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

제99화

그날 밤.

천도준은 미리 일을 끝냈다.

저녁에 고청하와의 식사 약속이 있었다. 그에게 있어 이건 두 사람의 첫 데이트라 반드시 진지하게 임해야 했다.

고청하도 그의 과거를 꺼려하지 않는데 그라고 고청하의 마음을 거절할 이유는 없었다.

살아있는 한 늘 새로운 시작을 경험해야 하는 법이었다.

다치고 상처를 받은 다음 껍데기만 뒤집어쓴 채 움츠러들어 모든 것을 거절하는 건 좋은 방법이 아니었다.

첫 번째 데이트를 고청하도 몹시 진지하게 생각하고 있었다.

일찍이 모든 일을 끝낸 그녀는 자리에서 일어나 화장실로 가 매무새를 다듬었다.

하지만 그녀는, 그녀가 사무실을 떠났을 때 장학명이 몰래 들어왔다는 것은 전혀 모르고 있었다.

조심스럽게 등 뒤를 살핀 장학명은 주머니에서 작은 약병을 꺼낸 뒤 고청하의 잔을 열어 알약 두 개를 집어넣었다.

이 약은 여러 바들과 클럽들을 다니며 우연히 알게 된 루트로 구매한 것이었다.

이 약이 있은 뒤로 바에서 마음에 든 여자를 만났을 때 단 한 번도 실패한 적이 없었다.

두 알 정도면 기력을 잃고 이튿날까지 의식이 희미해지기엔 충분한 양이었다.

세심하게 컵을 몇 번 흔들어 약이 전부 흩어진 것을 확인한 장학명의 두 눈에 시린 한기가 번뜩였다.

“고청하, 이건 날 탓할 수 없어.”

말을 마친 그는 조용히 사무실을 나섰다.

다시 사무실로 돌아온 고청하는 이상함을 알아채지 못했다.

시간을 확인한 그녀는 조금 이르다는 생각에 컵을 들어 물을 마시며 서류를 살피고 있었다

점차 조금 어지러워지기 시작했다.

“너무 피곤했나?”

고청하는 관자놀이를 어루만지며 의아해했다.

요 며칠간 일이 확실히 많긴 했다. 정태건설을 돕기 위해 그녀는 머리를 쥐어짜며 영일자재의모든 루트를 동원했다.

하지만 조금 쉬고 나서도 그 어지러운 기분은 가시는 것이 아니라 되레 더 강렬해지기만 했다.

이내 온몸이 나른해지며 모든 기운이 빠져나가는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고청하는 휴대폰을 꺼내 천도준에게 메시지를 보냈다.

[천도준, 나… 나 갑자기 너무 피곤해.]

띠링!

천도준
잠긴 챕터
앱에서 이 책을 계속 읽으세요.

관련 챕터

최신 챕터

DMCA.com Protection Statu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