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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4화

이내 심판의 외침에 따라 울프도 무대에 올라왔다. 현장에는 순식간에 열정적인 환호성으로 가득 찼다.

천도준의 눈에 날렵한 몸매에 상반신을 드러낸 구릿빛 피부의 남자가 천천히 철창 안으로 들어오는 것이 보였다.

평범한 외모는 조금 말라보일 정도였지만 두 눈만은 한 마리의 늑대같이 사나움을 품고 있었고 오른쪽 눈꼬리 쪽에는 지네 같은 흉터가 관자놀이 쪽으로 쭉 뻗어 있었다.

울프와 시선을 마주한 천도준은 등줄기에 소름이 돋는 것 같았다.

심장 박동도 저도 모르게 빨라지기 시작했다.

관객들의 환호성, 눈 부신 빛, 그리고 울프가 내뿜는 엄청난 기세까지, 순간 강렬한 긴장감에 천도준은 정신이 아득해졌다.

이번은 천도준의 첫 실전이었다. 게다가 방금 전에는 철창 안의 피 터지는 싸움을 직접 목격하기도 한 참이었다.

휘슬 소리와 함께 맞은 편의 울프가 갑자기 몸을 숙이더니 하나의 포탄처럼 천도준을 향해 달려들었다.

도발하는 말도 불필요한 움직임도 없었다.

철창 안에는 목숨을 건 결투만 존재했다.

불필요한 행동 하나 말 한마디는 피투성이가 된 채로 바닥에 쓰러지는 사람이 누구인지를 결정했다.

“도련님….”

철창 밖의 어둠 속에서 존은 걱정 가득한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오랜 기간의 용병으로 지내며 목숨을 건 싸투를 벌였던 그의 경험으로 보건대 철창 안의 광경은 천도준이 울프에게 밀리고 있었다.

게다가 존은 천도준의 심한 긴장감을 똑똑히 알아챘다.

쿵!

화려한 기교 따윈 없는 한 방이었다.

천도준은 얼굴이 커다란 망치에 얻어맞은 듯 비명과 함께 머리가 웅웅 울려 그대로 바닥에 쓰러졌다.

피가 끊임없이 목구멍에서 올라왔다.

그가 미처 정신을 차리기도 전에 흐릿한 시야 속에 울프의 발이 보이더니 빠르게 자신의 얼굴을 향해 발길질을 하고 있었다.

천도준은 본능적으로 두 손을 들어 얼굴을 가렸다.

퍽!

커다란 소리와 함께 천도준은 휘청이며 뒤로 물러섰고 철창 변두리에 부딪쳤다.

강렬한 충격에 고개를 뒤로 젖힌 그는 피를 왈칵 토해냈다. 희끗희끗한 핏자국이 흰 가면 위에 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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