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

제583화 진한 사랑

자신이 무슨 말을 하고 있는지 그제야 눈치챈 진유라는 갑자기 멈칫했다. 그녀는 잠시 말을 끊었다가 몇 초 후에 대답했다.

"왜 전화했어요?”

"저녁에 같이 밥 먹어요.”

"식사요? 그럼 스케줄표 좀 보고 올게요.”

"됐어요. 만약 스케줄이 많으면 영수랑 약속 잡을게요. 마침 며칠 전에 얘기 좀 하자고 해서...”

곽동건이 재수 없는 동생에 대해 언급하자 진유라는 순간 할 말이 없어졌다. 전생에 무슨 죄를 지어서 진영수, 그 사기꾼 같은 동생을 만났는지. 게다가 그는 또 다른 사람이 아닌 그녀만 잡고 늘어졌다.

그녀는 그의 말을 끊었다.

"무슨 소리예요? 줄을 서는 건 다른 사람들을 얘기한 거고. 남자 친구인데 어떻게 다른 사람과 똑같을 수 있겠어요? 오늘 저녁에 가요. 뭐 먹고 싶어요? 양식? 중식? 태국 음식? 프랑스 음식? 아니면...”그녀는 화가 나서 이를 갈았다. 하지만 안 그런 척 말을 이어 나갔다. 말투로 보면 그녀가 화가 났다는 게 전혀 티가 나지 않을 정도로 말이다. 두 가지 말투가 왔다 갔다 바뀌는 것을 보던 신은지는 대단하다고 감탄했다.

"다 좋습니다."

대답하지 않으면 그녀가 계속 말할까 봐 곽동건은 뭐든 괜찮다고 했다. 대답하지 않으면 진유라가 모든 나라의 이름을 한 번 외울 것만 같았다.

"당신이 결정하는 대로 가죠. 결정되면 저에게 알려주세요. 제가 레스토랑을 예약할게요.”

"...”

그녀는 같이 밥 먹으러 갈 때 입만 열면 ‘아무거나'라고 말하는 사람을 가장 싫어했다. 진유라는 화가 치밀어 올라서 하마터면 곽동건에게 성질을 쓰면서 꺼지라고 할 뻔했다.

"그럼... 인도 요리.”

그녀는 식사 전에 계란 볶음밥 두 그릇을 먹고 갈 생각이었다. 그리고 먹을 때는 그가 먹는 것을 지켜볼 생각이었다.

곽동건은 한참 동안 아무 말도 안 하다가 입을 열었다.

"중식으로 하죠.”

"하...”

‘남자가 주견이 없어서는.'

그녀가 전화를 끊자 신은지는 손에 든 디저트를 들고 내숭을 떨면서 한숨을 쉬어댔다.

"아이고, 누구는 저녁에 식사하러 간다네요.
잠긴 챕터
앱에서 이 책을 계속 읽으세요.

관련 챕터

최신 챕터

DMCA.com Protection Statu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