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다음 뭐라고 떠들었는지 유연서의 귀가에는 더는 그들의 소리가 들리지 않았다.지금 그녀의 머릿속에는 온통 이진 허리의 상처만이다.마약의 약효가 점차 작용하여 그녀의 머리는 점차 어질어질해진다.저도 모르게 몇 년 전의 그 화재로 기억이 거슬러 올라갔다.그녀는 분명히 그 화재를 알고 있었고 심지어 직접 눈으로 보았다. 하지만 윤이건을 구한 것은 그녀가 아니었다.눈을 꾹 감고 미간을 찌푸리며 그때 그 여자의 모습을 떠올리려고 노력한다.얼굴 모습이 점점 뚜렷해졌고, 게다가 그 여자의 허리는 피투성이었다.유연서는 갑자기 숨을 쉴 수 없는 것처럼 갑갑하였고 마침내 무엇을 깨달은 것 같았다.‘그 당시 여자아이가 이진이라니…….’ ‘안 돼, 절대로 윤이건에게 이 일을 알게해서는 안 돼, 절대 안 돼.’마취제 작용으로 유연서의 생각은 점차 이 순간에 멈추게 되었다.천천히 눈을 감는 유연서, 마음속에는 온통 이진의 승리 모습이다.한편, AMC의 회장실에서 나온 이진, 그 뒤에는 울상을 짓고 있는 케빈의 얼굴이다."보스, 정말 날 이렇게 내버려둘 겁니까? 이 모든 일을 다 나한테 떠넘기려구요?"이진이가 방글방글 웃으며 고개를 끄덕이는 것을 보고 케빈은 바로 바닥에 주저앉을 뻔했다."그럼, 그럼 또 얼마동안 사라지실 겁니까?""그건 내가 GN 그 쪽에서 꼭두각시 대표 노릇 얼마동안 하는가에 달렸지.”말을 마치고 고개를 돌리는 이진의 얼굴에는 웃음기가 점차 사라지고 엄숙해진다."이쪽 일, 만약 무슨 문제가 있으면 즉시 나에게 연락하고, 그쪽은 너무 걱정하지 않아도 돼."이진의 정중한 분부에 케빈은 드디어 한숨을 쉬었다."보스, 제 쪽은 별문제 없지만 이씨는 정말 괜찮습니까?"AMC 윗분들 자료를 손에 쥔 케빈은 걱정을 참을 수 없었다." GN 쪽에는 믿을 만한 사람이 하나도 없고, 게다가 다들 보스 엿먹이려고 안달이나 하는데..."케빈이가 이렇게 자신을 걱정하는 모습은 이진에게 감동을 주었다.[하지만…….]이진은 케빈의 어깨를 두드리며
말이 끝나자 이진은 이영의 의상을 다시 살펴보더니 뭔가를 떠올렸다."아 맞다. 그걸 까먹었지. 어쨌든 너도 명목상 회사 지배인인데 어찌 기본적인 예의도 모르니?""이진! 너 이말 무슨 뜻이야!"이진이가 한마디 말도 없이 이씨 대표가 된 것에 이영은 원래 크게 화가 나있었다. 하지만 아까 오가던 몇마디 말에 그녀는 이진의 생각을 전혀 따라잡지 못하고 있었다."내 말은 지배인이라면 사장 사무실을 들어오기전에 먼저 노크하고 허락받고 들어오는게 기본이 아닌가라는 뜻이지."이진은 말하면서 일어서서 이영이 한테 다가간다. 그리고 상의 위에 꽂혀 있는 흉패를 보고 코웃음한다."사랑하는 내 동생, 너 참 대단하다."만약 다른 말을 했다면 이영이가 이해하지 못했을 수도 있지만 이 말은 그녀의 얼굴을 뜨겁게 하였다. 이진의 이 말은 그녀의 무능력한 것을 조롱하는 것이다.언니가 대표이고 동생은 단지 명목상의 지배인일 뿐이기 때문이다.또 언니는 피아노 콩쿠르의 심사위원이고 여동생은 그냥 탈락한 선수이다.지난번 피아노 시합 이후로 이진에 대한 이영의 증오는 더욱 짙어졌다.당연히 그 일도 마음에 걸렸고, 그 굴욕과 원한은 시간이 지날수록 오히려 깊어졌다.이렇게 된 김에 그녀를 가만두지 않을 것이다."이진, 경고하는데 너무 나대지 마라…….""응?"이영의 이 갑작스러운 소란에 대해 이진은 오히려 재미를 느끼면서 입꼬리를 가볍게 잡아당겼다.‘뭘 어떻게 하려는지 기다려보지.’“이젠 명의상 지배인이 아니야, 나 오늘부터 회사에 출근할 거야, 알았어?""오, 그래."이진은 말을 하면서 고의로 목소리를 길게 늘인다. 그리고 이영이가 분노하며 몸을 돌리는 것을 보고 천천히 한마디 한다."만약 그게 정말이라면, 이 지배인님, 저때에 출근하지 않은 것에 대해 이번 달 보너스는 없습니다."비록 회사 보너스 같은 것에 이영은 별 관심이 없지만, 이진에게 완전히 눌린 기분때문에 그녀는 또 미치도록 화가 난다. 더 이상 말대꾸 안하고 바로 사무실에서 나간다.그리고
이 말을 들은 임만만은 갑자기 고개를 들더니 놀란 모습으로 이진을 바라본다.눈가에는 아직 눈물 방물이 조금 남았있는데 이 또한 가여워보이면서도 귀엽기도 하다.“왜요? 싫은가요?”임만만의 이런 모습이 예뻐보이는 이진은 앞으로 다가가 임만만을 향해 눈을 깜빡인다. “하지만 대표님, 전 아직 졸업한지 얼마 안된 학생이고, 또 GN 그룹 인턴인데, 저…….”이진의 말에 많이 놀란 소녀는 당황한 김에 한 말이 앞뒤가 맞지 않는다. 임만만이 생각에 따르면 만약 이 모두가 직접 겪은 것이 아니라면 틀림없이 꿈이라고 생각했을것이고 너무 환상적인것이다.“네, 알고 있으니 그냥 저한테 원하는지만 답해주면 됩니다.”팔짱을 끼고 임만만 앞에서 계속 매력발산하는 이진.“저, 물론 원합니다. 하지만 제가 무엇을 도와드릴 수 있을지, 대표님께 폐를 끼칠까 봐 걱정입니다."“원한다는 말 한마디면 됩니다.”대답에 만족한 이진, 직접 임만만의 팔을 껴안고 사무실로 향한다.지금의 임만만은 몸이 굳어지고 대뇌도 공백상태이다. ‘나 여기에 온지 이제 이틀밖에 안됐는데! 따지고 보면 오늘 출근한지 두시간 밖에 안됐잖아!근데 왜 갑자기 대표 사무실에 들어왔지!’ “만만 씨, 저 지금 일처리가 제대로 되지 않아 도와줄 비서 한 명이 필요한데, 이 비서직 만만 씨가 맡아주는게 어때요? 생각있어요?” 이번엔 임만만이 눈을 깜빡인다.이진은 친절한 웃음을 띠고 그녀의 맞은편에 앉는다.만약 다른 곳에서 만났다면 대표님은 커녕 그냥 옆집 언니라고 생각했을 것이다!사실 그녀가 GN 그룹에 이력서를 보낼 때 이미 회사 대표가 여자인 것을 알고 있었다.자기보가 나이를 몇 살 더 먹었을 뿐인데 이런 재주가 있다니.갓 졸업한 대학생들은 모두 큰 포부를 가지고 있다.임만만도 그들 중의 한 명이다.GN 그룹에 온 것도 배우려는 생각뿐만 아니라 이 슈퍼우면을 만나보고 싶은 마음도 있었다. 결국 지금…….여전히 충격에 빠진 상태에서 침묵하고 있는 임만만을 보고 이진은 가볍게 웃는다. “물
백윤정은 이영의 등을 가볍게 두드리며 딸의 순기를 돕는 한편 속으로 뭔가를 생각하고 있다.한참을 망설이다가 눈을 번쩍 뜬다.“참 내딸, 얼마전 니네 아버지가 나한테 뭘 얘기해줬어.”“뭔데? 회사 비즈니스 뭐 그런거야, 그럼 나한테 얘기하지 마.”한바탕 분풀이 하고 나서 기분이 많이 나아진 이영이는 힘이 빠졌는지 한마디도 더 말하기 싫었다.백윤정은 이에 손을 젓으며 이영이 귀가에 입을 대고 말한다.“이진이 걔, 그 대표자리 오래 못 있을거야. 얼마 안 지나 곧 치워져.”이 말을 듣고 바로 흥분한 이영, 백윤정의 손을 바로 잡고 확인한다.“정말? 어떻게 된 거야!”“너의 아버지가 얼마전 나한테 얘기한건데, 지금 GN 그룹 이사들과 같이 이진이를 끌어내릴려고 계획중이래.”백윤정도 말하고 나서 훙분하기 시작한다.그리고 모진호에 관한 얘기를 낱낱이 이영이에게 알린다.이진이가 마지막 빈털터리가 될 뿐 심지어 감옥까지 갈 수 있다는 말을 듣고서 이영은 마침내 기뻐한다.가슴에 맺혔던 갑갑함이 사라지더니 순간 웃음을 짓는다.“나 원래 회사 출근 그만둘까 했는데, 이러고보니 꼭 가야 되겠네.”“무슨 뜻이야?”출발점이 달라서 그런지 이영의 변덕스러운 생각에 백윤정은 어리둥절하다.이영은 기뻐하며 말한다."어쨌든, 만약 내가 회사에 가지 않는다면 이진의 웃음거리를 볼 수 없게 되잖아.”이 말을 듣고 백윤정은 그제야 알아차리고 고개를 끄덕였다. 모녀는 둘은 서로 눈을 마주치며 회심의 미소를 짓는다.이튿날 아침, 이영은 평소대로 회사에 출근했다.그러나 그녀가 자기 사무실에 들어갔을 때, 사물실 안에 있던 물건들이 모두 사라진 것을 발견했다.“뭐하는 짓들이야!"이영의 물건들을 챙기고 있던 인사팀 직원들이 이 말을 듣고 깜짝 놀란다.“대, 대표님.”이진이가 이기태 딸이라는 것을 회사 모두 잘 알고 있다. 하물며 인사팀 사람이다.그러나 지금의 GN 그룹은 성씨는 바뀌지 않았지만 권력을 잡은 사람은 바뀌였다."대체 무슨 일이야!누가 내 사무실을
“이사들에게 답하세요. 오후 회의는 2시에 시작합니다.”이 말을 듣고 머리를 끄덕이며 나가려고 하는데 이진이 그녀를 부른다.“어때요? 비서 첫 출근, 적응되나요?”이때 이진은 또 다시 온화한 모습이다.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임만만과 가볍게 이야기를 나눈다.이 말에 임만만은 쓴 웃음을 짓는다.“대표님, 저 아직 출근한지 2시간밖에 안되서요…….”“2시간이라, 내가 보기에 괜찮은데요.”이렇게 임만만은 짧은 칭찬을 받았다. 그리고 뭐라고 표현해야 할지 모르는 표정을 짓는다.이제 힘든 일들이 많겠지만 지루하지는 않을 것이다.그리고 남은 시간 이진은 또 임만만의 팔장을 껴고 그녀에게 커피 타는 방법을 가르쳤다.그 이유는 임만만에게 가능한 빨리 자신과 일하는 분위기에 적응하도록 하기 위한 것이고, 또 그 노인네들의 기다리는 시간을 더 늘이기 위해서이다.그들이 불안할 수록 그녀의 생활이 더 편해진다.그 날 오후, GN 그룹 회의실.이진은 주석에 앉고 임만만은 그녀의 뒤에서 기록을 한다.데이블 양측에는 모두 나이가 오십이 넘고 GN 그룹 주식을 보유하고 있는 주주들이다."많은 사람들이 그러더라구요, 각 그룹 주주들은 평소 회사에서 볼 수 없는 아주 무책임한 자들이라고."이진은 데이블 위에 손을 올려 만년필을 만지면서 웃고 있다.그 모습은 마치 천진난만한 소녀 같았다.하지만 사실상 그녀는 이 자리에 모인 모든 자들의 목숨줄을 쥐고 있다."그런데 여기 주주들은 정말 책임감이 넘치네요. 저 임직 동안 거의 매일 같이 볼 수 있으니 말이죠.”듣기에는 아무런 문제가 없는 말이지만 이 자리에 있는 사람 모두 속에 담아둔 것이 있는지라 뭔가 찔리는 모습이다.멘탈이 약한 자들은 식은땀까지 흘렸다.이진 뒤에 앉은 임만만조차도 처음으로 이진의 이런 카리스마를 느꼈다.마음이 덜컹한 그녀, 두려운 것보다 숭배감이 넘쳤다.어떤 사람들은 정말 눈에 보이는 것만 전부가 아니다.하여 그들이 얻은 것이 보통 사람보다 훨씬 많은 것도 자연의 도리이다.분위기
이틀간의 접촉을 통해 이진은 임만만이 상대적으로 조용한 성격의 여자인 것을 느꼈다.더우기 갑자기 대표 비서로 임명받은지라 존재감을 최대한 낮추려는 의도도 보인다.하지만 이 갑작스러운 발언에 이진은 아주 의아해 한다. 단지 회사 프로젝트인데 이렇게까지 흥분할 이유는 없다.“이곳을 알아요?”이진은 말하면서 임만만이 회의실 문을 닫는 것을 보았다. 아주 세심한 아이이다.“대표님, 제 고향이 바로 모진호 입니다.”임만만은 말하면서 이마를 찌푸린다. 그녀의 마음도 불안에 가득하다.아직 비서가 된지 몇일밖에 안됬는데 자신의 말을 받아 들일지 잘 모른다. 이 말을 듣고 이진은 매우 의아해한다. 이런 우연도 쉽게 일어나는 것은 아니다.“그럼 모진호에 대해 잘 알겠네요?”“네, 잘 알고 있습니다. 하여 이 프로젝트에 손 대면 안된다고 생각합니다.”임만만의 말에 이진은 멍하니 있는다. 생각한 것 보다 더욱 복잡한 것이 느껴졌다.“대표님, 우리는 모진호에 대해 아주 깊은 감정을 가지고 있습니다. 관광지일 뿐만 아니라 역사도 유구합니다.”“그래서 현지인들이 모진호에 손대는 것을 원하지 않는다?”이진의 엄숙한 표정에 임만만도 이 엄숙한 분위에 빠져든다.그녀는 그냥 머리를 끄덕일 뿐 더 이상 뭐라고 말할 수 없다.사무실로 돌아온 두 사람, 이진의 머리 속에는 아직도 모진호건을 생각하고 있다.보통 공식적으로 관광 프로젝트를 개발한다고 하면 대다수 결과에는 의외나 변경이 존재하지 않는다.그러나 거기에는 한가지 전제가 있다. 현지인들이 영향을 받지 않거나 받아들이는 것이다.하지만 모진호 개발에서 정부는 이 두가지를 모두 잘 해결하지 못한 것 같다.이진은 오후 내내 사무실에서 인터넷으로 모진호에 대한 자료를 검색하였다.사진만의 풍경으로도 어떻게 여러 해 동안의 비바람을 맞아 지금의 모습을 이루었는지 느낄 수 있다.만약 그녀가 현지 주민이라도 이 갑작스러운 명령에 따른 변경을 받아들이기 어려울 것이다.기억은 어느새 임 대리을 만났을 때로 돌아간다.그때
천천히 여행 온 기분으로 이진은 모진호 바깥쪽에서 중심으로 이동한다.그러나 그녀는 차츰 문제를 발견한다.현지인들과 대화를 나누면서 근처의 맛집이나 놀이터를 물어볼 때 상대방은 모두 좋게 답하지만 만약 개발에 대해 물어본다면 다들 모두 얼굴을 붉히며 떠난다.이기태 사람들도 계속 이진 뒤의 멀지 않은 곳에서 그녀를 따라다닌다.“대표님, 저 사람들 왜 계속 우리를 따라다니죠?”아마 이런 미행 같은 기분이 처음인 임만만은 온몸이 불편하기만 했다.하지만 이진은 아무 일도 없는 것처럼 담소를 짓으며 일부러 목소리를 높여 말한다.“프로젝트를 위해 마케팅팀 모두 자비로 왔어요. 참 좋은 직원들이죠.”이진의 말을 듣고 임만만은 눈을 깜빡인다.‘이 말 왜 이상하게 들리지…….”그리고 몇분 후 이진은 그녀의 이 불확실한 생각을 직접 검증해 준다. “만만 씨, 저 좀 도와주세요.”이진은 뒤에 있는 사람들의 귀에 들어가지 않게 일부러 목소를 낮춰 말한다. 하지만 임만만은 마치 거대한 임무를 수행하는 듯 표정이 즉시 엄숙진다. 이진은 이에 웃음이 터질 뻔 하였다.‘귀여워.’“이 프로젝트 현재 어디까지 진행되였는지 좀 알아봐 주세요.”“네, 지금 바로 알아보겠습니다.”고개를 끄덕이는 임만만, 뒤쪽 마케팅 사람들을 한번 돌아보고 나서 떠난다. 느낀대로면 겉으로 본 것처럼 화목하지는 않다.임만만의 뒤모습이 더 이상 보이지 않자 돌아서서 마케팅팀을 향해 걸어간다.“여러분, 오느라 몇 시간 또 여기서 몇 시간 동안 걸어다녔는데 힘들지 않아요?”마케팅 팀원들은 이 말을 듣고 얼른 고개를 끄덕였다.비록 맡은바의 임무를 수행한다고 하지만 피곤한 것은 정말이다.평소 마케팅팀에서 이사들의 말만 들었지 바깥업무를 뛰었던 적은 거의 없었다.일년 내내 사무실에 앉아 호강하던 사람들인지라 견디기 쉽지 않았다.“그럼 다들 같이 뭐라도 좀 먹읍시다. 제가 쏠게요.”말이 끝나자
차갑운 눈빛으로 이 사람들이 하나씩 떠나는 모습을 보고 이진은 남몰래 주먹을 꽉 쥔다.‘보아하니 이 일이 잘 마무리 된 다음 처리해야 할 사람들이 가득하네.’속으로 비웃고 핸드폰을 열어 임만만이 그녀에게 보내준 위치를 확정한 다음 그쪽으로 향한다.모진호 바깥똑으로 에둘러 내부로 들어가니 길 옆에서 임만만이 자기를 보고 있는 것이 보였다.“왜 안에서 기다리지, 여기 저녁 바람 꽤 차가워요.”“대표님이 길을 잃을가봐 걱정이 되서…….”임만만의 다소 쑥스러운 대답을 듣고 고소는 가볍게 웃었다.그녀의 어깨를 껴안고 두 사람은 한 커피숍을 향해 걸어갔다.문을 열자 이진은 그곳에서 함께 모여 뭔가를 상의하고 있는 사람들을 보았다.“대표님, 여기에 모인 사람들 모두 모진호 주변에서 사는 주민들입니다. 일부 책임자들이기도 하구요.”임만만이 이진의 귀에 대고 낮은 소리로 일깨워준다. 하지만 속으로는 긴장을 풀 수 없었다.비록 이 사람들을 설득하여 이진을 만나게 하였지만 어떻게 될지는 짐작이 되지 않는다.이때 모인 사람들이 발소리를 듣고 모두 이진을 향해 머리를 돌린다.“이 대표님이시지죠? 여기에 앉으세요.”이진은 말을 듣고 가볍게 웃으며 사양하지 않고 바로 맞은편 의자에 앉는다.자기에 대해 호의를 갇고 있지 않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 사실 입장을 바꿔 생각해 봐도 이해하기 어렵지는 않다.“모진호 개발을 하시겠다구요? 근데 여기는 함부로 손댈 수 있는 곳이 아닙니다.”“그럼요, 물론 이 점에 대해서는 잘 알고 있습니다.”이진이가 이렇게 깔끔하게 답할 줄은 예상하지 못했을 것이다. 사람들 모두 한동안 어떻게 반을해야 할지 몰랐다.이진의 웃음은 더욱 깊어진다. 가방에서 종이 몇 장을 꺼내더니 테이블 위에 놓는다.종이가 펼쳐지자 주민들뿐만 아니라 임만만까지 놀라운 김에 입을 크게 벌린다.이건 모진호의 구조도랑 일부 개발에 관한 설계안이다.‘대표님은 언제 이런 공부까지 하신거지?’고개를 돌려 이진의 온화한 모습을 보며 임만만의 눈빛은 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