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연은 싱긋 웃으며 먼저 손을 내밀었다.“반갑습니다, 하 대표님.”“최 사장님 같은 젊은 인재가 회사를 이끈 덕에 요즘 DS가 한 단계 더 성장했다던데요.”“과찬입니다.”“최 사장님도 D시 프로젝트 입찰 건 때문에 오신 겁니까? 그럼 어디 한번 제대로 겨뤄봅시다.”“그래요, 각자 실력으로 경쟁합시다.”그때, 하영윤이 의미심장한 미소를 지으며 말을 이었다.“사실 저희 그룹은 어제 이 프로젝트를 포기할까 했는데, 갑자기 마음을 바꿨거든요.”그 말에 시종일관 침묵을 유지하던 운석이 입을 열었다.“아주 자신만만하신가 봅니다?”하경윤은 너털웃음을 지었다.“그런 말은 아직 이르죠. 최후의 승자가 누가 될지 아직 모르는 일인데.”“그럼 기대하겠습니다.”운석은 분명 입가에 미소를 띠고 있었지만 분위기는 오히려 찬 바람이 쌩쌩 불었다. 심지어 하경윤에게 적개심을 느끼고 있다는 걸 보아낼 수 있었다.“그럼 이따 봅시다.”그때, 하경윤이 의미심장한 눈빛으로 하연을 바라보더니 인사를 남기고 거들먹거리며 떠나갔다.“제 추측이 맞다면 하 대표가 오늘 우리의 가장 큰 라이벌이죠?”덤덤하게 본질을 꿰뚫은 하연을 보며 운석은 감탄했다.“역시 여신님. 점점 더 좋아지고 있어요.”“또 빈말 하네요. 좀 진지해져 봐요.”“사실인데.”1초 전만 해도 장난기를 띠고 있던 운석은 하경윤을 경멸하는 눈초리로 바라봤다.“이미 성공한 것처럼 거들먹거리는 저 태도 좀 봐요. 오늘 저 자식이 원하는 대로 되면 꼬리가 아마 하늘을 찌를 거예요.”“그건 모르는 일이죠. 높은 곳에 있을수록 더 비참하게 떨어지는 법이니까.”두 사람은 서로 눈빛을 교환하더니 종업원의 안내를 받으며 주최자가 배정한 자리에 앉았다.하지만 구석진 곳에서 유진이 저들을 보고 있다는 건 전혀 눈치채지 못했다.그때, 하경윤이 유진에게 다가와 그녀의 어깨를 톡톡 두드렸다.“어때? 입찰서 바쳤어?”유진은 눈썹을 치켜 올리며 자신만만하게 말했다.“걱정 말아요. 그런 간단한 일은 진작했으니까.”이에
이곳에서 하연과 마주칠 줄 몰랐던 유진은 깜짝 놀란 기색을 감추지 못했다. 심지어 한 짓 때문에 찔리는 구석이 있었는지 처음에는 눈을 피하다 애써 아무렇지 않은 척 연기하며 인사를 건넸다.“이런 데서 다 만나네요. 혹시 하연 씨도 입찰하러 온 거예요?”하연은 싱긋 웃으며 대답했다.“회사에서 진행하는 새 프로젝트 때문에 와본 거예요. 그런데 유진 언니는 언제부터 HS 그룹에서 일한 거예요?”하연이 이런 것까지 알고 있을 거라고는 생각지 못했던 유진은 흠칫 놀라 속으로 중얼거렸다.‘설마 내가 데이터 훔친 거 아는 건 아니겠지?’유진은 긴장한 나머지 옷자락을 꽉 그러쥐며 어색한 미소를 지었다.“한참 됐어요. 하연 씨가 몰랐을 뿐이지.”“아.”하연은 무심결에 대답하며 거울 속에 비친 자기를 바라봤다.“D시 프로젝트 참 괜찮아요. 원유와 광업 모두 포함했으니 따내기만 하면 앞으로 5년 동안 회사 이익은 보장될 거거든요.”그 말을 듣자 유진은 이내 속으로 뿌듯해했다.“그래요? 뭐 마진이 크니까 입찰 성공하면 5년 동안 실적 걱정은 없겠네요.””네. 그래서 이 프로젝트 따네려고 직원들한테 그렇게 신경 쓰라고 신신당부했거든요.”하연은 한참 동안 말하다가 일부러 뜸 들이더니 다시 말을 이었다.“사실 오늘도 따라올 생각은 없었는데, 직원이 실수하는 바람에 데이터를 수정했거든요. 그래서 지켜보려고 따라왔어요.”그 말에 유진의 기분은 순간 나락으로 떨어졌다.심지어 믿기지 않았는지 한참 동안 멍해 있었다.“데이터에 실수가 있었다고요?”하연은 무심코 고개를 끄덕였다.“네, 어제 오후에 발견해서 수정했거든요. 그 덕분에 큰 손실을 면했지, 원래 데이터로 입찰했다면 입찰에 성공해도 손해 보거든요.”그 말을 들은 순간 유진은 다리에 힘이 빠져 휘청거렸다.“그럼 데이터를 고쳤어요?”“네, 계산이 잘못됐으니까 수정했죠.”하연은 솔직하게 대답했다.하지만 그 확답을 들은 유진은 낯빛이 새하얗게 질리더니 다급히 화장실을 빠져나갔다.당황한 유진의 뒷모습을
유진은 하경진의 기세에 눌려 숨소리조차 마음껏 내지 못했다.곧이어 두 사람이 회의장으로 다시 돌아왔을 때, 입찰은 이미 시작되었다.“자, 이제 우리의 0781호 프로젝트 입찰 결과를 발표하겠습니다. 입찰에 참여한 기업으로는 HT 그룹, DS 그룹, HS 그룹, LT 그룹입니다...”한참 동안 멘트를 하던 사회자는 손에 들고 있던 카드를 넘기며 끝내 마지막 결과를 발표했다.“이번 프로젝트를 따낸 기업은 DS 그룹입니다. 축하합니다...”사회자의 말이 떨어지자 하연과 운석이 곧바로 자리에서 일어났고, 순간 현장에는 우레외 같은 박수 소리가 터져 나왔다.입찰이 끝난 뒤, 하경윤은 다급히 거래처에 전화를 걸었다.“이 대표님, 이번 입찰에 문제가 생기는 바람에 합작 건은 무효화할 수 있을까요?”“네? 위약금이 100억이라고요? 이 대표님, 다시 한번 상의해 볼 수 있을까요?”상대가 뭐라고 말했는지 전화를 끊은 하경윤은 아예 폭주했다.“빌어먹을! 개자식!”그걸 옆에서 지켜보는 유진은 겁에 질려 숨을 죽였지만 하경윤은 이내 고개를 돌려 그녀의 손목을 확 낚아챘다.“한유진! 네가 무슨 짓을 했는지 좀 봐!”분노 가득한 목소리에 유진은 몸을 떨며 끊임없이 설명했다.“대표님, 이건 제 탓이 아니에요. 다 최하연 짓이에요! 그년이 저한테 엿 먹인 거라고요. 그러니까 탓하려겨든 최하연을 탓하세요. 아!”“지금 책임 전가하는 거야? 한유진, 너 때문에 회사에서 자그마치 100억을 손해 봤어. 적어도 80프로는 네 책임이니 그 돈 마련하지 않으면 내가 네 가죽을 벗길 줄 알아!”하경윤은 악에 받쳐 소리치더니 유진을 확 밀쳐버렸다. 그 때문에 중심을 잃고 한참 동안 비틀거리던 유진은 넋을 잃은 채 바닥에 주저앉았다.‘100억? 나한테 그런 돈이 어디 있다고?’“대표님, 한 번만 용서해 주세요. 앞으로 절대 이런 일 없을 거예요. 대표님!”유진이 아무리 목 놓아 불러도 하경윤은 그녀를 거들떠보지도 않은 채 유유히 떠나갔다.하경윤이 떠나가는 뒷모습을 보던
하지만 유진이 덮치려는 찰나, 하연은 교묘하게 유진을 피해버렸다.“회사 기밀 빼돌리면 처벌받는 거 알죠? 내가 이 사진 경찰에 넘기면 어떨 것 같아요?”유진은 믿을 수 없다는 듯 하연을 바라봤다. 그러다 불신이 점점 당황으로 변하는가 싶더니 뭔가를 인식하고 사색이 된 채 애원하기 시작했다.“최하연, 제발. 제발 그러지 마.”만약 하연이 이 영상을 경찰에 넘기면 유진의 인생은 이대로 망한다.회사 기밀을 빼돌리는 건 절대로 경범죄로 치부할 수 없다. 심지어 그 금액에 따라 평생 콩밥을 먹어야 할지도 모르는 일이었다.“최하연, 하연 씨, 제발요. 그거 경찰서에 넘기지 마요. 내가 다 잘못했어요. 정말 잘못했어요.”유진은 하연이 저를 용서하기를 바라며 끊임없이 애원했다.옆에서 그 모습을 지켜보던 운석은 입꼬리를 말아 올리며 비아냥거렸다.“그러게 감당도 못 할 일을 왜 저질러? 이번이 처음 아닌 것 같던데.”유진은 다른 건 생각할 겨를이 없어 황급히 하연의 팔을 잡고 저자세로 애원했다.“하연 씨 착한 사람이었잖아요. 그러니까 제발 한 번만 기회를 줘요. 앞으로 하연 씨 앞에서 영원히 사라져 줄게요. 그 영상 파기만 해주면 뭐든 다 할 게요. 네?”하지만 유진의 애원에도 하연은 마음이 약해지기는커녕 싸늘한 눈빛으로 그녀를 봤다.“한유진 씨, 내가 그렇게 호락호락해 보여요?”유진은 마구 고개를 저었다.“아니요. 그럴 리가요. 하연 씨, 내가 아니면 적도 한씨 가문 체면을 봐서라도, 한서준 체면을 봐서 용서해 줘요. 네?”하연은 너무 어이없어 헛웃음이 나왔다.“한씨 가문? 한서준? 내가 왜 그들 체면을 봐줘야 하는데요?”“하연 씨 서준이랑 재결합하고 싶었던 거 아니에요?”유진은 믿기지 않는다는 듯 되물었다.그 말에 하연은 피식 웃었다.“지금껏 들어본 소리 중에서 제일 웃겼어요.”이윽고 잠깐 뜸 들이더니 말을 이었다.“한유진 씨, 마지막으로 기회를 줄게요. 사흘 내로 자수해요. 자수하지 않으면 내가 이 영상을 경찰서에 보낼 거예요. 그
최하민이 B시에 오는 건 아주 드문 일인데 오늘 인사도 없이 온 거라 하연은 놀란 듯 물었다.“오빠, 여긴 어쩐 일이에요?”하민은 아무 말도 하지 않고 대신 서류를 건네주었다.“이거 봐 봐. 한서준이 제출한 보석에 관한 자료와 민혜경의 감형에 관한 자료야. 민혜경을 감옥에서 빼내겠다는 목적이 아주 명확하더라고.”이 소식은 너무 갑작스러웠다.전에는 이런 낌새조차 없었는데 말이다.하연의 눈빛은 순간 차가워지더니 말없이 서류를 펼쳐봤다.“참 눈물겨운 사랑이네. 그새를 못 참고 자기 애인을 빼내려 하다니.”“민혜경이 그렇게 나쁜 짓을 했는데 이렇게 쉽게 빼내도록 놔둘 수 없지.”한민이 싸늘한 눈빛으로 말했다.“내가 미리 손써 뒀어. 그런데 한서준의 태도도 완강해. 민혜경을 빼내려고 무척 애쓰는 것 같더라.”그러다 잠깐 뜸을 들이더니 말을 이었다.“그런데 나는 네 태도를 알고 싶어.”“한서준의 일은 나와는 상관없어요.”간단한 한마디로 서준과의 선을 긋는 하연을 보자 하민은 마음이 놓이는 듯 말했다.“이 일은 신경 쓸 필요 없어. 내가 알아서 처리할 테니까. 죄를 지은 사람을 빼내려면 대가를 지불해야지. 그 대가를 감당할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네.”하민이라면 하연도 100퍼센트 마음 놓을 수 있었다.말을 마친 하민은 이내 핸드폰을 꺼내 명령하고는 전화를 끊었다.그러다 갑자기 뭔가 생각난 듯 말머리를 돌렸다.“하연아, 너 요즘 나씨 집안 그 자식과 가까이 지내던데, 혹시...”“오빠.”하민의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하연이 끼어들었다.“나씨 가문과 약속했던 결혼은 양가 부모님이 결정한 일이지 제 의견은 없었어요. 게다가 이제 약혼도 무산됐잖아요. 저와 운석 씨는 그저 친구예요. 그 이상의 것은 아무것도 없어요.”하연의 말에 하민이 피식 웃었다.“정말 고작 친구라고? 나운석이 DS 그룹에서 오랫동안 일하면서 이번에는 D시 프로젝트까지 따냈다던데, 그거에 대해서 아무 생각도 없어?”“오빠, 공과 사는 구분해야죠.”“그럼 부상혁
“하연아, 한번 실패했다고 자신을 부정하지 마. 넌 가장 좋은 걸 가질 자격이 있어.”그 말에 하연의 마음은 조금이나마 따뜻해졌다.“알았어요. 오빠들이 있어 얼마나 다행인지 모르겠어요.”하민은 손을 뻗어 하연의 머리를 쓰다듬었다.“오빠한테까지 뭐 그런 말을 해? 감정은 본인이 가장 잘 알아. 그걸 똑바로 마주해야 진짜 사랑하는 사람을 놓치지 않아.”하연은 고개를 끄덕였다. 하지만 오늘 하민이 유독 말이 많다는 게 느껴져 의아할 따름이었다.“오빠, 그런데 무슨 일로 오늘 이런 가십에 관심이 이렇게 많아요?”“그랬나? 나는 너를 관심하는 건데? 너한테 중차대한 문제인데 소홀히 할 수 없지. 이미 한번 당했으니 교훈을 얻어야 하기도 하고. 같은 곳에서 두 번 넘어질 수는 없잖아. 상대가 한서준만 아니면 네가 누구를 선택하든 가족 모두가 너를 지지할 거야.”하민의 태도는 최씨 집안 모든 사람의 태도이기도 하다.“네. 알았어요. 걱정하지 마세요.”하연은 제 마음을 이미 훤히 알고 있는 듯 시선을 창밖으로 돌리더니 한참 동안 깊은 고민에 빠졌다....그 시각, DS 그룹.호현욱이 새로 산 옥 장식품을 갖고 놀 때, 누군가 사무실 문을 노크했다.“누구지? 들어와.”곧이어 사무실 문이 열리더니 혁욱의 비서 정민호가 들어와 보고했다.“이사님, 우리 회사에서 D시 프로젝트를 따냈습니다.”그 말이 떨어지자 호현욱은 손에 쥐고 놀던 옥을 바닥에 내팽개쳤다.그러고 나서야 수십억을 제 손으로 내던졌다는 걸 알아차렸는지 눈빛이 어두워졌다. 솔직히 가슴에서 피가 떨어지는 기분이었다.“뭐라고? 프로젝트를 따내?”“네. 입찰 현장에서 전해 들은 소식입니다. 우리 회사가 따냈다더군요.”호현욱의 얼굴은 잿빛이 되었다. 하연이 이토록 능력이 있을 거라는 생각은 하지 못했다.D시 프로젝트가 얼마나 대단한지는 누구나 다 아는 사실이다. 핵심 사업의 규모가 크고, 주기가 길며 이윤까지 높다. 고작 이 프로젝트 하나만 해도 DS 그룹 이윤의 10퍼센트를 차지한다.
이대로 가면 하연은 내기에서 이기게 될 거다. 하지만 마지막 순간까지 가지 않은 이상 호현욱 역시 쉽게 포기할 수 없다.“급할 거 뭐 있어? 아직 반년이나 있잖아. 이번 프로젝트 마지막까지 성공하기 쉽지 않아. 프로젝트 하나 망치는 게 뭐 그리 어려운 일이라고.”호현욱은 이미 만반의 준비를 마친 듯 눈빛을 흐렸다. 비즈니스 업계에 수년간 발을 담근 그가 어린 계집에게 질 수는 없었다.“무슨 수를 써서라도 나운석 그 자식을 쫓아내야겠어.”“이사님, 저한테 방법이 있습니다.”호현욱은 눈썹을 치켜 올리며 놀란 기색을 보였다.“말해봐. 무슨 방법인데?”민호는 그 말에 이내 호현욱의 귓가에 대고 낮은 소리로 소곤거렸다. 그리고 잠시 뒤, 호현욱의 얼굴에는 웃음꽃이 활짝 폈다.“내 밑에서 몇 년 일하더니 많이 배웠네. 그럼 그대로 진행해.”“네, 이사님.”...저녁, 선샤인 바.하연은 운석을 위한 축하 파티를 열기 위해 회사의 동료들을 모두 불러 보아 현장은 매우 시끌벅적했다.“나 본부장님이 이번 D시 프로젝트를 따낸 걸 축하하기 위해 이 자리를 만들었습니다.”“나 본부장님 축하해요.”“최 사장님 축하해요.”“자, 그럼 DS 그룹의 점점 더 나아지는 앞날을 위하여!”“...”분위기가 점점 무르익자 하연은 직원들이 편하게 놀지 못할까 봐 적당한 핑계를 대고 먼저 일어섰다.운석은 그런 하연이 걱정되어 발 빠르게 나섰다.“바래다줄게요.”“아니에요. 운석 씨 축하 파티인데 함께 놀아요. 저는 대리 부르면 되니까.”“그럼 문 앞까지 바래다줄게요.”결국 운석의 고집을 꺾지 못한 하연은 운석과 앞뒤로 나란히 서서 바를 나섰다.“얼른 들어가요. 대리 기사가 곧 도착한대요.”“아니에요. 차에 타는 것까지 보고 갈게요.”하연의 거절에 운석은 괜찮다는 듯 말했다.이번에도 운석의 고집을 꺾지 못한 하연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그런데 그 틈에 운석이 무심코 말을 꺼냈다.“제가 DS에 온 지도 벌써 반년이 다 돼가네요. 시간 참 빨라요. 처음
“가서 저 여자 핸드폰 빼앗아.”말이 떨어지자 양아치처럼 생긴 청년들이 우르르 몰려들어 차 유리를 몽둥이로 내리치기 시작했다. 그러다가 쨍그랑 소리가 들리면서 유리 파편이 하연에게 튀었고, 차는 요란한 사이렌 소리를 내기 시작했다.“이봐, 핸드폰 이리 내!”말을 마친 한 놈이 머리를 차 안으로 쑥 들이밀며 하연의 손에 든 핸드폰을 빼앗으려고 시도했다.하연은 얼른 그 사람을 피하고는 발로 남자의 머리를 차버렸다. 그 순간 남자의 코로 피 두 줄이 흘러내렸다.“당신들 길 한복판에서 뭐 하는 짓들이야?”남자는 고통스러운 듯 얼굴을 가리며 소리쳤다.“이게 어디서! 죽으려고!”이윽고 소리치며 또다시 앞으로 달려들었다.하지만 그때, 뒤에서 달려오던 검은색 승용차 몇 대가 갑자기 멈춰서더니 안에서 경호원들이 우르르 내려 놈들을 포위했다.훈련된 용병처럼 신속하게 나타난 경호원들은 평균 185 넘는 키에 커다란 덩치를 가졌다. 그 모습에 센 척하던 청년들도 순식간에 겁을 먹고 줄행랑쳤다.“뭣들 하고 있어? 도망쳐!”하지만 아쉽게도 진작 포위되어 한 놈도 도망갈 수 없었다.심지어 방금 하연에게 센척하던 남자도 너무 놀라 연신 뒷걸음쳤다.그때, 맨 앞에 서 있던 경호원이 빠른 걸음으로 하연 앞에 달려가 허리 숙여 인사했다.“아가씨, 괜찮으십니까?”하연은 굳은 표정으로 제 몸에 떨어졌던 유리 파편을 툭툭 털어냈다. 분명 간단한 동작이었지만 보는 사람을 섬뜩하게 했고 내내 한마디도 하지 않았지만 커다란 압박감을 주었다.“아가씨, 이자들은 저희가 처리하겠습니다. 걱정하지 마세요. 오늘 저지른 일의 대가는 톡톡히 치르게 할 겁니다.”그 말이 떨어지자 하연은 다시 차에 올라탔다.그러면서 양아치들에게 싸늘한 눈빛을 보내자 놈들은 그 기세에 눌려 흠칫 몸을 떨었다.“아까 보니 내 핸드폰에 관심이 많은가 봐? 여기 특별한 거 없을 텐데?”하연의 말에 놈들은 모두 꿀 먹은 벙어리가 되었다.그도 그럴 게, 분명 연약한 여자를 처리하면 된다고 했었는데, 왜 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