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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66화 가벼운 벌

이진의 짧은 한 마디가 정희의 가슴을 찔렀다.

정희의 표정은 순간 어두워졌다. 이진을 바라보는 그녀의 눈빛에는 애틋함과 원망이 가득 담겨 있었다.

“…….”

‘그냥 한 말인데 맞았어?’

이진은 어쩔 수 없는 웃음을 지으며 앞에 놓인 커피에 시선을 붙였다. 그리고 정희의 상처를 또 집을까 봐 조심해서 물었다.

“무슨 일이야? 그냥 커피 마시자고 날 불러낸 건 아닐 것이고.”

“아니야…….”

정희는 부인하며 진실을 말하고 싶었다. 그러나 이진이가 자신을 억지 부린다고 생각할까 봐 두렵기도 하였다.

다시 생각해보니 이 일은 원래 민시우의 잘못이다. 그러니까 억지 부지는 건 아니다!

‘잘못한 건 내가 아니고 시우 씨야!’

자기를 설득한 듯 커피를 휘젓는 정희의 움직임이 빨라졌다. 급작스럽게 그녀는 숟가락을 툭툭 치며 이를 갈았다.

“시우 씨, 나한테 마음이 없는 것 같아, 우리 둘만의 중요한 날도 잊었어, 내가 화내는 거 당연한 거 아니야?”

“네가 화낸다고 뭐라고 했어?”

이진은 얼굴을 찡그리며 정희를 부드럽게 달랬다.

“흥분하지 말고 천천히 말해봐, 무슨 중요한 날이야?”

“나한테 불만이 있어도 내가 말할 기회 줄 것 같아? 어림도 없지!”

정희는 냉담하게 콧방귀를 뀌었다. 그리고 문뜩 요점을 떠올리고 다시 기죽었다. 날렵한 그녀의 눈동자도 순식간에 어두워졌다.

“어제 우리 1주년 기념일이었어, 분명 같이 지내자고 약속했는데 그 사람 깜빡 잊은 거 있지, 전화도 없었어, 그런 기억력으로 내가 뭘 바라겠니.”

뿐만 아니라 시우에게 좋은 기억을 남겨주기 위해 일부러 춤 공연까지 미루었다.

그러나 시우의 머릿속에는 온통 일뿐이다.

정희는 하루 종일 집에서 기다렸지만 처음의 기대에서 실망으로 마지막 술에 취해 한밤중 다른 사람에게 부축여서 들어온 시우를 보았다.

준비한 서프라이즈커녕 만취 상태에서 아마 그녀가 누구인지도 알아볼 수 없을 것이다.

그녀의 마음에 비해 시우의 태도는 안면치레도 아니었다.

정말 화를 내지 않으려고 해도 참을 수 없었다.

마지막 정희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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