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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22화 위기의 순간

가흔은 심하게 기침하며 고개를 저었다.

이윽고 눈을 뚝뚝 떨구며 힘겹게 입을 열었다.

“하성 오빠, 저 사실 오래전부터 하고 싶은 말이 있었어요. 저 오빠... 오래전부터 좋아했어요.”

하지만 아쉽게도 하성은 가흔의 절절한 고백을 듣지 못한 채 괴로워하는 가흔을 품에 꼭 안으며 말했다.

“말하지 마. 산소가 점점 줄어들고 있어. 말하면 숨이 막힐 거야.”

가흔은 그런 것쯤은 신경 쓰지 않았다.

그저 이 순간 죽음의 기운이 점점 저를 덮쳐오는 것 같아 감기는 눈을 애써 뜨며 하성에게 몸을 기댔다.

이게 마지막이라면 하성과 같이 있고 싶었다.

그걸 본 사람들의 눈시울은 점점 붉어졌다.

불과 몇 분 전만 해도 즐거웠던 분위기가 한순간 지옥으로 변해 모든 사람에게 죽음의 시련을 내린 것만 같았다.

그러던 그때.

문밖에 있는 소화기를 발견한 상혁이 조금의 망설임도 없이 옷을 벗어 머리에 덮어쓰고 밖으로 달려 나갔다.

“상혁 오빠!”

상혁은 제 몸을 덮쳐오는 불길도 상관하지 않고 빠른 속도로 소화기를 꺼내 불이 붙은 곳을 향해 힘껏 쏘아댔다.

“하연아, 얼른 나와. 다들 얼른 나와!”

상혁의 말이 떨어지기 바쁘게 사람들은 하나둘 입구 쪽으로 달려갔다.

가까스로 위기에서 벗어난 순간, 밖에서 때마침 경보음이 들여왔다.

“신가흔!”

곧이어 하성의 울부짖음이 뒤따랐다.

하지만 가은은 이미 정신을 잃고 쓰러졌다.

한편.

연기를 너무 많이 마신 탓에 눈조차 뜨지 못하던 하연은 점점 희박해진 공기 때문에 숨 쉬는 것조차 괴로워하다가 결국 그대로 쓰러졌다.

이윽고 의식이 점멸되는 순간, 따뜻한 품속에 안긴 걸 느꼈다.

그 순간 하연은 본인이 이대로 죽었다고 생각했다.

그 뒤로 긴긴 꿈이 이어졌다.

그러다 하연이 눈을 떴을 때는 그 일이 있은 사흘 뒤였다.

F국.

세계 최고의 의료 시스템을 자랑하는 병원에 최씨 집안 식구들이 모두 모였다.

최동신은 수심이 가득한 표정으로 침대에 미동도 없이 누워 있는 하연을 한참 바라보다가 끝내 물었다.

“하연이 대체 언제 깨어난다더냐?”

“할아버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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