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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8화

“노력이 아니라 무조건 자리를 만들어!”

천태영의 말투는 단호했다. 그는 테이블 위의 은행 카드를 들어 장학명에게 내던졌다.

“난 한 번 내어준 돈을 다시 거둬들이는 습관 따윈 없어.”

말을 마친 그는 손을 내저으며 장학명을 보냈다.

장학명은 호텔을 나오고 나서야 천천히 정신이 들었다.

원래는 같은 회사에 있으니 가까운 거리를 이용해 고청하와 연을 이어가려고 했는데 천태영의 반응을 본 지금 그는 조금 속수무책이었다.

그동안 단련한 안목으로 봤을 때 천태영이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는 눈에 훤했다.

크게 숨을 들이켠 장학명이 낮은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모질지 않고서는 아무것도 얻을 수 없어. 고청하, 이건 내 탓이 아니야!”

……

이튿날, 이른 아침.

고청하가 회사에 도착하자 장학명은 곧바로 사무실로 들어갔다.

“고 대표님.”

장학명이 그녀를 부르자 고청하는 미간을 찌푸리며 대답했다.

“무슨 일이죠?”

그녀는 장학명에게 아무런 호감이 없었다. 특히 장학명이 계약서를 위반하면서까지 정태 건설을 배척하겠다고 고집을 부렸을 때 고청하는 장학명에게 미움밖에 없었다.

“저, 저녁에 시간 있으십니까?”

장학명이 손을 비비적대며 말했다.

“저녁 식사를 대접하고 싶어서요. 사죄도 할 겸요.”

“네, 알겠어요. 사과 받아들이죠.”

고청하는 서류를 넘기며 차갑게 대꾸했다.

“하지만 저녁 식사 자리는 됐습니다.”

장학명은 순간 다급해져 막 입을 열려는데 고청하가 손을 휘저었다.

“그만 나가봐요. 전 정태 건설 쪽의 자재 공급 확인해 봐야 해서요.”

그 말에 장학명은 말문이 턱 막혀 조용히 사무실에서 나오는 수밖에 없었다.

자신의 사무실로 돌아간 장학명은 얼굴이 완전히 어두워졌다.

손가락을 살짝 굽힌 그는 테이블을 톡톡 두드렸다.

한참이 지나, 눈을 가늘게 뜬 장학명이 음산하게 중얼거렸다.

“정말, 이렇게까지 하게 만들 생각인 건가?”

정태 건설.

천도준이 한창 바삐 돌아치고 있을 때 고청하에게서 문자 메시지가 도착했다.

“천도준, 저녁에 시간 있어? 같이 밥이나 먹자.”

“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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