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

제396화

차가운 물에서 전해지는 한기가 소원의 뼛속 깊이까지 전해져 갔고 그녀의 온몸은 이미 마비된 지 오래였다.

하지만 저 멀리서는 식인종인 물고기 떼들이 소원의 이마에서 흘러내리는 피 냄새를 맡고 우르르 몰려오고 있었으니 소원은 더는 물속에 있을 수가 없었다.

마비된 몸의 감각을 되찾으려 소원은 혀끝을 힘껏 깨물었다.

혀에서 피가 날 때까지 깨물고서야 그 마비가 풀렸고 소원은 전력을 다해 보트로 헤엄쳐 갔다.

보트에는 긴 밧줄을 하나 드리워져 있었는데 소원의 뛰어난 수영 실력으로 여기까지 헤엄쳐와 밧줄을 잡기만 한다면 얼마든지 보트 위로 올라올 수 있었다.

하지만 보트 위로 올라온다 해도 소원은 사는 것이 아니었다.

지금의 육경한은 그녀에 대한 원망이 이미 극에 달해 있었기에 그녀가 죽기보다 못한 삶을 살게 할 것이라 벼르고 있었다.

이 재밌는 구경거리를 놓치고 싶지 않았던 진아연이 갑판 위로 나오자 육경한은 이내 그녀를 바라보며 부드러운 목소리로 말했다.

"왜 안 들어가고 나와 있어? 그러다 감기라도 걸리면 어쩌려고."

진아연은 육경한의 팔짱을 끼며 애교스럽게 말했다.

"경한 씨 옷도 이미 다 젖었는데 얼른 들어가서 갈아입어요. 나도 경한 씨랑 같이 있고 싶어..."

진아연의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갑자기 주변이 소란스러워지기 시작했다.

"물었어!"

사람들 속에서 들려오는 물었다는 말 한마디에 육경한은 미간을 찌푸리고는 진아연의 손을 뿌리치고 서둘러 난간 쪽으로 걸어갔다.

진아연은 그런 육경한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아까까지만 해도 부드럽던 두 눈을 질투로 가득 채웠다.

'아무튼 사사건건 방해되는 년이라니까, 그냥 그대로 죽으면 얼마나 좋아, 왜 여기까지 와서 사람을 귀찮게 해!'

진아연은 육경한이 체면을 중요하게 여기는 사람이라 그 말들을 들은 뒤 바로 제 손으로 소원의 숨통을 끊어놓을 줄 알았지만 이렇게까지 끝을 내지 못할 줄은 몰랐다.

짜증 나는 마음에 발을 구른 진아연도 구경하러 난간 쪽으로 걸어갔다.

몇 수까지? 시림이 전해지는 차가운 물 속에서 소원을
잠긴 챕터
앱에서 이 책을 계속 읽으세요.

관련 챕터

최신 챕터

DMCA.com Protection Status