하고 키워준 인재 아닙니까. 설마 내가 모른 척할 줄 알았어요? 사업 판은 전쟁터와 같아요. 상부상조해야 더 오래갈 수 있는 거지요.”주건희는 아무렇지 않다는 식으로 말하며 찻잔을 들었다.천도준은 찻잔을 비운 뒤, 자리에서 일어섰다.“회장님께 확답을 들었으니 이만 회사로 복귀하겠습니다. 아직 할 일이 많아요.”“그래요. 각 공급 업체에서 제시한 단가와 자세한 사항은 메일로 보낼게요. 마음에 드는 곳을 골라서 가서 계약하면 됩니다.”별장을 나온 천도준은 하늘을 보며 걸었다.오늘따라 햇살이 따스했다.주건희와의 독대에서 너무 긴장한 탓인지 등이 축축하게 젖어 있었다.고개를 돌려 주건희의 별장을 바라본 천도준은 의미심장한 미소를 지었다.아까 그가 조금만 긴장한 모습을 보이고 주건희와 대화가 길어졌더라면 이수용이 본가로 복귀했다는 사실이 탄로날 수도 있었다.지난번에 이대광이 약간 장난친 것 가지고 이수용이 직접 전면에 나섰는
승진할 걸까?그녀는 기쁘면서도 서운한 감정이 들었다.‘천도준 이 녀석, 승진하고도 한 마디 말도 없었어?’고개를 끄덕인 고청하가 말했다.“그럼 천 대표님 만나게 해주세요.”그녀가 알아본 정태건설 자료에 의하면 이 회사는 한 대기업 회장의 산하 계열사중 하나였다.천도준이 대표의 자리까지 올랐지만 진짜 주인은 따로 있다고 생각했기에 필요하다면 천도준을 위해 자신이 나서서 그분을 만나 해명할 생각이었다.“죄송하지만 대표님은 지금 자리를 비우셨어요.”여직원이 말했다.고청하는 순간 심장이 철렁했다.벌써 윗분을 만나러 간 걸까?서천구 사업은 황금알을 낳는 거위였다. 현재 정태건설이 자재 업체의 협동 공격을 받고 있으니 천도준은 대표로서 그 책임을 피해갈 수 없을 것이다.그런 생각이 들자 고청하의 얼굴이 하얗게 질렸다.도와주려고 귀국했는데 첫 단추가 이렇게 꼬일 줄은 생각도 못했다.만약 장학명이 독단적으로 결정을 내리지 않았더라면 절대 이런 상황까지 오지는 않았을 것이다.이때, 등 뒤에서 엘리베이터 문이 열리는 소리가 들렸다.천도준은 안내 데스크 앞에 있는 고청하를 보고 화들짝 놀라며 물었다.“청하 너 회사에는 어쩐 일이야?”그는 한숨을 쉬며 안내 데스크 직원을 바라봤다. 나중에 알려주려고 일부러 말 안 했는데 말하기도 전에 그녀가 그의 진짜 신분을 알아버렸다.고청하는 천도준을 보고 걱정스러운 얼굴로 물었다.“안 그래도 너한테 해명할 일이 있어. 자재 협회가 너의 회사와 보이콧을 선언했다며?”“그걸 어떻게 알았어?”천도준이 당황한 듯 물었다.“지금 그게 중요해?”고청하는 천도준을 끌고 구석으로 가서 작은 소리로 물었다.“혹시 윗분한테 불려가서 깨지고 오는 길이야?”윗분?천도준은 당황한 얼굴로 고청하를 바라보았다.아직 모르는 건가?그가 멍하니 있자 고청하는 조바심이 났다.“너 부장에서 대표로 승진한 거 알아. 그런 시점에서 서천구 개발 사업에 이런 차질이 생겼으니 배후에 있는 그분이 분명 너한테 엄청 뭐라고 했겠지.”천
고청하는 아리송한 말만 남기고 홀연히 가버렸다.천도준이 일을 해결했다면 이제 회사로 돌아가서 장학명을 어떻게 처리할지 고민해 볼 차례였다.천도준은 멍한 표정으로 멀어지는 여자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중얼거렸다.“뭘 잘못했다고 저러는 거지?”그는 못 말린다는 듯이 고개를 젓고는 사무실로 들어갔다.기대에 찬 직원들의 시선이 그를 향하자 그는 담담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이미 해결했으니 다들 일하세요.”환호성이 사무실에서 터져나왔다.“역시 대표님은 해낼 줄 알았어요!”“우리 대표님 정말 믿음직하세요. 이제 걱정 없이 일에만 집중할 수 있겠어요.”“자, 다 일합시다. 대표님이 힘들게 문제를 해결했는데 저희도 놀고 먹을 수는 없죠.”열띤 사무실 분위기를 보고 천도준은 조용히 미소를 지으며 자신의 사무실로 돌아갔다.한편 고청하는 미친 듯이 질주하여 영일자재 주차장에 도착했다.사무실로 돌아온 그녀는 바로 장학명을 호출하지는 않았다.사실 그녀는 이 사람을 어떻게 처리할지 난감했다.그는 그녀의 아버지가 직접 키워낸 영일자재의 실세였다. 비록 그녀가 이곳으로 오면서 사장 자리에 올랐지만 회사 직원들에게 장학명의 명망은 그녀를 훨씬 초월했다.귀국한 진짜 이유를 부모님께 알리지 않은 상황에서 장학명을 자른다면 부모님 귀에 이 일이 들어갈 것은 물론 상황이 그녀가 통제할 수 없는 방향으로 전개될 수 있었다.그녀는 아직 부모님이 천도준을 성에 차할 거라는 확신이 없었다. 비록 그녀의 눈에는 훌륭하다고 하지만 부모님 입장은 달랐다.그래서 조용히 귀국해서 최선을 다해 천도준을 최정상으로 올린 뒤에 부모님의 허락을 받아내는 게 그녀의 계획이었다.그랬기에 더욱 더 장학명을 자극할 수 없었다.잠깐의 고민 끝에 답이 나오지 않자 그녀는 일단 접어두기로 하고 컴퓨터를 열었다. 그리고 검색창에 주건희라는 이름을 검색했다.유명인사답게 인터넷에서 그의 상세한 프로필을 검색할 수 있었다.주건희에 관련한 정보를 확인한 고청하는 놀라서 입을 다물지 못했다.저런 인물이
천도준은 울적한 얼굴로 방을 나섰다.이율 병원에서 본 광경이 가시처럼 박혀 도무지 진정이 되지 않았다.전에 걱정했던 일이 이렇게 일찍 발생할 줄은 전혀 상상도 하지 못했다.하지만 절대로 이런 일이 벌어지게 둘 수는 없었다.“도련님, 무슨 일이십니까?”존이 의아한 얼굴로 천도준을 쳐다봤다.천도준은 시간을 확인하며 말했다.“존, 여기서 나가면 피지컬 훈련 진행 도와줘요.”존은 미간을 찌푸렸다.“도련님, 시간도 늦은 데다 오늘 하루 종일 바삐 돌아쳤는데 괜찮겠어요?”그는 천도준이 갑자기 이러는 이유를 알 수가 없었지만 무슨 일이 벌어진 것만은 분명했다.“존, 있잖아요. 전에 매일 아침마다 훈련을 했었는데, 얼마나 더 지나야 천태영을 이길 수 있을까요?”천도준이 물었다.존은 잠시 고민하다 대답했다.“최소 일 년은 지나야 합니다.”현재 매일 아침 천도준을 위해 짠 훈련 계획은 이미 한계에 달한 수준이었다.하지만 천태영은 천씨 가문에서 최정예 훈련을 받은 사람이었고, 천도준으로 하여금 일 년 내에 그런 천태영에게 견줄만한 실력을 갖추게 하는 건 존이 예상하는 가장 최선의 결과였다.“그럼 만약 한 달 내에 천태영이 아무런 반항도 하지 못하게 하려고 한다면요?”천도준의 목소리는 더없이 단호했다.“도련님….”존은 천도준이 왜 갑자기 이러는지 알 것 같았다.천도준의 두 눈빛에 날이 바짝 섰다.“딱 한 달이에요. 어떻게 훈련을 시키는 다 좋아요. 훈련 강도가 10배, 100배가 된다고 해도 좋아요. 하지만 반드시 한 달 뒤, 천태영을 마주했을 때 그 녀석을 때려눕히고 말 거예요!”단호한 목소리에는 존마저 소름이 돋을 정도의 한기가 서려 있었다.……이튿날.이른 아침부터 영일자재에서는 치열한 논쟁이 벌어지고 있었다.대표 사무실 밖.장학명은 분노로 얼굴이 벌겋게 물들인 채 테이블 위의 모니터에 보이는 영일자재 홈페이지를 가리키며 고청하를 향해 버럭 화를 냈다.“고 대표님, 머리가 어떻게 되기라도 한 겁니까? 몰래 영일자재가 정태 건설
그 뒤로 일주일 동안, 정태 건설의 일은 차근차근 진행되고 있었다.그리고 천도준은 원래는 정태 건설을 배척하던 영일자재가 왠지 모르게 다시 정태 건설에게 재료를 제공하기 시작하더니 재계약을 할 줄은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조걵은 똑같았지만 위약 책임은 지난번보다 더 엄중해졌다.이에 천도준은 의아하긴 했지만 반대는 하지 않았다.비즈니스를 함에 있어 영원한 적은 없었다. 오직 이익만이 영원햇다.영일자재가 다시 손을 내밀어주었으니 그대로 받으면 그만이었다.물론 지난번의 일을 교훈 삼아 그는 주건희가 협력할 자재 회사를 찾는 것을 만류하지는 않았다.비록 세 개의 회사에서 고른 회사의 단가가 시장가보다 조금 높긴했지만 두 가지 패를 손에 쥐고 있으니 무너질 확률도 꽤 많이 줄었다.게다가 서천구 재개발 프로젝트의 예상 수익을 봤을 때 높아진 일부의 단가는 딱히 신경 쓰이지 않았다.그리고 자재들이 현장으로 다시 들어오면서 서천구 재개발 프로젝트도 다시 진척이 되고 있었다.그리고 그것은 현지에 작지 않은 바람을 일으켰다.손을 잡고 정태 건설을 배척하던 자재 회사들 모두 두 눈이 휘둥그레졌다.그리고 가장 분노한 것은 천태영이었다.쨍그랑!리빙턴 호텔의 스위트 룸, 천태영은 손을 들어 꽃병을 깨부쉈다.켜져 있는 TV 속에는 서천구 재개발 프로젝트의 시공에 관한 저녁 뉴스가 보도되고 있었다.“제장! 망할 것들!”천태영은 분노로 두 눈이 희번덕거렸다. 오른 주먹은 꽃병 조각에 베어 피가 배어 나오고 있었지만 그는 전혀 안중에도 없었다.“천도준, 이 개자식이 감히 주건희의 도움을 받아? 젠장, 주건희도 천씨 가문이 아니었다면 절대로 그 개자식을 도와줄 리가 없어!”치밀하게 계획을 세웠지만 그만 주건희를 간과하고 만 것이다.원래는 돈 좀 들이면 천도준을 철저히 가지고 놀 수 있을 줄 알았는데, 천도준이 그대로 회피하더니 되살아날 줄은 전혀 예상치도 못했다.어렸을 때부터 지금까지 천태영은 초엘리트 교육을 받으며 자라왔다.그런데 지금 “사생아”인 천도준
“제가요?”천도준은 숨이 턱 막혀 굳은 눈빛으로 철창 안의 처참한 광경을 쳐다봤다.비록 천태영을 이기고 싶어 안달이었고 존에게 지옥 훈련을 진행해달라고 했지만 진짜로 무대에 올라가 격투를 하라고 소리에 당황하지 않았다면 거짓말이었다.등 뒤에서 존의 목소리가 다시 울렸다.“도련님, 진정한 격투 기술은 모두 실전 대결에서 빠르게 느는 법입니다. 만약 한 달 내로 천태영에게 견줄만한 실력을 얻고 싶다면 아무리 고강도의 훈련을 받는다고 해도 부족합니다.”천도준은 찌푸린 미간을 풀더니 눈빛이 더없이 확고해졌다.확실히, 천태영은 어려서부터 천씨 가문에서 엘리트 교육을 받았다.그리고 그는 비록 마음에 들지는 않았지만 엘리트 교육을 통해 성장한 천태영은 종합적인 능력이 확실히 그보다 강하다는 것을 부정할 수는 없었다.어려서부터 천태영이 받은 것은 초엘리트의 피지컬 훈련이었고 심지어 그는 천씨 가문 사람들이 천태영에게 실전 대결도 시켰을 것이라고 믿어 의심치 않았다.만약 고작 지옥 훈련의 피지컬 훈련만으로 단련을 한다면 한 달이 아니라 일 년이 지난다고 해도 천태영을 이기기란 불가능이었다.어떤 것들은 하늘과 땅의 차이가 있어 노력만으로는 안 된다는 것을 알게 된다면 위험을 무릅쓰는 수밖에 없었다.“알겠어요!”천도준은 다짐하며 외쳤다.격투장 내의 환호성은 한참 동안 이어지고 나서야 점차 줄기 시작햇다.이런 지하 격투 대결에서 가장 사람들의 피를 들끓게 만드는 것은 바로 한 방 한 방이 직격으로 꽂히고 심지어는 치명적이기까지 한 피비린내였다.마치 고대 로마의 콜로세움처럼 콜로세움에 들어선 순간, 관객들에게 있어 더는 생명의 존엄이란 존재하지 않았다. 그곳에 남은 것이라곤 피비린내 나는 폭력이 전부였다.물론, 이토록 열기가 뜨거운 이유는 모든 무대 아래마다 매 경기의 내기 배팅이 설치되어 있기 때문이기도 했다.매 경기마다 철창에 들어가 결투를 벌일 인원의 명단이 공개가 되면 새로운 배팅이 시작되었다.그리고 배당은 결투 대상의 강약으로 판정되었다.거
이내 심판의 외침에 따라 울프도 무대에 올라왔다. 현장에는 순식간에 열정적인 환호성으로 가득 찼다.천도준의 눈에 날렵한 몸매에 상반신을 드러낸 구릿빛 피부의 남자가 천천히 철창 안으로 들어오는 것이 보였다.평범한 외모는 조금 말라보일 정도였지만 두 눈만은 한 마리의 늑대같이 사나움을 품고 있었고 오른쪽 눈꼬리 쪽에는 지네 같은 흉터가 관자놀이 쪽으로 쭉 뻗어 있었다.울프와 시선을 마주한 천도준은 등줄기에 소름이 돋는 것 같았다.심장 박동도 저도 모르게 빨라지기 시작했다.관객들의 환호성, 눈 부신 빛, 그리고 울프가 내뿜는 엄청난 기세까지, 순간 강렬한 긴장감에 천도준은 정신이 아득해졌다.이번은 천도준의 첫 실전이었다. 게다가 방금 전에는 철창 안의 피 터지는 싸움을 직접 목격하기도 한 참이었다.휘슬 소리와 함께 맞은 편의 울프가 갑자기 몸을 숙이더니 하나의 포탄처럼 천도준을 향해 달려들었다.도발하는 말도 불필요한 움직임도 없었다.철창 안에는 목숨을 건 결투만 존재했다.불필요한 행동 하나 말 한마디는 피투성이가 된 채로 바닥에 쓰러지는 사람이 누구인지를 결정했다.“도련님….”철창 밖의 어둠 속에서 존은 걱정 가득한 목소리로 중얼거렸다.오랜 기간의 용병으로 지내며 목숨을 건 싸투를 벌였던 그의 경험으로 보건대 철창 안의 광경은 천도준이 울프에게 밀리고 있었다.게다가 존은 천도준의 심한 긴장감을 똑똑히 알아챘다.쿵!화려한 기교 따윈 없는 한 방이었다.천도준은 얼굴이 커다란 망치에 얻어맞은 듯 비명과 함께 머리가 웅웅 울려 그대로 바닥에 쓰러졌다.피가 끊임없이 목구멍에서 올라왔다.그가 미처 정신을 차리기도 전에 흐릿한 시야 속에 울프의 발이 보이더니 빠르게 자신의 얼굴을 향해 발길질을 하고 있었다.천도준은 본능적으로 두 손을 들어 얼굴을 가렸다.퍽!커다란 소리와 함께 천도준은 휘청이며 뒤로 물러섰고 철창 변두리에 부딪쳤다.강렬한 충격에 고개를 뒤로 젖힌 그는 피를 왈칵 토해냈다. 희끗희끗한 핏자국이 흰 가면 위에 뿌려졌다.우
울프의 눈동자가 빠르게 수축하며 눈가의 지네 같은 흉터도 함께 꿈틀거렸다.정말로 햇병아리가 맞나?짧은 시간 내에 보인 천도준의 변화는 마치 사람이 바뀐 것만 같은 기분이 들었다.그 모습에 울프는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어둠속에서 존의 휘둥그레진 두 눈에는 놀라움이 가득했다.“빨, 빨라!”그가 천도준을 지하 격투장에 데려온 건 말로는 천도준에게 실전을 경험시켜 준다고는 했지만 실제로는 천도준의 성격을 다스리려는 게 목적이었다.소위 전투 경험이라는 건 격투 기술에 강대한 멘탈이 조합되어 실전에서 완벽하게 시전하는 것뿐이었다.천도준은 평소에 헬스를 하고 있었고고 타고나길 신체 조건이 우월했던 탓에 그동안 존의 그동안 이어진 지옥 훈련에서 피지컬은 이미 합격선이었다.부족한 건 멘탈이었다.한 사람의 멘탈이 충분히 강하지 않을 때면 피지컬이 아무리 대단해도 상대를 마주할 때면 천도준이 울프를 처음 마주했을 때처럼 막연해하고 당황하며 멍하니 피동적으로 얻어맞을 수밖에 없었다.그러나 천도준의 심경 변화에 존은 깜짝 놀랐다.그는 아주 잠깐의 대결 이후 천도준이 이렇게 빨리 집중하게 될 줄은 전혀 생각지도 못햇다.“어르신의 안목은 언제나 이토록 날카로우셨지.”존은 작게 중얼거렸다.어둠속의 관객석에는 여전히 환호성이 가득했다.철창 안은 고작 몇 초밖에 흐르지 않았다.심지어 관객들은 거리가 먼 탓에 천도준의 변화를 알아채지도 못했다.“후우….”숨을 크게 내쉰 울프의 두 눈에 날카로운 빛이 번뜩였다.“좀 재밌어지는군.”말이 끝나기도 전에 울프가 별안간 폭주했다.늑대 같은 형상이 번개처럼 빠르게 움직였다.천도준의 변화에 그는 숨이 턱 막히는 것 같아 장난은 집어치우고 빠르게 싸움을 끝내려 했다.강렬한 불빛 아래.천도준은 우뚝 서 있었다. 가면 아래의 두 눈은 자신을 향해 달려드는 울프를 단단히 지켜보고 있었다.냉정해야 해.반드시 냉정해야 해.그는 끊임없이 자신의 호흡을 가다듬었다.쉭!파공음이 울리며 울프의 주먹이 그대로 천도준의 얼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