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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9화

이태수의 숨소리가 거칠어지자 윤혜인이 더는 두고 볼 수가 없었다. 그는 이태수에게 달려가 그의 등을 쓸어주며 얼른 설명했다.

“할아버지, 준혁 씨 탓하지 마세요. 제가 아이를 가지지 않겠다고 한 거예요.”

“혜인아, 할아버지에 거짓말을 하지 마. 정말 저놈이 아이를 가질 생각이 없는 거라면 이 할아버지에게 얘기해. 내가 저놈을 죽여줄게!”

“거짓말 아니에요, 할아버지. 제가 조금 더 자유롭고 싶어서 그래요. 그리고 아직 엄마가 될 준비가 안 됐어요.”

윤혜인이 억지웃음을 보이며 낮은 목소리로 대답했다. 그녀는 여전히 믿지 않는 이태수를 한참 동안이나 어르고 달래서야 이태수가 다시 웃음을 보였다.

그리고는 장씨 아주머니의 부축을 받으며 약을 먹으러 위층으로 올라갔다.

늦은 밤, 이씨 저택에서 나온 윤혜인은 혼자 아파트로 돌아가고 싶다고 했지만 이준혁은 끝까지 그가 운전해서 바래다주겠다고 했다.

조용한 차 안에서 이준혁이 갑자기 정적을 깨며 말했다.

“당분간 우리가 이혼한다는 말은 할아버지에게 비밀로 해.”

“네.”

그가 굳이 말하지 않아도 윤혜인은 할아버지에게 알리고 싶지 않았다. 할아버지의 몸은 지금 그 어떤 충격도 받을 수 없는 상태이다.

“그리고 나중에 이혼해도 넌 할아버지를 자주 보러 갈 수 있으니 걱정마.”

이준혁의 말에 윤혜인도 같은 마음이었다.

“네.”

“그 한 글자밖에 할 말이 없어?”

윤혜인이 아무 대꾸도 하지 않자 이준혁이 말을 이어갔다.

“속은 좀 괜찮아? 내일 병원에 가서 정밀 검사를 받아봐.”

“괜찮아요. 어차피 준혁 씨도 제가 임신 가능성이 없다고 했는데 굳이 검사할 필요가 없잖아요!”

윤혜인의 말에는 가시가 박혀 있었고 순간 말문이 막힌 이준혁은 눈살을 살짝 찌푸렸다.

“왜 그래?”

“내가 만약 임신했다고 하면 어떡할 거예요?”

윤혜인은 결국 참지 못하고 오래전부터 하고 싶었던 질문을 입 밖으로 내뱉었다.

“그럴 리가 없어.”

“그러니까 제 말은 만약…”

“만약이라는건 없어. 난 절대 널 임신하게 만들지 않을거야.”

이준혁이 단호한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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