격투 기술은 살인이다. 이건 그가 생사의 갈림길에서 얻은 깨달음이었다.철창 안의 생사는 사실 사람들에게는 중요하지 않았다.그의 전투 경험으로 보건대 방금 전의 천도준의 공격에는 울프를 죽이지는 않아도 평생 장애를 얻게 하는 공격 방식이 적어도 열 개는 있었다.그런데 하필 천도준은 울프의 겨드랑이를 공격했다.그건 상대로 하여금 잠깐 동안 전투력을 상실하게 하면서도 그 뿌리는 다치지 않게 하는 곳이었다.철창 안.천도준은 천천히 울프에게로 다가갔다.울프는 이미 자리에서 일어서 있었다. 고통은 그의 얼굴을 하얗게 질리게 만들었고 오른손은 여전히 늘어진 상태였다. 당분간은 아예 들 수조차 없었다.이 전투는 이미 아무런 긴장감도 없어졌다.생사의 결투에서 한쪽 팔이 전투력을 상실하게 된다면 이어지는 것은 모든 것을 무너트릴 만한 패배였다.“당신은 졌어.”천도준은 평온하게 울프를 쳐다봤다.“계속하지 않으려고?”천도준에게 맞아 피 웅덩이 속에 쓰러질 준비까지 이미 다 마친 참이었던 울프는 그만 멍해졌다.오랜 시간 이 철창 속에서 짐승같이 격투를 했던 그는 이 안의 규칙에 대해 너무나도 잘 알고 있었다.적당히 끝을 낸다는 것은 전혀 존재하지 않았다.지금 그 같은 상황에서 만약 다른 상대였다면 아무런 망설임도 없이 현장의 모든 관객에게 피비린내 나는 쇼를 보여줬을 것이다.천도준은 냉담한 말투로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다.울프는 조금 알 수가 없어졌다. 눈앞의 이 가면을 쓴 사람이 주는 느낌은 정말 너무 남달랐다.빠른 적응 능력, 적절한 선에서 끝내는 결투까지.그는 조금 횡설수설하며 말했다.“계속해서 가격해도 돼. 내 한쪽 팔을 망가트려도 되고 날 피투성이로 만들고 계속 때려도 되고 심지어는 날 죽이기까지 해도 돼. 이 격투장 주인의 힘으로는 어떤 일이 벌어지든 다, 다 무마할 수 있을 텐데 왜 계속하지 않는 거지?”“난 전투 경험을 쌓으러 온 것 뿐이야. 왜 그렇게 잔인해 져야 해?”천도준은 웃으며 말했다.“처음 싸워 봤는데 느낌이 아주
집으로 돌아온 뒤 천도준은 곧바로 휴식을 취하는 것이 아니라 존을 데리고 근처의 공원으로 가 계속해서 지옥 훈련을 이어갔다.첫 번째 실전으로 풍부한 수확을 얻은 동시에 그는 자신의 약점을 명확하게 깨달았다.천도준은 현황에 안주하며 나아가지 않으려 하는 사람이 아니었다.어렸을 때부터 지금까지 그는 사생아라는 욕설을 받으며 오늘날까지 이르렀다.그는 더 많은 것이 노력해야 더욱더 많은 것을 얻을 수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천태영을 이기려면 반드시 천태영보다 백배 천배는 더 노력해야 했다.심지어는 목숨을 내놓을 각오도 해야 했다.뛰어남은 오직 노력하는 자만이 얻을 수 있는 것이지 그 누구의 특혜도 아니었다. 천재라고 다를 건 없었다.그와 동시에.정태 호텔, 스위트룸.천태영은 음산한 눈으로 맞은편에 앉은 장학명을 보며 입을 꾹 다물고 있었다.방 안은 공기가 마치 얼어붙은 듯했다.잔뜩 겁을 먹은 장학명은 두려움에 제자리에 선 채 아무런 소리도 내지 못했다.고청하가 몰래 영일자재 홈페이지 공지를 바꾸어 온 도시가 천도준을 배척하기 위해 만든 울타리에 탈출구를 만들어 주었다.그것을 다시 되돌릴 수 없었던 장학명은 다시 이곳으로 와 물건을 천태영에게 돌려주는 수밖에 없었다.“하!”천태영은 냉소를 흘리며 테이블 위의 은행 카드를 노려봤다.“장 사장, 돈을 받아놓고 약속대로 하지 않더니 이제는 다시 돈을 돌려주겠다고? 날 갖고 노는 거야?”그 말에 낯빛이 바뀐 장학명은 황급히 해명했다.“태영 형님, 저, 저 일부로 그런 게 아닙니다. 저도 어쩔 수 없었어요. 저희 회사 대표의 딸이 회사를 이어받았고 전 그대로 부사장으로 밀려나 버렸고요. 공지도 그 여자가 바꾼 겁니다.”그는 감히 조금의 거짓도 말할 엄두가 나지 않았다.그가 보기에 천태영은 머리부터 발끝까지 신비함에 감싸인 존재였다.그는 천태영이 도대체 얼마나 강한 힘을 가지고 있는지 알 수가 없었지만 감히 함부로 대할 수는 없었다.“대표의 딸?”천태영의 두 눈에 음산함이 더욱더 짙어졌
“노력이 아니라 무조건 자리를 만들어!”천태영의 말투는 단호했다. 그는 테이블 위의 은행 카드를 들어 장학명에게 내던졌다.“난 한 번 내어준 돈을 다시 거둬들이는 습관 따윈 없어.”말을 마친 그는 손을 내저으며 장학명을 보냈다.장학명은 호텔을 나오고 나서야 천천히 정신이 들었다.원래는 같은 회사에 있으니 가까운 거리를 이용해 고청하와 연을 이어가려고 했는데 천태영의 반응을 본 지금 그는 조금 속수무책이었다.그동안 단련한 안목으로 봤을 때 천태영이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는 눈에 훤했다.크게 숨을 들이켠 장학명이 낮은 목소리로 중얼거렸다.“모질지 않고서는 아무것도 얻을 수 없어. 고청하, 이건 내 탓이 아니야!”……이튿날, 이른 아침.고청하가 회사에 도착하자 장학명은 곧바로 사무실로 들어갔다.“고 대표님.”장학명이 그녀를 부르자 고청하는 미간을 찌푸리며 대답했다.“무슨 일이죠?”그녀는 장학명에게 아무런 호감이 없었다. 특히 장학명이 계약서를 위반하면서까지 정태 건설을 배척하겠다고 고집을 부렸을 때 고청하는 장학명에게 미움밖에 없었다.“저, 저녁에 시간 있으십니까?”장학명이 손을 비비적대며 말했다.“저녁 식사를 대접하고 싶어서요. 사죄도 할 겸요.”“네, 알겠어요. 사과 받아들이죠.”고청하는 서류를 넘기며 차갑게 대꾸했다.“하지만 저녁 식사 자리는 됐습니다.”장학명은 순간 다급해져 막 입을 열려는데 고청하가 손을 휘저었다.“그만 나가봐요. 전 정태 건설 쪽의 자재 공급 확인해 봐야 해서요.”그 말에 장학명은 말문이 턱 막혀 조용히 사무실에서 나오는 수밖에 없었다.자신의 사무실로 돌아간 장학명은 얼굴이 완전히 어두워졌다.손가락을 살짝 굽힌 그는 테이블을 톡톡 두드렸다.한참이 지나, 눈을 가늘게 뜬 장학명이 음산하게 중얼거렸다.“정말, 이렇게까지 하게 만들 생각인 건가?”정태 건설.천도준이 한창 바삐 돌아치고 있을 때 고청하에게서 문자 메시지가 도착했다.“천도준, 저녁에 시간 있어? 같이 밥이나 먹자.”“그래.
그날 밤.천도준은 미리 일을 끝냈다.저녁에 고청하와의 식사 약속이 있었다. 그에게 있어 이건 두 사람의 첫 데이트라 반드시 진지하게 임해야 했다.고청하도 그의 과거를 꺼려하지 않는데 그라고 고청하의 마음을 거절할 이유는 없었다.살아있는 한 늘 새로운 시작을 경험해야 하는 법이었다.다치고 상처를 받은 다음 껍데기만 뒤집어쓴 채 움츠러들어 모든 것을 거절하는 건 좋은 방법이 아니었다.첫 번째 데이트를 고청하도 몹시 진지하게 생각하고 있었다.일찍이 모든 일을 끝낸 그녀는 자리에서 일어나 화장실로 가 매무새를 다듬었다.하지만 그녀는, 그녀가 사무실을 떠났을 때 장학명이 몰래 들어왔다는 것은 전혀 모르고 있었다.조심스럽게 등 뒤를 살핀 장학명은 주머니에서 작은 약병을 꺼낸 뒤 고청하의 잔을 열어 알약 두 개를 집어넣었다.이 약은 여러 바들과 클럽들을 다니며 우연히 알게 된 루트로 구매한 것이었다.이 약이 있은 뒤로 바에서 마음에 든 여자를 만났을 때 단 한 번도 실패한 적이 없었다.두 알 정도면 기력을 잃고 이튿날까지 의식이 희미해지기엔 충분한 양이었다.세심하게 컵을 몇 번 흔들어 약이 전부 흩어진 것을 확인한 장학명의 두 눈에 시린 한기가 번뜩였다.“고청하, 이건 날 탓할 수 없어.”말을 마친 그는 조용히 사무실을 나섰다.다시 사무실로 돌아온 고청하는 이상함을 알아채지 못했다.시간을 확인한 그녀는 조금 이르다는 생각에 컵을 들어 물을 마시며 서류를 살피고 있었다점차 조금 어지러워지기 시작했다.“너무 피곤했나?”고청하는 관자놀이를 어루만지며 의아해했다.요 며칠간 일이 확실히 많긴 했다. 정태건설을 돕기 위해 그녀는 머리를 쥐어짜며 영일자재의모든 루트를 동원했다.하지만 조금 쉬고 나서도 그 어지러운 기분은 가시는 것이 아니라 되레 더 강렬해지기만 했다.이내 온몸이 나른해지며 모든 기운이 빠져나가는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고청하는 휴대폰을 꺼내 천도준에게 메시지를 보냈다.[천도준, 나… 나 갑자기 너무 피곤해.]띠링!천도준
고청하는 바보가 아니었다. 오히려 똑똑한 편이었고 절대로 멍청한 재벌 2세가 아니었다.현재의 몸 상태는 절대로 과로로 인한 증상이 아니었다.누군가의 함정에 빠진 게 분명했다!장학명의 막무가내에 고청하는 두려움에 당황하기 시작했다. 다행히 휴대폰은 여전히 천도준과의 대화창에 머물러 있었다.그녀는 힘없이 천도준과의 영상통화 버튼을 눌럿다.천도준은 정태건설밖으로 나오고 있었다.고청하의 답장을 본 그는 조금 의아해졌다.“이 녀석이 영일자재에 있다고?”제대로 이해를 하기도 전에 영상 통화가 걸려 왔다.통화를 연결하자 흐릿하고 흔들리는 화면이 펼쳐졌다.천도준의 얼굴이 순식간에 굳어버렸다.그는 곧바로 소리를 내는 대신 미간을 찌푸린 채 맞은편의 상황을 지켜봤다.고청하는이동을 하고 있는 것 같았다. 그것도 이상한 자세로 말이다. 언뜻 누군가가 그녀를 부축한 채 밖으로 향하고 있는 것이 보였다.큰일이다!천도준은 머릿속이 쿵 하고 울렸다.그는 황급히 택시를 잡은 뒤 마이크를 끄고 포효하듯 기사에게 외쳤다.“어서요! 영일자재! 당장 영일자재로 가주세요!”택시 기사는 깜짝 놀라 황급히 시동을 걸었다.탁!천도준은 아예 주머니에서 20만 원 정도를 꺼내 앞 유리 쪽에 내려놓았다.“서둘러 주세요, 지금 사람 구하러 가야 한단 말이에요!”“미친!”택시 기사는 안색이 돌변하더니 악셀을 밟았고 택시는 빠르게 달려 나갔다.조수석에 앉은 천도준은 휴대폰을 움켜쥔 채 영상 통화 화면을 뚫어지게 쳐다봤다.마이크를 끈 탓에 상대방의 목소리는 들을 수 있었지만 상대는 그의 목소리를 들을 수 없었다.그는 양손이 다 덜덜 떨리며 호흡도 가빠지기 시작했다.분명 무슨 일이 벌어진 게 확실했다!그렇지 않고서야 고청하가 이런 영상통화를 걸었을 리가 없었다.그는 고청하가 왜 영일 자재에 있는 건지 알 수 없었고 고청하에게 무슨 일이 벌어진 건지도 알 수 없었다.하지만 지금 당장 급선무는 반드시 빠르게 고청하의 곁으로 달려가 발생할 수 있는 모든 위험을 막아내는
다급하게 택시에서 내린 천도준은 순간 얼어붙고 말았다.멀지 않은 곳의 주차장에 흰색의 포르쉐 911이 주차되어 있었다.고청하의 차였다!설마 늦은 건가?다른 것은 아랑곳할 겨를도 없이, 마치 한 마리의 맹수처럼 그는 시뻘게진 두 눈으로 리빙턴 호텔로 달려 들어갔다.로비에 들어서자 익숙한 사람이 엘리베이터 안으로 들어가는 것이 보였다.“청하야!”천도준이 크게 외쳤지만 엘리베이터 문은 이미 닫혀버렸고 되레 로비 내의 사람들이 그를 향해 이상한 눈빛을 보내고 있었다.프런트로 달려간 그는 버럭 화를 냈다.“방금 저 남자랑 여자 어느 방으로 갔어요?”프론트의 여자는 화들짝 놀랐다. 하지만 고객의 개인정보를 지키는 건 호텔의 의무였다.그녀는 우물쭈물하며 어떻게 대답을 해야 할지 망설이고 있었다.퍽!천도준은 주먹을 들어 프런트를 쾅 하고 내리치며 이를 악물었다.“제 여자 친구가 약물에 당했어요. 만약 제 여자 친구에게 무슨 문제라도 생긴다면 이 호텔, 문 닫을 각오해야 할 겁니다.”지금의 그는 분노에 잠식되어 다른 건 신경도 쓰이지 않았다.게다가 이수용의 수완을 생각했을 때 리빙턴 호텔을 파산시키는 건 안 될 것도 없었다!프런트 직원은 천도준의 말에 깜짝 놀라 황급히 대답했다.“18층, 999호실 스위트 룸이요.”천도준은 그대로 엘리베이터를 향해 달려갔다.다행히 프런트에서 지체한 시간이 길지 않아 그가 18층에 도착했을 때 장학명은 고청하를 부축한 채 한 방문 앞에 서 있었다.“청하를 내려놔!”천도준은 성큼성큼 달려갔다.막 문을 두드리려던 장학명은 화들짝 놀랐다. 고청하를 데리고 등을 돌린 그는 천도준을 보자 안색이 돌변했다.“천… 도준….”고청하는 이미 완전히 기력이 빠진 상태인 데다 의식마저 흐릿했다.눈 깜짝할 사이, 천도준은 이미 가까이 다가와 있었다.조금의 망설임도 없이 그는 주먹을 들어 장학명의 얼굴을 내리쳤다.장학명은 피하고 싶었지만, 최근 존의 지옥 훈련을 받은 천도준의 피지컬과 전투 스킬은 일반인이 저항할 수
그는 나약한 사람이 아니었다.지하 격투장에서 울프에게 사력을 다하지 않은 것은 전투 경험을 쌓으러 간 것이기 때문에 그럴 필요가 전혀 없었기 때문이었다.하지만 지금, 그는 전력을 다했다.고청하는 그의 여자 친구였고, 그의 사람이었다.더욱이 그의 역린이었다!건드리면, 죽는 것이었다!천도준은 등을 돌려 굳게 닫힌 방문을 쳐다봤다. 두 눈에 담긴 분노가 점점 더 거세졌다.꽉 쥔 주먹에서는 까드득 소리가 울렸다.이건… 누군가에게 조공하려는 건가?그의 여자 친구가 장학명의 약에 당해 이 방으로 보내져 방 안에 있는 사람의 환심을 사려한다니.정말 우습기 짝이 없었다!퍽!힘을 가득 실은 발길질에 호텔 방문이 쾅 하고 열렸다.방 안에는 웅장한 곡조가 울려 퍼지고 있었다.커튼이 꼼꼼히 닫혀 있어 방안은 조금 어두웠다.그리고 거실 의자에 한 사람이 앉아 있었다. 양손은 숙인 채 두 손은 모아 턱을 괴고 있었다.“천태영?”빛이 부족한 상황에서 천도준은 천태영의 얼굴을 제대로 볼 수는 없었지만 그래도 한 부분만 보고도 알아봤다.그를 죽이려고 하는 사람은 재가 되어도 잊을 수가 없었다.“흐흐흐….”음산한 냉소가 울리며 천태영은 천천히 고개를 들어 서늘한 눈빛으로 천도준을 쳐다봤다.“사생아 주제에, 내 먹잇감을 빼앗으려 들어?”그 말투에는 윗사람이 아랫사람을 향한 조롱이 담겨 있었다.천천히 자리에서 일어나 빳빳한 정장을 정리한 그는 천천히 입구로 걸어왔다.미간을 찌푸린 천도준은 방 안에 있는 사람이 천태영이라는 것에 조금 놀랐다.하지만 이 일은 고청하와 연관이 있었다.천도준은 한 발 앞으로 다가갔다.“난 고청하를 데려갈 거야.”“네가 무슨 자격으로?”천태영은 우습다는 듯 냉소를 흘렸다.“존과 며칠 전투 스킬을 훈련했다고? 웃기지 마. 사생아는 사생아일 뿐이야. 내가 널 쓰레기라고 하면 넌 쓰레기인 거야. 넌 절대로 어렸을 때부터 엘리트 교육을 받은 천재를 이길 수 없어.”휙!말이 끝나기도 전에 천태영은 천도준을 향해 달려들었다.
푹!한줄기의 피가 뿌려졌다.미간을 팍 찌푸린 천도준의 두 눈에 날카로움이 가득했다.그의 왼손 팔뚝에 길게 베인 상처에서 피가 배어 나오고 있었다.그나마 재빨리 피해서 다행이었다. 직격으로 베었다면 죽지는 않아도 한쪽 팔은 더는 쓸 수 없을 게 분명했다.천태영에게 있어 사람 목숨은 정말 별 보잘것없었다.“쯧, 난 또 얼마나 대단하다고. 여전히 쓰레기였군.”천태영은 천천히 등을 돌려 문 앞에 서서 천도준의 앞을 가로막으며 조롱했다.“후우….”천도준은 심호흡을 하며 굳은 얼굴로 천태영을 노려봤다.천태영은 별안간 다리를 들어 문턱에 올리며 미소를 지었다.“사실 너에게도 선택지는 있어. 내 다리 사이를 기어가기만 하면 살려는 줄게. 하지만 저 여자는 남겨둬야 할 거야.”“그럼 끝내 누가 남게 될지 두고 보자고!”천도준의 두 눈에 안광이 번뜩이더니 별안간 의자를 들어 천태영을 향해 달려들었다.어두운 방 안에서 두 사람은 뒤엉켜 싸우기 시작했다.이따금씩 나이프가 의자에 부딪치는 소리가 울렸다.한 번의 실전을 경험한 뒤로 천도준은 질적인 변화가 생겼다.하지만 천태영에 비하면 그래도 차이가 있었다.이내 그는 밀리기 시작했다.몇 번이나 한기 서린 나이프가 그의 몸을 스쳤고 빠르게 반응하여 아슬아슬하게 피하지 않았다면 지금쯤 피투성이가 되었을지도 몰랐다.푹!끝내 나이프가 천도준의 오른팔을 휙 그었다.미간을 찌푸린 그는 고통에 재빨리 뒤로 물러섰다. 왼팔의 상처는 뼈가 보일 정도로 깊었고 피가 줄줄 흐르고 있었다.잠깐 멈춰선 천태영은 마치 광대를 보듯 천도준을 주시했다.천도준의 변화는 확실히 큰 놀라움을 주었다.하지만 그저 놀라움뿐이었다.그는 천도준에게 자신과 맞설 능력이 있다고 생각하지는 않았다.“사생아는 사생아일 뿐이지. 아무리 대단해졌다고 해도 사생아일 뿐이야.”천태영은 음산하게 웃으며 나이프를 휘둘러 나이프에 묻은 피를 털어냈다.“가고 싶지 않다면 여기 남겨줄게. 완전히 단념할 수 있게 말이야.”천도준은 한기 서린 얼굴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