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향으로 돌아가서 지낼 거야!”남지훈의 아버지인 남용걸이 단호하게 말했다. J 시에서 지내게 되면 생활비가 많이 들 뿐만 아니라 남지훈과 남가현에게 짐이 될 수도 있었다.특히 남가현은 남편인 신정우의 말에 토를 달지도 못하는 상황으로 그 집에 들어가서 살면 부부간의 모순이 더욱 커질 것이고 새로 세운 회사가 이제 막 자리를 잡고 있는 남지훈도 엄청 바쁠 것이기에 남용걸은 고향으로 내려가 마음 편하게 사는 게 최선의 선택이라고 여겼다.남지훈도 말 못 할 사정이 있기에 입술을 살짝 깨물다가 남용걸에게 말했다.“아버지, J 시에 남아 계세요. 제 월셋집이 아직 두 달 정도 남았으니까 거기서 지내시면 될 거 같아요.”남지훈이 스카이 팰리스에 처음 들어간 순간부터 소연은 절대 부모님은 들일 수 없다고 단도직입적으로 말했기에 스카이 팰리스는 아예 선택 사항에도 없었으며 부모님이 월셋집에서 살게 되면 남지훈은 시간 날 때, 찾아뵐 수도 있어서 나쁘지 않은 선택이었다. 남지훈과 남용걸이 서로의 의견을 내세우고 있을 때, 가만히 있던 남가현이 갑자기 입을 열었다.“아빠랑 엄마 두 분 다 저희 집으로 가요!”“누나?”남지훈이 의아한 얼굴로 남가현을 쳐다보았다. 남가현의 집이 넓고 아늑하긴 하지만 남지훈은 남가현이 집안에서 발언권이 없다는 걸 잘 알고 있었기에 부모님을 집에 모시고 간다는 건 더욱 말도 안 되는 일이라고 생각했다.“가현아, 그런데 정우가…”남용걸도 딸의 상황을 잘 알고 있었기에 자신마저 짐이 되고 싶지 않은 마음에 한숨을 내쉬며 말했지만 남가현이 입술을 꽉 깨문 채, 결심이라도 한 듯 대답했다.“저희 집으로 가요! 결혼한 지 이렇게 오래됐는데 아빠랑 엄마는 하루도 우리 집에서 지내본 적이 없잖아요. 다들 무슨 생각 하는지 잘 알아요. 저 집은 절반이 제 것인데 왜 제 부모님은 거기서 못 지내는 거죠? 예전에 저 집을 살 때 분명히 돈을 반반으로 냈어요. 신정우가 감히 안 된다고 하면 절대 가만두지 않을 거예요!”남가현이 겉으로는 억지로 버
소연은 남지훈이 의심스러웠다.“형 가정 형편이 좋아. 근데 내가 형한테서 뭘 얻거나 도움을 받으려고 형제를 맺은 건 아니거든. 넌 뭔가 간절하게 바라는 게 있어서 이 결혼을 하자고 한거 잖아. 그럼 내가 이 결혼으로 너에게 협박을 할 수도 있지만 나 남지훈은 그런 사람이 아니야. 그런 비겁한 짓은 절대 못해. 딱 3년만 참아서 넌 네가 원하는 걸 이루고 나도 내가 받아야 할 것만 받으면 서로 윈윈이니까. 근데 형은 나한테 바라는 거 없어, 물론 나도 마찬가지고. 천천히 먹어. 다 먹으면 이대로 내버려 둬. 내가 나중에 치울게.”말을 끝낸 남지훈은 자리에서 일어나 자신의 방으로 향했고 방문이 닫히자 소연은 뭔가 기분이 이상했다.S 그룹 대표 자리에 있을 수 있는 시간을 연장하기 위해 결혼했는데 자신의 행동이 잘못된 건지 소연은 오랜만에 자신을 되돌아보는 시간을 가졌다.이튿날 아침, 식사 준비를 마친 남지훈은 정장을 차려 입고 넥타이를 매고 있었고 한 달 동안 남지훈이 준비해 준 아침 식사에 습관이 된 소연은 여느 날과 다름없이 아침밥을 먹고 있었다.“이현수 씨와 스케줄을 바꿔봐. 네가 S 그룹에 가고 이현수 씨를 T 그룹에 보내. 그리고 나랑 같이 우리 회사로 가.”소연이 남지훈을 S 그룹에 보내려고 한 건, 별다른 이유가 없었고 단지 그가 T 그룹에 가는 것이 싫었으며 한편, 방안과 입찰서를 직접 작성한 남지훈은 어느 회사에 가든 큰 상관이 없었다.“난 먼저 우리 회사에 가서 입찰에 필요한 자료를 챙겨야 돼.”남지훈은 혹시라도 소연의 시간이 지체될까 봐 그녀를 먼저 보내려고 했지만 소연은 아무렇지 않은 듯 덤덤하게 대답했다.“괜찮아. 너랑 같이 갈게. 너희 회사에서 자료를 챙기고 S 그룹으로 가자.”남지훈도 더 이상 거절하지 않고 고개를 끄덕였다. 두 사람은 대승 테크에 도착하여 이현수와 간단하게 말 몇 마디를 나눈 뒤, 자료를 챙겨 S 그룹으로 향했고 소연이 회사에 들어서자 데스크를 지키고 있던 직원이 벌떡 일어나서 인사를 올렸다.“대표님
이현수는 갑자기 업계에서 주목을 받게 되자 어안이 벙벙했다. 송태수가 대승 테크를 언급한 건, 무형의 자본과도 같았기에 이번 입찰에 선택되지 않는다고 해도 대승 테크는 오늘부터 이름을 꽤 많이 알릴 수 있을 것이다.한편, 명덕 테크 직원도 현장에 있었으며 명덕 테크가 아닌 대승 테크가 언급된 것도 언짢은데 사람들의 시선이 이현수에게 집중되자 이를 꽉 깨물었다. 송태수는 이현수를 한참 쳐다보다가 살짝 아쉬운 듯 말했다.“오늘 입찰에 참석한 회사가 많은 것 같은데 얼른 시작합시다.”그는 송기헌을 향해 고개를 살짝 끄덕이자 T 그룹의 입찰 대회가 정식으로 시작되었다.한편, S 그룹에서.“하하, 대승 테크도 참석할 줄은 몰랐네요. 왜요? 우리 명덕 테크가 어떻게 선택받는지 보고 싶어서 온 건가요?”오늘의 김명덕은 유난히 의기양양한 모습이었다. 그는 소한용이 S 그룹에 명덕 테크를 꽂아줬을 거라고 확신했기에 오늘 자신이 무조건 낙찰될 것이라고 여겼고 옆에 있던 남지훈은 그런 김명덕을 힐끔 쳐다볼 뿐, 말을 섞기도 싫었다.자신감에 넘친 김명덕의 시선은 어느새 소연에게 꽂혀 있었고 또 한 명의 미녀를 발굴해 준 남지훈에게 그저 고마운 마음이었으며 실실 웃으며 소연에게 말을 걸었다.“미인이시네요. 저는 명덕 테크의 대표 김명덕이라고 하는데, 이렇게 아름다운 여성은 성함이 어떻게 될까요? 서로 연락처나 주고받을까요?”“사람이 너무 건방을 떨면 뒤통수를 맞고도 모를 수가 있어요.”소연은 눈살을 찌푸리며 말했고 남지훈의 편을 든 게 아니라 단순히 김명덕이 괘씸해서 그런 말을 한 것이다.“하하! 얼굴도 예쁜데 말도 재밌게 하네요! 괜찮아요. 이따가 명덕 테크가 프로젝트를 따내면 당신은 알아서 날 찾아올 거예요!”가만히 지켜보던 남지훈이 김명덕의 말에 화가 치밀어 올라 주먹을 꽉 쥔 채 입을 열었다.“김명덕 씨, 얼굴에 상처는 다 나은 거예요?”그 말에 김명덕은 눈빛이 이글거렸다. 상처가 다 낫긴 했지만 그날 남지훈에게 맞은 기억만 떠올리면 아직도 화가 부
입찰서를 제출할 때 남지훈이 소한진을 빤히 쳐다보자 소한진은 살짝 미소를 보였고 그 모습에 남지훈은 가볍게 한숨을 내쉬었다. S 그룹의 부회장이 돈도 많고 얼굴도 잘생겼는데 저런 남자는 여자들에게 인기가 얼마나 많을까?“여러분 조금만 기다려주세요.”소한진과 심사 위원 몇 명이 자리에서 일어나 현장을 떠났고 다시 돌아올 땐 어느 회사가 낙찰되었는지를 발표할 것이다. 입찰 절차에 이것저것 할 게 많았지만 S 그룹에서는 번거로운 절차들을 생략했기에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일하러 안 가?”남지훈이 낮은 목소리로 소연에게 물었으며 왠지 그녀가 너무 여유로워 보였다.“안 급해. 결과가 나오면 갈게. 김명덕 저 사람이 낙찰되지 못하면 어떤 표정일지 너무 궁금하거든.”소연의 말에 남지훈도 고개를 끄덕였고 누가 봐도 김명덕 저 사람이 너무 괘씸했다.“어느 회사가 낙찰될지…”남지훈이 씁쓸하게 웃으며 말하자 소연이 대답했다.“명덕 테크는 절대 아닐 거야.”남지훈은 소연을 힐끔 쳐다볼 뿐, 더 이상 묻지 않았다. 낙찰에 자신감이 있는 누군가에게 기다림은 고된 것으로 입찰 결과가 발표되어야 불안한 마음이 사라질 수 있었다.오랜 기다림 끝에 소한진이 심사위원들을 데리고 다시 나타났고 남지훈을 포함한 모든 사람들의 시선은 이내 그들에게 꽂혔다.“마음 단단히 먹어.”소연이 갑작스럽게 말하자 남지훈은 덤덤하게 웃으며 대답했다.“내 유일한 장점이 긍정적인 마음이야.”그의 말에 소연이 고개를 끄덕였고 무대 위로 올라간 소한진은 사람들이 제출한 입찰서를 테이블에 올려놓은 뒤 의자에 앉았다.“여러분!”소한진이 입을 열자 모든 사람이 숨죽인 채 그를 빤히 쳐다보았고 소한진은 그런 사람들을 쓱 훑어본 뒤, 다시 말을 이어갔다.“저희 심사 위원들의 철저하고 공정한 평가를 통해 최종적으로 S 그룹에 가장 적합한 회사를 골랐습니다. 그 회사는 바로…”입찰서를 제출한 사람들은 몸이 앞으로 쏠린 채 발을 동동 구르며 기대에 찬 눈빛으로 소한진을 쳐다보았고 소한진은 입찰서
“저희 회사에서 입찰 요청을 보낸 이튿날, 대승 테크의 남 대표님이 저희 회사로 답사를 오셨고 회사에 존재한 문제점들을 구체적으로 말씀해 주셨습니다. 뿐만 아니라 S 그룹에 현존하는 문제들을 기반으로 대승 테크가 제출한 방안에는 자세한 설명과 개조 방법이 적혀 있었어요. 여러분들이 제출한 방안들을 종합하여 봤을 때, 대승 테크의 방안이 제일 디테일하고 전문적이었으며 S 그룹에 가장 적합했습니다. 그래도 낙찰에 문제점이 있다고 생각하시는 분들은 대승 테크의 방안을 한 번 보세요. 이 방안을 보고 나면 그런 의심들은 알아서 풀릴 겁니다.”소한진은 남지훈이 제출한 방안을 곁에 있던 직원에게 건넸고 사람들은 돌아가면서 대승 테크의 방안서를 훑어보았지만 김명덕에게 넘어왔을 때 그는 쳐다보지도 않았다. 대승 테크의 방안서는 남지훈이 작성한 것이 분명했고 김명덕은 직원이었던 남지훈을 괴롭히긴 했지만 그의 재능은 백 퍼센트 인정했다.“이 방안서는 확실히 저희가 제출한 것보다 디테일하네요. 인정합니다!”남지훈의 방안서를 훑어보던 입찰 참가자 몇 명이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고 방안서가 돌고 돌아 다시 소한진의 손에 들어오자 그가 김명덕을 빤히 쳐다보며 물었다.“김 대표님, 아직도 궁금한 점이 있나요?”김명덕은 진퇴양난의 상황이었다. 이번에 낙찰되지 못한 것도 모자라서 되려 자신의 발목을 잡은 격이라니. 암묵적인 룰을 이렇게 대놓고 수면 위로 밝혔으니 이제 명덕 테크는 업계의 기피 대상이 될 것이며 현장에 있던 입찰자들은 혹시라도 나중에 괜히 불똥이 튈까 봐 이미 명덕 테크를 블랙리스트에 넣어버렸다.“다들 더 이상 의견 없으신 것 같은데 오늘 입찰 대회는 여기서 마무리 지을게요. 낙찰된 대승 테크 관계자만 남으시고 다른 분들은 지금 떠나도 좋고 저희 회사 구내식당에서 점심을 드시고 가셔도 좋습니다.”소한진은 자리에서 일어나 남지훈을 쳐다보며 말을 이어갔다.“남 대표님, 저희는 사무실에 가서 천천히 얘기를 나눌까요?”“네… 네!”그제야 정신을 차린 남지훈이 들뜬
대승 테크가 이제 막 시작하는 회사인데 무슨 자격으로 T 그룹의 프로젝트를 따낸 것일까?“이유는 단순해요. 대승 테크에서 제출한 방안이 가장 훌륭했어요. 이 대표님이 작성한 건가요? 아니면 남지훈 씨가 작성한 건가요?”송태수가 허허 웃으면서 묻자 이현수는 흠칫 놀랐으며 T 그룹의 대표가 남지훈을 알고 있을 줄은 상상도 못했다.“기술 방안은 지훈이 형이 작성한 겁니다. 이쪽으로는 형이 전문성이 뛰어나거든요. 업계 최고는 아니지만 실력이 매우 훌륭합니다.”남지훈의 실력은 이현수가 가장 잘 알고 있었으며 그의 실력이 훌륭하지 않았다면 김명덕 회사가 지금까지 저렇게 잘 나갈 수가 없었을 것이다. 송태수는 이현수의 말에 만족스러운 듯이 고개를 끄덕였고 프로젝트를 다른 사람에게 맡길 바에는 남지훈에게 맡기는 것이 훨씬 나았으며 더군다나 남지훈의 방안은 아무런 문제도 없었다.“이 대표님이 저희 회사에 왔으면 남지훈 씨는 S 그룹에 갔겠네요?”송태수의 질문에 이현수가 재빨리 대답했다.“두 회사가 동일한 날짜에 입찰 대회를 열어서 저희가 두 팀으로 나눴습니다. 지훈이 형은 지금 S 그룹에 있습니다.”말을 하던 이현수는 갑자기 뭔가 알아차린 듯했으며 송태수가 두 번이나 남지훈을 언급한 걸로 봐서는 이번 낙찰이 남지훈과 무조건 연관이 있을 거라고 여겼다. “허허, 앞으로 서로 소통을 많이 해야죠. 내일부터 차근차근 계약서도 쓰고 계약을 체결하면 대승 테크에서도 하루빨리 시공을 시작하셔야 합니다. 남지훈 씨 쪽도 이제 입찰이 끝났을 거 같은데 이 좋은 소식을 얼른 전화로 전해드리세요.”송태수가 허허 웃으며 말했다.한편, S 그룹에서. 소한진이 곽 대리를 불러 남지훈과 전문적인 기술 문제를 토론하고 있었고 대부분 문제점과 개조 방식을 방안에 구체적으로 기재했다.이때, 남지훈의 핸드폰이 울렸고 그는 곽 대리를 보며 가볍게 미소를 보였다.“곽 대리님, T 그룹 쪽 입찰이 끝난 모양입니다. 전화 한 통만 받고 오겠습니다.”“그렇게 하세요.”사무실 밖으로 나온
깜짝 놀란 남지훈은 멍한 얼굴이었다. 그는 송태수가 대기업 사장일 것이라는 예상은 했지만 T 그룹 대표일 줄은 상상도 못했다.J 시에는 S 그룹과 T 그룹 두 개의 가장 큰 회사가 있었고 졸업을 앞두고 있을 때 남지훈은 두 회사에 이력서를 제출했지만 면접까지 가지도 못하고 탈락하고 말았는데 몇 년 뒤, 이런 방식으로 두 회사와 다시 인연을 맺게 될 줄은 몰랐기에 남지훈은 만감이 교차했다.“지훈이 형?”이현수의 목소리에 남지훈은 그제야 정신을 차리고 말했다.“현수 씨, 제가 송 대표님과 아는 사이는 맞아요. 우리 회사가 낙찰된 거에는 송 대표님 도움이 있었을 거예요. 하지만 S 그룹 여기는 아직 잘 모르겠어요. 일단 오후에 회사로 돌아가서 자세히 얘기해요.”남지훈은 소연이 바로 S 그룹의 오너가 아닐까 의심했으며 그렇지 않고는 대승 테크가 낙찰될 리가 없었다.이런저런 생각을 하던 남지훈은 전화를 끊은 뒤 사무실로 돌아왔고 자신의 추측이 맞는지 확인하고 싶었다.“곽 대리님, 소연 씨가 S 그룹에서 직책이 높은 거 맞죠?”남지훈의 단도직입적인 질문에 흠칫하던 곽 대리가 웃으며 대답했다.“남 대표님, 소연 씨는 저희 회사에서 관리팀 팀장을 맡고 있습니다. 이런 직급을 가진 직원은 저희 회사에 널리고 널렸어요. 그렇게 높은 직책은 아닙니다.”남지훈은 고개를 끄덕였다. 만약 소연까지 S 그룹의 오너라면 그는 감당하기 힘들 것이다.곽 대리와 간단하게 대화를 나눈 뒤, 남지훈은 S 그룹을 떠났고 T 그룹에서 나온 이현수와 대승 테크에서 만났다. 현재 대승 테크의 직원은 그리 많지 않았으며 남지훈과 이현수를 제외하면 기술팀 직원 두 명과 재무를 담당하고 있는 직원 한 명, 이렇게 총 다섯 명이었다. 이현수는 애초에 능력이 좋은 회계사를 채용하고 싶었지만 취업 준비생들의 월급이 낮았기에 어쩔 수 없이 막 졸업한 대학생을 채용할 수밖에 없었고 더군다나 현단계의 대승 테크는 재무팀에 대한 수요가 높지 않았기에 대학생을 채용해도 충분했다.대승 테크 건물 1층
남지훈이 핸드폰을 들고 고민하던 순간, 송태수에게서 먼저 전화가 걸려왔고 벨 소리가 열 번 울리고 나서야 남지훈이 전화를 받았다.“형… 송 대표님.”형이라고 부르려던 남지훈은 결국 말을 바꿔서 대표님이라고 불렀다.“어허! 지훈 동생, 왜 갑자기 선을 그어요? 송 대표라니? 우리가 형제를 맺기로 했는데 이렇게 멀어지면 안 되죠! 어때요 지훈 동생? 놀랍지 않나요? 서프라이즈 아닌 가요?”송태수의 말에 남지훈이 씁쓸하게 웃으며 대답했다.“서프라이즈가 아니라 이건 스릴러입니다. 현수 씨한테서 대표님 신분을 들었을 때 너무 놀라서 심장 마비가 올 뻔했어요! T 그룹 대표님이라는 사실을 왜 얘기 안 했어요?”남지훈은 두 사람의 신분 차이가 너무 큰 거 같아서 이제 감히 형님이라고 부르지도 못했다.“지훈 동생이 물어보지도 않았잖아요! 잘 생각해 봐요. 내가 어떤 사람인지 무슨 일을 하는지 또는 어디서 일하는지 물어본 적 있어요?”송태수가 호탕하게 웃으며 묻자 남지훈은 그제야 자신이 단 한 번도 송태수에게 그런 질문을 한 적이 없다는 것을 깨달았고 송태수는 이내 말을 이어갔다.“지훈 동생, 내 신분에 대해서는 신경 쓰지 마요. 그냥 평소처럼 날 대해줘요. 오늘 저녁에 동생을 만나서 술 한잔하려고 했는데 생각해 보니 회사 직원들과 축하 파티를 할 것 같아서 나까지 시간을 빼앗진 않겠어요. 나중에 다시 시간 잡을 테니 나 모른 척하면 안 돼요!”“네.”남지훈이 웃으며 대답했다. 저녁에 퇴근하자마자 대승 테크 직원 다섯 명이서 축하 파티를 하러 떠났고 남지훈은 오늘 저녁 늦을 것 같다고 소연에게 문자를 보냈지만 답장이 없었다.한편, S 그룹에도 퇴근 시간이 찾아왔다.“동생, 오늘 저녁에 남지훈도 집에 늦게 들어갈 거 같은데, 저택 가서 밥 먹는 거 어때?”소한진의 요청에 소연이 고개를 저었다.“됐어. 집에 가서 대충 먹을래.”소한진은 고개를 끄덕이다가 다시 입을 열었다.“T 그룹에서 소식을 전해왔는데 대승 테크가 낙찰된 게 확실하대. 송태수 저 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