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혜정은 악몽을 꿨다. 지난번에 병원에서 겪었던 꿈인지 현실인지 알 수 없는 그 일 때문에 놀란 이후로 그녀는 정신 상태가 매우 나빠졌다. 불면증, 다몽증, 짜증... 몸 상태도 점점 나빠지고 있었다.그녀는 사사건건 조심했다. 박용선은 그녀에게서 한 발짝도 떨어지지 않고 간호했고 정신과 의사까지 찾아갔지만 악몽에 자극을 받아 심장이 아픈 병은 고쳐지지 않았고 결국 그녀를 개인 병원으로 데려올 수밖에 없었다.의사를 집으로 부르지 않은 건 심장에 문제가 생기면 지극히 정밀한 의료기기를 써야 하기 때문이었다.꿈에서 깬 강혜정은 침대 옆에 마스크와 모자를 쓴 간병인이 앉아 있는 것을 보고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그녀는 어렴풋이 뭔가 잘못되었다고 생각했지만 깨어난 지 얼마 되지 않아 아직 생각이 좀 흐리멍덩했다.간병인은 일어나서 침대 머리맡의 텀블러로 물을 따랐다.강혜정이 팔꿈치를 괴고 막 일어나려는데 갑자기 머릿속에 무언가가 스쳐 지나가는 것을 느꼈다. 덩치로 판단하면 이 간병인은 남자였다. 하지만 박용선이 고용한 간병인은 여자였다. 그녀는 대충 훑어보았을 뿐인 데다 그가 또 고개를 숙이고 있어서 잠시 알아차리지 못했는데 일어서자 키가 그의 성별을 단번에 드러냈다.그리고 옷차림도 이상했다. 마스크를 쓰면 됐지, 수술하는 의사도 아닌데 간병인이 모자를 쓸 리 없었다.강혜정은 물컵을 느릿느릿하게 자신에게 건네는 모습을 지켜보며 손가락으로 침대 시트를 움켜쥐고 이를 악물고 말했다."기도윤."얼마 전에 그녀가 그의 이름을 말한 적이 있었는데 앞에서 부르는 것과 뒤에서 말하는 건 느낌이 달랐다.그의 눈이 약간 휘어졌고 눈가에는 주름이 선명했다."내가 좋아하는 소녀가 나를 기억하고 있다니, 기쁘네."그는 강혜정의 앞에서 마스크를 벗었다. 그는 여전히 기억 속의 얼굴이었고 단지 조금 늙었을 뿐이었다."..."그녀는 토하고 싶었다.50 살이나 먹은 사람이 입만 열면 이런 촌스러운 말이라니, 너무 징그러웠다."꺼져."강혜정은 베개를 들고 그에게로 내리
고연우는 차에서 내려 제자리에 서서 말했다."아저씨."기도윤은 예전에 재경 그룹의 부회장이었고 박용선과 친분이 두터웠다. 어렸을 때 그가 놀러 가면 자주 마주쳤으니 거의 큰아버지라고 할 수 있었다.고연우는 너무 가까이 다가가지 않았다. 왜냐하면 차 안의 사람이 계속 내리지 않아서 상황을 잘 모르기 때문에 무턱대고 들어갔다가는 위험했기 때문이었다.창문이 내린 채 고개를 내민 기도윤은 뒤에 있던 경찰차 몇 대를 훑어보았다. 궁지에 몰렸음에도 그는 당황하거나 분노하는 기색도 없이 고연우과 다정하게 인사를 나눴다."어머님을 모시고 병원으로 돌아가겠습니다.""혜정이는 나와 함께 출국하기로 했다. 마침 여기서 너를 만났으니 네가 나 대신 용선이에게 전해줘. 오랫동안 혜정이를 돌봐줘서 고맙다고 말이야. 정말 고맙다고."고연우는 시계를 보고 귀찮다는 듯 눈살을 찌푸렸다.‘무슨 쓸데없는 말이 왜 이렇게 많아. 빨리 돌아가서 민아에게 아침 차려줘야 되는데.'그는 손을 흔들며 부하들에게 말했다."어머님을 차에서 데리고 나와."그의 분부를 받은 부하들이 다가가 반쯤 열린 창문을 통해 안을 들여다보았다. 그들은 의자에 엎드려 고통스러운 얼굴을 한 강혜정을 보았다."대표님, 여사님의 상태가 이상합니다. 심장병이 발작한 것 같습니다."고연우는 안색이 늠름해졌고 몇 발자국 앞으로 걸어가며 말했다."빨리 사람을 데리고 내려와.""혜정이는 너희들과 함께 가지 않을 거야."그는 고개를 돌려 그녀를 바라보았다."맞지? 혜정아.""..."그녀는 이미 괴로워서 말할 수 없는 상태였고 입술 색깔마저 옅은 보라색으로 변했다."왜 말이 없어! 태준이 안 만나고 싶어? 신은지라는 며느리를 되게 좋아한다던데. 그들이 지금 있는 곳은 내가 몇 달 동안 정성껏 골라서 정한 곳이야. 아무도 찾지 못할 거라고."고연우는 휴대전화를 내밀며 말했다."실례합니다."휴대전화를 받은 기도윤은 화면을 훑어보더니 안색이 어두워졌다. 그는 영상통화를 켜고 있었고 화면에 있는 사람은 바로
잠시 후 진선호는 여름 바람막이 재킷을 들고 오더니 신은지의 어깨에 걸쳐주었다. 그의 옷이라 넓고 커서 옷자락이 직접 그녀의 엉덩이까지 덮었다.신은지는 옷깃을 여미었다.“유성이와 둘이 우리가 거기 있는 걸 어떻게 알았어요?”창고 안에 있을 때는 그곳이 낡고 오래전에 버려진 곳이라고만 생각했는데 밖에 나와 보니 정말 외진 곳이었다. 인적이 없이 황량한 곳이라 무심코 지나가던 사람도 절대 들여다보지 않을 것 같은 그런 곳이었다.진선호는 턱으로 응급실에 누워 있는 박태준을 가리켰다.“깨어나면 직접 물어봐요. 며칠 입원해야 할 것 같은데 이따 의사한테 1인실이 있는지 물어볼게요.”“...”신은지는 의아한 눈빛으로 그를 쳐다보았다. 둘이 언제 이렇게 친해졌지? 어떤 병실을 쓸지, 이런 것까지 신경을 쓰다니.그러나 그녀는 지금 자세히 물을 정신이 없다. 박태준이 들어간 지 한참 됐는데, 상황이 어떤지, 머리는 계속 아픈지 모르겠다.문이 열리고 의사가 안에서 나왔다.“환자분은 경미한 내출혈에 외상도 좀 있어 며칠 입원해 관찰해야 합니다. 말씀하신 두통은 환자분이 도착했을 때 이미 혼수상태였기 때문에 깨어나신 후에 다시 검사해 봐야겠지만 현재의 검사 결과로는 큰 문제 없어 보입니다. 입원 수속을 하십시오.”진선호가 말했다.“제가 갈게요. 여기서 지키고 있어요.”입원 절차를 밟은 후 박태준은 병실로 옮겨졌다. 진선호는 정말 1인실로 잡았다.박태준이 별문제 없다는 것을 확인한 후에야 신은지는 담소를 나눌 기분이 생겼다.“언제부터 태준과 이렇게 사이가 좋아졌어요?”어느새 아침이 되어 진선호는 다리를 벌린 자세로 걸상에 앉아 아침을 먹고 있었다. 신은지의 말에 그는 고개를 들고 병상에 누워 있는 박태준을 힐끗 보았는데, 눈빛에 고소해하는 기색이 가득했다.“다른 사람이 없을 때 은지 씨 마음대로 해요. 두리안을 사다 드릴까요? 과육은 은지씨가 드시고 껍질은 태준이 무릎 꿇게 하면 낭비 없이 딱이겠네.”“...”이 말을 들은 신은지는 어처구니없었다.
박태준의 시선을 느낀 왕준서가 급히 입장을 밝혔다.“대표님, 저는 애완견이나 없는 사람 취급하면 됩니다.”돈만 충분히 준다면 그 자리에서 멍멍 짖는 것도 문제가 되지 않는다.신은지는 박태준의 손을 밀쳐냈다.“이 일은 이따 다시 얘기해.”진선호가 일어나 박태준을 한 번 훑어보더니 말했다.“은지 씨, 깨어났는데 내려가 아침밥이라도 사와야 하는 거 아니에요? 간신히 살려냈는데 굶어 죽으면 너무 억울하잖아요.”신은지는 그가 박태준과 할 말이 있다는 것을 눈치채고 고개를 끄덕였다.“네.”그녀가 멀리 간 후에야 진선호는 정색하며 박태준에게 질문했다.“머리는 왜 그렇게 아파요? 손대지 말아야 할 물건에 손댄 건 아니에요?”그는 입 모양으로 소리 없이 두 글자를 내뱉었다.박태준이 대답했다.“아니요.”“확실해요? 모르고 잘못 먹은 건 아니에요? 아까 최면 얘기를 하던데, 혹시 손댄 적이 있는데 어떤 원인으로 잊어버렸을 가능성은 없어요?”의사가 검사 결과는 문제없다고 했다. 몸에 문제없으면 무슨 원인으로 그렇게 아플까? 아무 원인도 없이 아프진 않을 것이다.박태준은 단호하게 부인했다.“없어요. 제가 먹은 약들은 의사한테 성분 분석을 의뢰했는데, 금지 성분은 들어 있지 않았어요...”그가 이렇게까지 확신하자 진선호도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그 물건은 한 번 손대면 평생을 망친다. 마침 이때 나유성이 오자 그는 더 이상 캐묻지 않았다.밤새 한잠도 못 자고 바삐 보낸 나유성은 병실에 들어오자마자 비어있는 옆 침대에 드러누웠다. 극도로 피곤해 휘청거리는 모습은 환자인 박태준보다 더 환자 같았다.박태준이 그에게 말을 건넸다.“수고했어. 사례로 무슨 선물을 받고 싶은지 얼마든지 얘기해.”“뭐든 돼?”그냥 물어본 건데, 박태준이 침묵하며 잠시 진지하게 생각하더니 말했다.“안 돼. 너는 지금 여자친구가 없는 것 외에 아무것도 부족하지 않으니 은지한테 소개팅을 주선하라고 할게. 곧 설이 될 텐데, 다른 사람들은 다 쌍쌍이거나 자녀가 있고 너만 혼자
신은지는 당연히 그에게 넘겨주지 않았고, 팔을 들어 박태준의 손을 피한 후 아침밥을 협탁에 올려놓았다.“뭘 먹을지 몰라서 다 조금씩 샀어. 뭘 먹을래?”찐빵, 찐만두, 두유, 죽, 만둣국... 병원 근처에는 이런 것밖에 없었다.박태준이 살펴보더니 말했다.“만둣국.”만둣국은 플라스틱 포장 용기에 담겨 있었는데 좀 뜨거워 한 손으로 들고 먹으면 국물이 쉽게 쏟아질 것 같았다.그가 팔을 다친 것을 고려해 신은지는 용기의 포장을 뜯은 후 그에게 건넸다.“침대 머리 쪽에 앉아서 먹어. 들고 먹으면 쏟기 쉬워.”박태준의 상처는 모두 상반신에 있고, 다리는 멀쩡하기 때문에 일어나서 식사 정도는 할 수 있다. 하지만 그는 침대 머리에 기댄 채 신은지를 바라보며 움직이지 않았다.“나는 환자야.”신은지가 의문스러운 표정으로 그를 쳐다보았다.“다른 사람들은 아프면 돌봐주는 사람이 있다는데.”박태준이 차 문에 끼어 부어오른 팔을 신은지에게 보여주었다.“마취가 풀렸는지 좀 아파.”이를 본 진유라는 입을 딱 벌렸다. 어디서 여우짓이야? 그녀는 심지어 박태준이 이 말을 신은지에게 한 것이 아니라 옆 침대에 누워 있는 나유성에게 한 것이 아닌지 의심했다.진유라도 눈치챌 수 있는 걸 신은지가 모를 리 있겠는가? 그녀는 귀찮다는 듯 눈을 흘겼다. 유치하긴! 나유성은 줄곧 자고 있었다. 그녀가 들어온 지 한참 됐는데 한 번도 이쪽을 쳐다보지 않았다. 그런 걸 보면 그녀에게 그런 뜻이 없는 게 분명한데도 박태준은 질투하고 있다.원래는 그를 상대하지 않으려 했지만 납치됐을 때 봤던 동영상을 생각하니 마음이 약해져 모질게 거절할 수 없었다.그녀는 그릇을 들고 싸구려 플라스틱 숟가락으로 만두를 떠서 박태준의 입에 가져갔다.그는 만두를 보지 않고 그녀의 빨간 입술에 시선을 고정한 채 키스하고 싶은 마음을 자제하느라 입술을 깨물었다. 창고에서 그녀가 우는 것을 봤을 때부터 하고 싶었다. 하지만 그때는 그럴 만한 상황이 아니어서 떠오르는 생각을 눌렀었다.짓눌려 있던 욕망이
말하고 나서 신은지는 박태준을 한참 동안 쏘아보았지만 여전히 분이 풀리지 않았다.“기민욱이 주선해 준 약혼녀가 무척 맘에 들었나 봐. 언제 적 일인데 아직도 이름을 기억하고 있어?”박태준에게 이 이름은 단지 한 사람을 대표하는 것이 아니라 고통의 시작이다. 이 이름을 들을 때마다 새로운 고통이 찾아오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렇게 짧은 시간이 아니라 평생 가도 이 세 글자를 잊기 어려울 것이다.“...”박태준은 잠시 침묵하더니 부인하지 않고 정중하게 약속만 했다.“은지야, 난 그 여자를 본 적도 없고 실존하는 인물인지도 몰라. 기민욱에게 납치되어 갇혀 있을 때 그 여자를 본 적이 없기 때문에 내가 기억하는 건 이름뿐이야. 그러니 우리 사이 애정에 아무 실질적인 영향도 끼치지 않아.”엄숙하고 진지하게 설명하는 그의 모습을 보며 신은지는 마음이 아파 급히 그의 손을 잡았다.“농담이야. 나 화나지 않았어. 기억해도 상관없어.”입장을 바꿔 생각해 보니 그녀였다면 꿈에서도 그 이름을 부를 정도로 더 똑똑히 기억했을 것 같다.신은지는 잠깐 생각에 잠겼다.“너 어제 응급실에 실려 갔을 때 의사 선생님이 뇌 검사를 했는데, 큰 문제는 없대. 두통은 최면과 약을 잘못 먹은 후유증일 수 있다는데, 무슨 다른 증상은 없어?”박태준이 잠깐 머뭇거렸다.“수면 질이 안 좋고 가끔 넋을 잃어...”그는 천천히 말하면서 수시로 그녀의 표정을 살폈다.신은지는 참다 참다 결국 참지 못하고 재촉했다.“그리고?”“기억력이 이전보다 나빠졌어.”박태준은 어렸을 때부터 공부를 잘했고 복수학위까지 땄을 정도로 기억력이 좋기 때문에 애매모호한 이 대답은 하나 마나 했다.신은지가 미간을 찌푸렸다.“이전보다 나빠졌으면 어느 정도야?”“가끔 과거의 일이 기억 나지 않아.”이전에는 기억이 어렴풋할 뿐이고 그리 중요하지 않은 일들만 잊었지만 최근에 이런 증상이 심해졌다는 것을 뚜렷이 느꼈다. 그는 노트를 뒤지기 시작했지만 노트에서 봐도 알게 될 뿐 기억나지는 않았다. 잊어버린 일
잠깐 사이에 박용선은 이미 문을 열고 나갔다. 그 다급한 뒷모습은 마치 늦으면 피하지 못할까 봐 안달한 사람 같았다.신은지는 손을 빼내려 했지만 박태준이 놓아주지 않았다. 그녀는 어찌할 도리가 없다는 듯 말했다.“가지 않을 테니 이거 놔. 나 졸려. 좀 자야겠어.”어젯밤에 잠에서 깬 후 그녀는 다시 눈을 붙이지 못했다. 계속 긴장한 상태에 있어서 박태준이 큰 문제가 없다는 것을 알았을 때 이미 졸려 죽을 지경이었다. 하지만 병실에 줄곧 사람이 있어서 억지로 참고 자지 않았다.이제 겨우 조용해지고 궁금증도 해결되니 졸음이 걷잡을 수 없이 밀려왔다. 말하는 사이에 그녀는 연거푸 하품을 하더니 눈에 눈물까지 고였다. 눈물이 글썽글썽한 모습은 너무 가련해 보였다.마음이 약해진 박태준은 즉시 그녀를 놓아주었다. 신은지가 돌아서서 비어 있는 옆 침대로 가자, 그는 나유성이 그 침대에서 잤던 것이 생각났다. 나유성의 냄새도 아직 다 가시지 않았을 것 같은데 그녀가 지금 누우면 같은 침대, 같은 이불, 같은 베개를 쓰게 되니 간접적으로 동침한 셈이 된다. 그래서 그는 다시 그녀를 끌어당겼다.“이 침대에서 자.”거기까지 생각하지 못한 신은지는 어이가 없어 지나가는 말로 한마디 했다.“다 병원 침대인데 무슨 차이가 있다고? 설마 네가 잤던 침대가 더 향기로워?”“응.”“...”신은지는 그를 향해 엄지를 내밀었다.“진짜 낯가죽이 밑창 천 개를 겹쳐놓은 것만큼 두껍네.”“무슨 뜻이야?”그는 알아듣지 못했지만 직감적으로 좋은 말이 아니라는 것을 알았다.신은지는 대답하지 않고 눈을 감았다. 이불은 박태준 냄새로 가득했고 이불 속에도 그의 온기가 남아 있어 그 속에 누우니 마치 그의 품에 안겨 있는 것처럼 말할 수 없는 안도감이 그녀를 감쌌다.그제야 그녀는 박태준이 왜 굳이 이 침대에서 자라고 했는지 뒤늦게 깨달았다.진짜...얼마나 졸렸는지 이걸 깨닫자마자 그녀는 깊은 잠에 빠져들었고, 바깥의 시끄러운 소리에도 전혀 영향을 받지 않았다.그녀가 잠든 것을
그는 간신히 이성을 유지하며 차를 길가에 세웠다.“대표님, 죽은 사람이... 공예지래요.”순간 박태준이 미간을 찌푸렸다.“누구?”“공예지요, 대표님께 마사지해 줬던 그 공예지요.”박태준이 딴사람인 줄 알까 봐 그는 자세히 설명했다.“사건이 발생한 지점은 수영장이고, 경찰이 지금 파티에 참석했던 사람들을 불러 참고인 조사를 하고 있대요. 곧 대표님 차례가 될 거예요.”“...”어젯밤 은지가 납치된 곳은 정원이었고, 멀지 않은 곳에 수영장이 있었다. 그녀가 나간 그 시간에 마침 공예지도 연회장에 없었다.박태준이 냉정한 목소리로 분부했다.“이 일을 사모님한테 알리지 마.”경찰이 그녀를 찾지 않는 한 공예지가 죽은 것을 모르게 해야 한다....신은지는 잠을 꽤 오래 잤다. 깨어났을 때는 이미 해가 지고, 주황빛 석양이 커튼에 막혀 자극적이지 않았다. 옆 침대에 앉아 휴대폰을 하고 있던 박태준이 그녀의 시선을 느끼고 고개를 돌렸다.“깼어?”“응.”신은지는 가볍게 외마디 대답을 했다.“휴대폰은 어디서 났어?”그들의 휴대폰은 납치된 후 압수당했다.“방금 진영웅이 보내온 거야.”박태준은 침대 협탁에 놓인 박스를 가리켰다.“네 것도 샀어.”신은지는 너무 오래 자서 온몸이 나른하니 힘이 없고 움직이기도 싫어 옆으로 누운 자세로 그녀와 이런저런 얘기를 나누었다.“뭘 보고 있어?”“뉴스.”박태준은 휴대폰으로 업무를 처리하지 않으면 뉴스를 본다. 경제, 정책 등 어쨌든 다 무미건조한 것들이다. 신은지는 이런 상황에 익숙하지만 심심해서 누군가와 이야기를 나누고 싶어 물었다.“주식은 올랐어?”“몰라.”“그럼 무슨 기사를 보는데?”박태준은 공유 욕구가 넘치는 듯 휴대폰을 그녀에게 건넸다.“설문조사를 보고 있어. 질문은 ‘남편과 시어머니가 동시에 물에 빠지면 누구를 먼저 구하겠는가’야. 너는 누굴 먼저 구할 거야?”“...”그녀는 이게 무슨 말도 안 되는 질문이냐는 듯 그를 빤히 쳐다보았다.‘아내와 엄마가 아니었어? 여기서는 왜 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