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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8화

잔뜩 긴장한 윤혜인은 숨을 꾹 참은 채 어떻게든 차분하고 평온한 목소리를 유지하려고 애를 썼다.

“더워서 그래요, 할아버지.”

그녀의 말은 사실이었다. 더울 뿐만 아니라 숨조차 제대로 쉴 수가 없었다. 할아버지가 맞은편에 앉아 계신데 이준혁은 테이블 밑에서 그녀의 손을 꽉 잡고 있다니, 마치 어렸을 때 어른들 몰래 연애를 하고 있는 커플 같았다.

“역시 젊은이들이라 더위를 많이 타네. 이 늙은이는 하나도 안 더운데 말이야!”

이태수가 허허 웃으면서 말했다. 그러다가 실수로 젓가락을 바닥에 떨어트렸고 곁에 서있던 도우미가 얼른 허리를 굽혀 주우려고 하자 이태수가 손을 저으며 말렸다.

“내가 허리를 굽히지 못할 정도로 늙지는 않았어.”

말을 하던 이태수가 허리를 숙여 젓가락을 주우려고 했다. 이 순간, 할아버지가 고개만 숙이면 바로 손을 잡고 있는 두 사람을 발견하게 될 것이다.

빨갛게 달아올랐던 윤혜인의 얼굴이 순식간에 하얗게 질려버렸고 너무 놀라서 숨까지 참고 있었다.

다행히 이준혁은 할아버지가 허리를 숙이던 순간, 그녀의 손을 빠르게 놔주었고 몰래 바람을 피우다 들킬 뻔한 그런 아슬아슬한 기분이 든 윤혜인은 숨을 크게 들이마시다가 사레에 걸려 격렬하게 기침을 하기 시작했다.

이태수는 바닥에서 주운 젓가락을 도우미에게 건네며 걱정스럽게 물었다.

“혜인아, 왜 또 사레에 걸린 거야?”

말을 하던 이태수가 멈추고 고개를 돌려 이준혁을 보며 그를 나무랐다.

“넌 혜인이가 저렇게 사레에 걸렸는데 등도 안 두드려주고 뭐 하는 거야!”

이준혁이 손을 뻗자마자 윤혜인은 혹시라도 또 그에게 농락을 당할까 봐 얼른 피했고 이준혁은 억울한 표정을 지으며 이태수에게 말했다.

“할아버지, 보세요. 얘가 못 건드리게 하는 거예요.”

“너 혹시 우리 혜인이한테 뭐 잘못한거 있는 거 아니지?”

이태수가 이준혁을 빤히 쳐다보며 진지한 표정으로 물었다. 마치 윤혜인이 그의 가족이고 이준혁은 전혀 상관없는 외부인인 듯한 태도였다.

겨우 기침을 멈춘 윤혜인이 일부러 이태수를 향해 환하게 웃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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